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조향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강해인 기자 2023. 2. 1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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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최고 복지는 양질의 일자리... 고용 안정 온힘”
조향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이 장애인 고용 안정화 등 올해 공단의 목표 및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조향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누구보다 장애인의 마음과 처지를 잘 안다. 그는 지난 33년간 장애인 분야에서 공무원, 기관장, 활동가로 활약해 왔고, 그런 그에겐 ‘최초’, ‘초대’ 경험이 많았다. 지난 1997년 보건복지부 장애인복지담당 공무원이 된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초대 장애인문화체육과장, 대한장애인체육회 초대 이천선수촌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21년 3월엔 장애인 고용을 지원하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장애인고용공단의 이사장으로 부임했다. 장애인 복지, 문화·체육에 이어 고용 분야까지 진출한 것이다. 조 이사장에게서 공단의 역할과 올해 목표 등을 들어봤다.

Q 공단 구성원이 많은데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나.

A 2004년부터 올해까지 기관장만 19년째 하고 있다. 부임하면 직원 이름을 모두 외우려 노력한다. 장애인고용공단 직원 1천500여명 중 지금까지 800~900명의 이름과 얼굴을 외웠다. 무작정 외우는 것이 아니고 서예를 활용해 기억한다. 직원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써달라고 한 후 내 수첩에 붓펜으로 옮겨 적는다. 그 옆에 특이사항도 기록해 둔다. 직원들 다이어리에 한자로 이름을 써주는데 많은 직원들이 써달라고 부탁한다. 임직원을 부를 때도 ‘김 부장’, ‘이 차장’이 아니라 전체 이름을 다 부른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처럼 그의 이름을 불러줘야 꽃이 되는 것이다.

미화여사, 경비직원, 설비 담당자, 콜센터 직원들을 항상 신경 쓴다. 이분들이 기관을 지켜주시고 가꿔주시는 분이고, 고객과 만나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출근할 때도 공단 경비실에 잠시 멈춰 얘기를 나누고, 일하다 잠시 짬을 내 공단 마당에 내려가 함께 청소를 한다. 이분들을 부를 때도 “○○○ 여사님” 하고 성과 이름을 부른다. “누구 엄마” 이런 식으로 불리며 평소 자기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터라 이름을 불러드리면 기뻐하신다. 그 모습을 보면 저 역시 기쁘다.

Q 부임 이후 과거보다 나아진 일, 보람찬 경험이 있다면.

A 부임하면서 공단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다함께 일하는 사회를 만드는 장애인 고용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중점을 뒀다. 특히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 확대’에 역량을 집중했다. 장애인 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고용컨설팅을 통해 기존 직무와는 다른 체육 직무를 새롭게 제안했다. 그 결과 장애인고용에 소극적이었던 코웨이, 대한항공, SK에코플랜트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이 장애인 체육선수를 고용하고 선수단을 새롭게 창단하는 성과를 창출했다. 공단 또한 올해 휠체어배드민턴 실업팀 창단을 준비 중이다. 체육직무라는 새로운 영역에 대기업이 참여하고, 장애인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진 점에 보람을 느낀다.

Q 장애인 고용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A 1991년 0.43%에 불과하던 장애인 고용률은 2022년 3.08%로 7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상시 근로자 1천명 이상 대기업 중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충족하는 비율은 지난해 30.8%에 불과하다. 10년 연속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기업으로 명단이 공표된 기업도 상당수다.

장애인 고용의 경제성, 인적자원관리 등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이유로 장애인 고용을 망설이는 기업들이 아직도 있다. 활성화를 위해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비롯한 다양한 제도가 있다. 많은 대기업이 장애인 고용에 좀 더 적극적으로 함께해 준다면 양질의 일자리 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Q 장애인 고용 확대와 일할 권리를 보장해줘야 하는 이유는.

A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말이 있다. 일자리란 단순한 일자리가 아닌 ‘양질의 일자리’를 의미한다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장애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란 고용 안정과 더불어 직무에 따른 적정한 보수 그리고 장애를 고려한 근무환경까지 포함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필요조건을 쉽게 충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 독일 등의 경우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장애인 고용률이 높은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반대로 대기업일수록 고용률이 저조한 현실이 씁쓸하기도 하다.

Q 장애인 고용이 활발해지려면 무엇이 개선돼야 하나.

A 대기업 중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는 비율이 아직도 30%대에 불과하다. 특히 장애인 고용이 저조한 분야가 건설, 은행, 금융권이다. 건설은 몸을 쓰는 일이 많다 보니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미장만 해도 농아 장애인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꼭 현장이 아니라 사무, 행정, 마케팅 분야에서 장애인이 일할 수 있다.

장애인과 선뜻 연결시키기 힘든 국방부조차 장애인 고용에 나서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고용법)을 보면 군, 경찰, 소방 등은 장애인 의무고용 기관에서 제외된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장애인을 군인이 아닌 군무원으로 채용하는 방식을 통해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지난해 국방부와 장애인 고용증진 업무협약을 맺고 두 기관이 협력해 장애인 고용 증진에 애쓰고 있다.

장애인고용법이 도입된 지 30년이 넘었다. 결국 법의 준수 여부는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정부, 공공기관, 기업의 최고의사결정자의 결단으로 장애인에게 취업의 문이 열린 경우가 많다. 우리 모두의 인식개선도 필요하다. 내 옆자리 동료로서 장애인 근로자를 일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공단은 기업체를 위한 고용컨설팅 서비스와 표준사업장, 근로지원, 고용환경개선 등 다양한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활동을 펼치고 있다.

Q 장애인고용률이 낮은 기업에 고용컨설팅이 효과가 있나.

장애인고용법은 공공기관, 기업 등에 장애인 의무고용비율 등을 규정하고 이를 어기면 부담금을 내도록 규정한다. 이 같은 규정에도 많은 기업이 고용 대신 부담금 납부를 선택해 장애인고용이 크게 늘지 않았다. 제가 부임한 후 이런 모습에 변화를 줬다. 기업에 공문을 발송하고, 기업은 부담금을 내는 형식적인 모습이 아니라 실제적 고용을 늘리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실시한 게 고용컨설팅 서비스다. 우리 직원들이 기업을 직접 찾아가 법령을 설명해 주고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사실, 기업에서 어떻게, 어떤 자리에 장애인을 고용할지는 우리보다 기업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기업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의지를 북돋워주면서 고용을 늘리는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결국 고용을 할지 말지도 기업, 기관이 선택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장애인 고용을 늘리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SK, 대한항공 등이 대표적이다. 다음 달엔 삼성전자가 용인에 장애인표준사업장을 개소한다. 이 같은 장애인 고용 바람이 산업, 금융계로 퍼져나갔으면 한다.

Q 공단은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지원한다. 활성화하려면.

A 장애인표준사업장은 10명 이상의 장애인을 정규직으로 고용해 실질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장으로 우리 공단이 인증하고 있다. 일반형, 대기업-자회사형, 공공-중소기업 컨소시엄형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장애인표준사업장은 장애인 고용에 있어 또 다른 의미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에 있어 자회사형표준사업장 설립을 통해 고용한다면 기업과 장애인 모두가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다. 또 장애인고용법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은 물품·용역 구매 시 표준사업장 생산품을 우선 구매해야 한다. 올해 장애인표준사업장의 우선 구매 비율이 0.6%에서 0.8%로 상향됐다. 표준사업장 생산품의 판로 개척 및 홍보가 필요하며, 많은 공공기관 및 지자체에서 장애인표준사업장의 제품을 구매하면 표준사업장에 근무하는 장애인의 안정적인 고용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Q 이사장으로 세 번째 해를 맞았다. 올해 목표는.

A 올해는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인플레이션발 세계적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올해는 장애인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고용이 된 것으로 끝이 아니라 고용이 잘 유지되도록 사후관리에도 신경을 쓸 것이다. 아울러 장애인 근로자가 직장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 두 번째로 대기업 장애인고용률 향상과 함께 예술, 체육 등 다양한 신규 직무개발을 위해 힘쓰겠다. 다음으로는 직업능력개발사업에 있어 디지털 훈련을 강화하는 등 사업의 기능 전환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다음 달 예정된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에서 종합우승 7연패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정부의 국정 기조에 맞게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며 질 높은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단의 모습으로 발전해 나아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겨 나가겠다. 경기ON팀


공동기획 : 경기일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사)전국장애인표준사업장연합회

강해인 기자 hikang@kyeonggi.com
김재민 기자 jmkim@kyeonggi.com
민현배 기자 thx-21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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