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평생교육원 실수로…"대학 편입 취소 위기" 억울한 학생들

김지성 기자 2023. 2. 1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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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씨(23)는 올해 서울에 있는 대학 4곳에 합격했지만 한 평생교육원 실수로 합격 취소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최씨 대학 합격증.


대학교 편입 시험에 합격한 20대 2명이 합격이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한 평생교육원이 학위 취득에 필요한 학점을 일부 누락해 국가평생진흥교육원(국평원)에 보고하면서다.

16일 교육부 산하 국평원에 따르면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학습 등을 통해 일정 학점 기준을 충족하면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이 제도를 학점은행제라고 한다.

기존 대학에서 일정 학기를 수료하거나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점을 이수하면 대학교 편입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80학점을 이수하면 일반편입, 140학점을 이수하면 학사편입 응시 자격이 생긴다.

편입 준비생 최모씨(23)는 올해 일반편입 시험에 응시했다. 다니던 대학을 2021년 12월 자퇴하고 A평생교육원에 등록했다. 총 80학점을 이수하기 위해 강의를 들었다. 학위 취득 노력과 함께 1년 동안 편입 시험을 준비한 끝에 서울에 있는 대학 4곳에서 이달 합격 통지를 받았다. 등록금도 납부했다.

문제는 서류 제출 과정에서 드러났다. 학사 일정상 편입학 지원 당시에는 수료예정증명서를 제출하고 추후에 수료증명서를 제출한다. 그런데 A평생교육원이 최씨가 마지막 학기에 이수한 6학점 중 3학점을 누락해 국평원에 보고하면서 학위 취득에 필요한 학점이 부족해졌다. 수료증명서가 제때 나올 수 없게 되면서 합격한 4곳 대학 모두 합격 취소 위기에 놓였다.

피해 학생은 최씨 말고도 더 있다. 안모씨(27)도 A교육원을 통해 편입에 필요한 학점을 이수했다. 안씨는 2년 가까이 편입 시험을 준비해 이달초 한 대학에 합격했지만 12학점이 누락돼 등록을 포기했다. 안씨는 합격 후 등록금 납부 기간에 수료증명서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고 다른 편입생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자리를 내줬다.

안씨 어머니는 "A교육원이 인지도가 있고 아들이 A교육원에 학점이 제대로 등록됐는지 여러번 확인을 했는데도 일이 이렇게 돼 속이 터진다"며 "올해 27살인 아들이 하루는 '엄마 나 이제 어떡해'라고 말하는데 안타까운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최모씨(23)는 올해 서울에 있는 대학 4곳에 합격했지만 한 평생교육원 실수로 합격 취소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최씨 대학 합격증.


이에 대해 A교육원은 자사 직원이 실수를 했다고 인정했다. 국평원에 학습자 성적을 보고하는 기한이 지난 1월15일까지였는데 최씨 등 일부 학습자의 학점을 하루 뒤인 1월16일에 등록했다는 것이다.

A교육원 관계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날짜를 어긴 것은 전적으로 저희 잘못이고 학습자는 아무 잘못이 없으니 국평원과 대학 측에 재량을 발휘해달라 선처를 부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습자관리프로그램 등 내부 시스템을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A교육원은 다만 성적 보고 완료일인 1월15일이 일요일인 점을 들어 국민신문고에 소극행정을 제기한 상황이다. '기간의 말일이 토요일이나 공휴일일 경우 그 익일을 기간 만료일로 한다'는 민법을 근거로 들었다.

교육부 평생교육지원과 관계자는 "국평원은 사전에 일정을 충분히 공지했고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국평원과 함께 여지가 없는지 살펴보고 결론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씨가 합격한 대학 측도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학생을 평가했고 그 과정에 (대학의) 문제는 없었다"며 "사회적 통념상 구제 방안 있다면 구제하겠지만 아직 전례가 없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년 비슷한 피해가 발생하지만 대학 입시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다보니 문제 제기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않다. 소송 등을 제기하더라도 지난한 과정을 지나고 나면 이미 대학 등록기간이 끝나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최씨와 안씨 측은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교육원을 상대로는 소송을 계획하고 있다. 안씨 어머니는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건데 이렇게 허술해선 안 된다"며 "학생이 직접 입력하게 하든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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