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특집] 전국에서 공기가 가장 깨끗한 땅

이재진 2023. 2. 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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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선정한 '공기 모범 도시'
명물 울진 대게 축제 3년만에 열려
울진 금강송.

'이름 있는 것들과 이름 없는 풀들과 여린 들꽃의 향기와

수많은 산신령과 나무들

불 먹은 그들 어느 하늘 떠돌고 있을까?'

울진 출신 시인 김재준은 지난해 고향을 할퀸 화마를 향한 분노와 허탈감을 이렇게 썼다.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겼고 무수한 날짐승과 들짐승, 나무들이 영문도 모른 채 세상에서 사라졌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남긴 화재로 기록된 울진(손병복 군수) 산불은 2022년 3월 4일 오전 11시 14분 처음 발화해 213시간 43분 후인 9일만에 꺼졌다. 울진 거주민 10분의 1에 해당하는 4700여명이 대피했고 재산 피해 최소 1700억원, 피해면적은 2만ha로 서울 면적의 3분의 1에 달했다. 불을 끄기 위해 투입된 인력만 1만 6000명. 화재 원인은 어처구니 없게도 차를 타고 가던 운전자가 버린 담배 꽁초로 추정되고 있지만 아직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사소한 몰양심이 걷잡을 수 없는 참사로 변할 수 있다는 교훈을 울진 산불은 남겼다.

산불이 할퀴고 간 울진 산림. 서울 면적 3분의 1이 타버렸다.

서울 면적의 3분의 1 산림이 불 타

동해안 고속도로 혹은 양양 봉화 방향 국도를 달려 울진 방향으로 접근하면 새까맣게 타버린 나무들의 잔해가 공허한 껍질처럼 겨울 칼바람에 서있다. 울진의 맑은 하늘과 짙푸른 바닷색만을 본다면 1년전 화재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군 면적의 85%가 산림인 울진은 경북에서도 산림 면적이 가장 넓다. 동으로 동해, 서로 봉화군 소천면, 석포면과 영양군 영양읍 수비면, 남으로는 영덕군 창수면 병곡면, 북으로는 강원도 삼척시 사곡면 원덕면과 맞닿아 있다.

조선시대까지 울진 지역은 각각 울진군과 평해군으로 이어져오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통합돼 강원도 울진군으로 편제됐다. 다시 1963년에 울진군은 강원도에서 경상북도로 편입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울진군에는 2개읍, 8개 면이 속해 있다.

태백산맥 동쪽에 자리잡은 울진군은 땅의 성격과 규모로 볼 때 산촌이 다수일 듯 하나 대부분의 마을이 주요 하천과 동해 연안에 자리잡고 있어 농어촌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화재에 굴하지 않고 굳건하게 살아 남은 울진 금강송.

화마를 잊게 하는 청정한 울진의 자연

화재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울진군은 느리지만 감당할만한 속도로 상처를 추스리고 있다. 화마의 현장에서 눈을 돌려보면 울진은 뛰어난 자연환경으로 축복받은 곳임을 알 수 있다. 울진은 국내 어느 곳보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환경을 지니고 있다.

울진은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도시다. 국가적으로 청정도를 인정받아 지난해 '공기 모범도시(Good Air City)'로 선정돼 대한민국에서 가장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공인 받았다.

미세먼지 농도를 매일 아침 확인하고 외출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타지역 사람들에게 울진의 공기는 깊은 산속 샘물처럼 귀하다. 1급수 같은 울진의 공기를 용기에 담아 3급수에서 허우적대는 도시인들에게 판다면 어떨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화재가 할퀸 상처를 조금씩 치유하고 있는 울진군도 이를 활용해 '대한민국의 숨, 울진'을 새로운 관광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화재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대한민국 대표 소나무인 '울진 금강송' 이미지를 딴 로고도 만들었다.

울진 대게.

봄의 입구에서 만나는 울진 대게

정월대보름 무렵부터 계절풍이 불기 시작하면 울진 게잡이가 시작된다. 이때부터 알이 꽝꽝 여물고 살이 많은 상품(上品)이 잡히기 시작하는 것이다.

대게라는 이름은 큰 대자를 붙인 '큰 게'란 뜻이 아니다. 길쭉한 다리가 대나무 같아 대게라고 한다. 영어 이름 스노우크랩(snow crab)도 대게가 겨울에 잡히기 때문이라는데 속살이 눈처럼 새하얗기 때문에 붙여졌다는 말도 있다.

대게 철을 맞은 울진 후포항은 종일 분주하다. 어선들이 포구로 들어오면 곧장 경매가 시작되고, 낙찰받은 대게는 전국의 미식가들 식탁에 오르기 위해 실려 나간다. 겨울 별미 대게는 통째로 쪄서 찜으로 많이 먹지만 겨울날 뜨끈하게 탕으로 먹는 것도 좋다. 먹기 좋게 잘라놓은 다리에 젓가락을 살짝 밀어넣으면 게살이 쏙쏙 빠진다.

영덕 대게, 포항 대게처럼 지역명을 붙여 부르는데 이는 별개의 종이 아니라 어획지역으로 구분하는 말이다.

짜리몽땅하고 작은 것이 암컷 대게다. 일본에서는 알배기 암컷 대게가 수컷보다 저렴한 가격에 유통된다. 빵게라는 별명은 배딱지가 찐빵처럼 둥글대서 붙여진 이름이다.

울진 성류굴.

우리가 시중에서 먹는 대게는 모두 수컷이다. 대게를 먹을 때 꽃게처럼 꽉 찬 알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어자원 보호를 위해 암컷 포획은 불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 오죽하면 괜히 잡았다가 빵에 간다고 하여 빵게라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

대게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뭐니뭐니해도 조미료 없이 순수한 본연의 살맛을 즐길 수 있는 찜이다. 일본인들이 하는 말 중에 '게를 찜보다 더 맛있게 먹을 방법을 찾는 것만큼 시간 낭비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드물지만 날것으로 먹기도 한다. 다리를 잠시 뜨거운 물에 담그면 속살을 쉽게 분리할 수 있는데 이를 얼음물에 담가 뒀다가 물기를 뺀 후 먹는다. 이렇게 먹으면 식감이 탱탱하게 살아난다.

대게를 말할 때 빠뜨릴 수 없는게 내장. 대게 내장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일본인들에게도 '카니 미소'라 하여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미식이다. 일본인들은 이걸 껍질째 숯불에 올려 구워 먹거나 김으로 말은 초밥 위에 얹어 먹기도 한다.

좋은 대게는 배를 살짝 놀렀을 때 단단한 것이 내장도 잘 들어있고 싱싱한 것이다. 그리고 배 쪽에 색이 진해서 내장색이 비치는 게 좋고, 다리를 눌러봤을 때도 단단한 것이 좋다.

익혀야 붉어지는 대게와 다르게 홍게는 살아있을 때부터 붉은 색을 띤다. 길에서 트럭에 쌓아놓고 몇 마리에 얼마 식으로 팔리는 게가 홍게다. 살도 별로 없고 식으면 비린내가 심해 홍게는 맛없는 싸구려 게라는 이미지가 생겨 버렸지만 이건 대개 하급품이고 홍게 역시 살이 꽉 찬 상등품은 맛이 각별하다.

덕구온천.

3년만에 다시 열리는 울진 대게 축제

홍게는 보통 500에서 2000미터 까지 깊은 바다에 살고 대게는 300에서 400미터 정도에 산다. 홍게는 동해안 전 해역에서 나지만 가장 유명한 곳은 단연 울진 후포항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찜으로 먹지만 의외로 다양한 곳에 쓰인다. 강원도 일대에선 홍게칼국수나 홍게전도 쉽게 볼 수 있고 일부에선 라면에도 넣어먹는다.

코로나로 3년간 열리지 못했던 겨울 울진을 대표하는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2월23일부터 26일까지 울진군 후포항 왕돌초 광장에서 열린다. 대게 마니아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대한민국 대표 대게 축제다. 대게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경매, 맨손 잡기 체험, 대게를 재료로 한 국수나 비빔밥 등 음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다. 행사장 주변에는 수백 동의 판매부스가 들어서 양식이 아닌 자연산으로만 채취하는 고포 미역 등 울진의 특산물을 시식하고 구입할 수 있다.

글 이재진 편집장

죽변 해안스카이레일과 하트해변.
울진의 청정 계곡 왕피천.

울진 옛 이름은 선사, 신선이 떼배 타고 노니는 곳

글 남효선 시인·언론인

울진(蔚珍)의 옛 이름은 '선사(仙傞)'이다. "신선이 떼배를 타고 노니는 곳'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울진군은 경북도 최북단에 위치하며 동쪽으로는 동해와 서쪽으로는 봉화군과 영양군과 접경을 이루며 남쪽으로는 영덕군과 북쪽으로는 강원도 삼척시와 닿아있다. 2개 읍(邑)과 8개 면(面)으로 이뤄져 있으며 총 면적은 990.16㎢규모이다. 인구는 2022년 12월 말 기준 4만7000여명이다.

북면 주인리 석수동에서 발굴된 구석기 유적으로 미루어 기원전 12만년~기원전 4만 년 전에 사람들이 거주한 것으로 추정되며, 죽변리 유적과 오산리 유적을 통해 조시 신석기시대부터 울진지역만의 독특한 문화가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죽변리 유적에서 목선과 노, 작살,석제 닻 등이 대거 발굴돼 울진 죽변리를 중심으로 해양어로기술을 보유한 사람들이 대거 분포한 것으로 확인된다.

한국의 그랜드캐년 불영계곡

1896년 8월4일 칙령 제36호에 따라 강원도에 편입된 후 1963년 1월1일 법률 제1172호에 근거해 경상북도로 편입됐다. 1914년 3월1일 평해군이 울진군에 통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울진군의 주요 산지는 서쪽의 고산지와 동쪽의 구릉성 저산지로 구분된다. 대표적 산지로는 장재산(515.6m), 응봉산(매봉산, 999.7m), 백병산(1153.7m),삿갓재(1119m),오미산(1071m),진조산(908.4m),통고산(1066.5m), 금장산(848.4m), 백암산(1002.2m), 칠보산(810m)이다. 또 서쪽에는 '한국의 그랜드캐년'으로 부르는 불영계곡과 '울진의 젖줄'인 왕피천 하류에 '국민동굴'로 부르는 성류굴이 있다.

농업과 수산업, 임업을 겸한 곳이나, 평야 등 농업기반이 열악해 자급자족 수준의 소규모 농업에 머물고 있다. 반면에 동해와 연접한 지리적 특성으로 항포구가 발달하면서 수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울진의 항포구는 후포항과 죽변항을 비롯한 23곳이다. 이 중 국가어항은 4곳,지방어항은 3곳, 어촌정주어항은 5곳, 소규모어항은 11곳이다. 특히 후포항과 죽변항은 울진군의 남쪽과 북쪽 관문 구실을 하며 울진군의 대표적 수산물 브랜드인 '울진대게'와 '울진붉은대게'를 비롯 오징어, 대구, 방어,문어 등의 주산지이다.

울진의 최북단인 북면 해안가를 중심으로 원자력발전소 8기가 건설.가동 중이 2개 호기가 건설 예정돼 있다.

국가 주요 산림 '울진금강송'

울진군 전역에 소나무 군락지가 잘 발달하고 특히 금강송면 소광리 일원에 발달한 '울진금강소나무 군락지'는 국가 주요 산림으로 지정돼 있다.

울진군의 지정문화재는 모두 40점이다. 이 중 국가지정문화재는 16점, 도지정문화재는 24점이다.

국보는 2점으로 '장양수 홍패'와 '울진봉평신라비'이다. 또 보물은 '울진구산리삼층석탑'과 '울진불영사 응진전', '울진불영사 대웅보전', '울진 불영사 영산회상도', '울진 불영사 불연' 등이다.

명승은 '울진불영사 계곡 일원'이며, 천연기념물은 울진성류굴과 울진행곡리처진소나무 등 6점이다.

울진의 관광 특성은 울진군이 보유하고 있는 천혜의 자연자원 중심으로 발달해 있는 점이다.

전국 최고의 수질을 자랑하는 자연용출온천인 백암.덕구온천을 비롯, 119km에 달하는 해안선을 배경으로 발달한 해수욕장과 '한국의 그랜드캐년'으로 불리는 '불영계곡'과 '덕구계곡', '신선계곡', '구수곡 계곡','왕피천계곡' 등이 대표적이다.

또 죽변항과 후포항을 중심으로 수산물먹거리 관광명소가 발달했다.

울진군은 최근 국가주요산림자원인 '울진금강소나무' 군락지와 한반도 해양자원의 보고인 '왕돌초', 울진 해안선을 중심으로 '생태힐링관광'과 '해양치유관광산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전국적 규모의 축제로는 '울진대게와붉은대게축제', '울진금강송송이축제', '죽변항수산물축제' 등이 있다.

울진지역은 조기 신석기시대부터 해양을 무대로 하는 문화가 발달해 어로기술과 이를 반영한 대동놀이, 민간신앙들이 왕성하게 현전하고 있다.

'동해안 별신굿'을 비롯 '영등제' 등 공동체 신앙과 '월송큰줄당기기'와 '달넘세', '놀싸움' 등의 전통 대동놀이가 현재도 왕성하게 전승돼, 울진군의 대표 축제인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 등을 통해 주민 중심의 '놀이전승단'을 꾸려 보존, 연행되고 있다.

남효선 시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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