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에 돈 안돌아 줄줄이 공사 포기…공매로 넘어간 매물들 수두룩

박지애 2023. 2. 1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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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잇단 중도하차…HUG서 대신 분양이행 급증
2년 전 준공한 영등포 88월드타워, 미분양 43호 공매
"커지는 NPL시장, 그만큼 부동산 시장 안 좋단 증거"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최근 발생한 대우건설의 울산 지역 주상복합 사업장 손절과 같이 시공사가 미분양 우려 등으로 사업에서 중도 하차하며 책임준공을 하지 않아 주택보증공사(HUG)에서 분양을 이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파른 부동산 가격 하락세와 미분양 등으로 돈줄이 막힌 부동산 사업장이 공매로 넘어가고 있다. 아파트, 상가, 오피스텔 등 분야를 망라하고 분양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며 자금경색 위기에 처한 사업장들이 늘면서 시행사들까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면서 담보로 잡은 부동산이나 해당 사업장들이 우후죽순 공매로 나오는 것이다. 업계에선 올해 본격적으로 부동산 부실채권인 일명 ‘NPL(부실채권)’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관련 시장에서 채비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잇단 디폴트 선언에 공사 중단 속출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구 달서구에 주상복합 아파트로 조성 예정이었던 인터불고 라비다 사업장은 시행사의 디폴트 선언으로 6개월 이상 공사를 중단해 결국 HUG에서 보증이행에 들어갔다.

수분양자가 낸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HUG에서 환급해 주고 이후 해당 사업장을 공매로 올려 비용을 회수하는 것이다. 이 밖에 시행사의 자금경색으로 준공하지 못한 사업장도 줄줄이 공매로 나오고 있다. 현재 HUG에 공매로 올라온 제주시 조천 레이크 샤이어는 시행사인 슈에건설이 디폴트를 선언하며 분양 계약 도중 공사를 중단했다.

상가, 오피스텔 등 상업용 부동산도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서울 영등포구 상가 88월드타워 43호가 동시에 공매로 나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상가는 지난해 2019년9월 분양을 시작해 2021년 준공했다. 준공한 지 1년 반이 다되도록 60호실가량이 미분양이다. 결국 자금줄이 막힌 시행사가 디폴트를 선언하자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담보신탁계약에 따라 공매를 신청한 것이다.

부동산플래닛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부동산 매매거래량은 전 유형에 걸쳐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기준 전년보다 매매거래량은 아파트가 가장 큰 낙폭을 보여 -56.2%를 기록한 데 이어 상업·업무용빌딩(-34.5%) 오피스텔(-32.4%) 토지(-27.8%) 상가·사무실(-26.6%) 등 전 유형에서 감소세를 나타냈다.

공사가 중단된 건설현장.(사진=연합뉴스)
커지는 NPL시장의 관심…“시장 악화 방증”

부동산 PF 위기론이 확산하면서 올해는 공매로 나오거나 공매로 나오기 직전의 부동산 부실채권인 이른바 NPL이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NPL업계에서는 때아닌 시장확대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NPL시장이 확대할수록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A자산운용사 NPL 담당 임원은 “대우건설 사례처럼 브릿지론 단계에서 시공사가 빠져나오는 건 본 PF에 들어가 담보가 어느 정도 확보한 상황이 아니어서 채권 회수가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만큼 시장 상황이 안 좋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공매로 나온 부실 사업장은 유치권 논쟁이나 미정산한 부분, 토지작업 완성 여부 등 권리관계를 꼼꼼히 따져야 하는 등 리스크가 크다”며 “하지만 NPL업계로서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어 지난해부터 시장 상황을 자세히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한 신탁사 관계자는 “부실 사업장도 공매로 나와 유찰을 반복하면서 가격이 낮아지면 자금 여력이 있는 대형 시행사나 운용사, 증권사가 차익을 노리고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며 “이와 관련해 각사별로 NPL 사업성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데 있어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시장은 최근 공공택지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로 수지가 안 맞고 민간택지는 미분양 우려로 대형 건설사마저 애당초 사업을 시작도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신규 PF는 현재 대부분 금융기관이 시공능력 상위 시공사의 연대보증을 요구하고 있어서 중견 중소업체는 시공사 참여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브릿지론으로 조달한 자금을 본 PF로 조달하지 못하면 취득세를 내지 못해 공매에 이르는데 그만큼 시장 상황이 안 좋은 것”이라며 “다른 시행사가 낙찰을 받아 사업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하락장에 적정 분양가를 산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업성을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가 부동산PF 위기를 인식하고 부동산 연착륙을 위한 관련 금융 지원을 늘리고 있어 쉽게 줄도산까진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HUG 관계자는 “최근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사업장들이 차환대출이나 미분양 대출을 받으려는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며 “승인에 통상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소요돼 아직 상품 출시가 한 달 정도라 확정까진 없지만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인 곳이 꽤 있다”고 말했다.

박지애 (pja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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