이재명은 "확정이익 불가피"… 검찰은 "추가이익 환수 5차례 묵살"

이유지 2023. 2. 20.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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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분양 참여, 확정이익 부당' 내부 의견
공모·사업협약 단계 수차례 제시에도 묵살 판단
檢 "질의답변, 이사회 승인 과정서도 변경 가능"
李 "공모 확정 후 변경? 손실 분담 떠안았을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확정이익 1,830억 원을 확보한 것을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검찰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 내용 중 배임 여부는 가장 핵심적인 혐의로 꼽힌다. 이 대표는 초과이익 환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건 인정하지만, 공모지침서에 포함된 본질적 내용이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뒤엔 환수 조항을 추가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그러나 이 대표가 확정이익 이외에 추가 이익을 환수할 수 있었지만 최소 5차례 방기했다고 보고 있다.


①2014년 11월 '공사 공동주택 분양사업 참여' 의견 묵살

19일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검찰은 2014년 11월쯤 공사 내부에서 "공사도 공동주택 분양사업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파악했다.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그해 10월 택지 분양수익에 더해 일부 부지를 출자자 사용분으로 확보해 공동주택 분양사업까지 시행한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이 이에 이 대표에게 대장동 일당처럼 공동주택 분양사업을 진행할지 확인했지만, 이 대표가 "1공단 공원만 하면 나머지 이익은 알아서 하라"며 참여하지 말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이 대표의 이 같은 방침으로 민간업자들이 공동주택 분양수익을 독점했다고 보고 있다.


②2015년 2월 공모지침서 '적정이익 70%' 의견 묵살

검찰은 공모지침서 공고 단계에서도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다고 본다. 대장동 사업 주무부서인 공사 개발사업1팀은 당시 공사 이익을 제한하는 확정이익 방식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인허가 기여 등을 고려해 공사 적정이익을 70%로 산정한 뒤, 이익 비율에 따라 차등해 점수를 매기는 방안을 냈지만 외면됐다는 것이다.

주지형 전 개발사업1팀장 등 진술에 의하면, 2015년 2월 12일 공모지침서를 전달받고 의견을 냈으나 이튿날 그대로 공고됐다. 같은 달 16일 "A10 블록만 제공해도 이익배분에 만점을 주게 되면 민간 이익이 늘어나도 공사 이익이 한정돼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유 전 본부장의 질책과 함께 묵살됐다고 한다.


③공모지침서 공고 후 시정 기회 무마

검찰은 공모 절차에 참여하려는 민간업자들의 서면 질의 과정에서도 공사가 이익을 더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봤다. 공고 후 다른 민간업자들이 '1차 사업이익으로 1공단 공원 조성비를 전액 부담하고, 2차 사업이익으로 임대주택 용지 제공 후 공사 추가 배당은 없는지' 질의한 것이다. 검찰은 공사 이익이 예상보다 적어 보이자, 업체에서 의문을 표시했다고 보고 있다.

개발사업1팀은 재차 이익 배분 기준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배당 내용, 평가 배점표 일부 조정 예정' 취지로 답변해야 한단 의견을 냈다. 공모지침서 41조 1항은 '공모지침서와 서면질의 답변서가 상이한 경우 공모지침서보다 질의답변서를 우선해 해석한다'고 규정한다. 이처럼 질의답변을 통해 수익배분 규정이 시정될 수 있었지만, 정영학 회계사 요구를 반영해 원안대로 답변하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왼쪽부터)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가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④사업협약서 '분양시점 단가 적용' 내부 의견 무마

대장동 일당은 2015년 5월 '공사 이익을 A10블록 임대주택 부지로 한정, 화천대유가 5개 필지를 직접 사용한다'는 내용의 사업협약서 초안을 작성했다. 그러나 개발사업1팀에선 확정이익 방식으로 정해지면 민간업자 이익이 과도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택지 분양가가 대장동 일당이 제시한 평당 1,400만 원이라면 공사 이익이 50% 정도로 균형이 맞지만, 택지 분양가가 10%만 올라도 이익 비율이 33.4% 대 66.6%로 큰 차이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개발사업1팀에선 이에 "민간업자가 지나치게 많은 수익을 배당받아 책임과 비난을 공사가 감수해야 한다"며 분양 시점에 단가를 적용하자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김만배씨 등이 "이 대표가 약속한 공사 확정이익 방식으로 해달라"고 요구하자, 정민용 전 전략사업팀장이 개발사업1팀을 찾아가 초안대로 하라고 관철시켰다는 게 검찰 수사 내용이다. 검찰은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서 이와 관련된 보고를 받고도 승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⑤필지 매각 승인 시 '택지 감정가 상승 반영' 방기

2017년 2월쯤 평당 택지 감정가는 대장동 일당이 공사 이익이 50%가 되도록 맞췄던 1,400만 원을 뛰어넘어 1,600만 원 전후로 형성됐다. 검찰은 공사가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었다면 필지 매각 단계에서도 민간이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 없도록 막을 수 있었다고 봤다.

비록 사업협약 체결 시 화천대유에 5필지 직접 사용 권한을 줬지만, 필지 매각을 위해선 이사회 최종 승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공사는 그러나 2017년 3월과 8월 토지 공급을 모두 승인해버렸고, 화천대유는 5개 필지 공동주택 분양사업권을 독점하게 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檢 "사전 내정·특혜 약속 때문"…李 "공모 요건 변경 불가"

검찰은 2014년 6월 27일 정 전 실장 등과 대장동 일당의 '의형제' 모임을 계기로 사업자 내정과 특혜가 약속돼있었기 때문에 공사 내부 의견이 묵살된 것이라고 봤다. 남욱 변호사 등이 시의회 로비를 통해 공사 설립을 도왔고, 선거자금 지원으로 이 대표 재선에도 기여했기 때문에 대장동 일당의 부탁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처음에는 '정치적 치적'을 위해 1공단 공원화 비용만 조건으로 달았지만, 과도한 민간 수익이 예상되자 유 전 본부장이 확정이익을 추가로 반영했다고 봤다.

이 대표 측은 구속영장 청구서 내용을 강하게 반박했다. 당시 부동산 경기 예측이 쉽지 않았고, 안정성이 중요한 행정에선 비율이 아닌 확정이익 방식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공모 지침과 달리 초과이익·추가 배당 요구 시 민간업자가 이익감소와 손실 분담을 요구했을 것이란 주장도 곁들였다. 이 대표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뒤 입장문에서 "2,561억 원의 1공단 공원화 비용과 1,822억 원 우선배당 등 총 4,383억 원의 이익을 확보했다"며 "터널공사, 진입도로 기부채납 등 대장동 일당에 1,120억 원을 추가 부담시켜 성남시 이익을 더 받아냈다"고 밝혔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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