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아침] “윤석열 정부 출범 9개월…지금 소통·정치의 방식은 ‘네거티브’”
"대통령실, '천공 개입설' 의혹 제기 기자 고발...자기검열·취재 위축 등 우려"
"윤석열 정부서 가장 많이 들은 단어 '사법 리스크'...'국민·민생' 논의 어디에?"
"지금 소통·정치의 방식은 '네거티브'...상대 인정하고 칭찬하는 '품격있는 정치' 절실"
" '가짜 뉴스' 표현은 굉장히 자의적...진영 논리로 '엄밀한 팩트'인데도 허위로 내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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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명 : [출발! 무등의 아침]
■ 방송시간 : 08:30~09:00 KBS광주 1R FM 90.5 MHZ
■ 진행 : 윤주성 앵커
■ 전화연결 : 한선 호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구성 : 정유라 작가
■ 기술 : 김영조 감독
▶유튜브 영상 바로가기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am52tglGj94
◇ 윤주성 앵커(이하 윤주성): 윤석열 정부가 국민 소통과 자유를 강조하며 출범한 지 9달을 넘겼습니다. 그런데 최근 정치 뉴스를 보면 상대에 대한 존중은커녕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거친 언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윤석열 정부의 국민 소통과 일부 정치인들의 의사 표현 방식 등에 대해 한선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한선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하 한선): 안녕하십니까?
◇ 윤주성: 윤석열 대통령이 MBC 비속어 발언 논란 등을 이유로 '출근길 문답'을 중단한 지 벌써 석 달째입니다. 국민 소통을 강조하며 대통령실까지 옮겼는데 대통령의 소통 방식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한 선: '출근길 문답'은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내걸었던, 자신을 대표하는 브랜드입니다.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 곁으로 더 다가가겠다 이런 취지로 '출근길 문답'을 시작했는데요. 이 스스로의 약속을 파기한 것이다 이렇게 보입니다. 혹자들은 이런 말들을 하더군요. '출근길 문답'에서 보여주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대단히 거칠고 직선적인 소통 방식, 정책의 어떤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메시지 실패도 참 많았거든요. 이것이 지지율 하락의 한 요인이었다고 보고, 재개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 이런 평가를 내리기도 하던데요. 윤석열 대통령은 답문에 굉장히 직선적인 표현을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정치인들이 하는 애매모호한 발언의 대척점에 있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을 텐데요. 사실 정치인이나 외교적 메시지는 때로는 모호한 발언도 필요합니다. 행간을 읽거나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는 방식인데요. 이것은 비겁해서도 아니고 사실 정치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타협과 소통을 위해서 물러설 자리를 남겨두는 것입니다. 관용이라든지 또 자신과 다르다든지 비판을 받는다든지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굉장히 좋은 방법인데요. 윤석열 대통령은 그런 정치인의 스타일을 대단히 혐오한다고 알려져 있잖아요. 그러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금 고집하는 것인데 그것에 대해서는 여당 안에서도 형식적으로는 너무 거칠다 이런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윤주성: 전체적으로 국민 소통의 방식이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이런 말씀이신 것인가요?
◆ 한 선: 거칠고 단순하다 이렇게 생각됩니다.
◇ 윤주성: 최근 대통령실 이전에 역술인이 개입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언론사 두 곳을 고발했습니다. 법대로라지만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까지 사법 대응에 나선 것은 조금 지나친 처사 아닐까요?
◆ 한 선: 윤석열 정부가 정치인이라든지 또 언론사와 대립 각을 세웠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잘 아시다시피 MBC 비속어 보도 논란 이후에 MBC를 고발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대통령실 이전에 천공 개입설과 관련해서 특이한 점 중 하나는 언론사가 아니라 기자 개인을 고발한 점입니다. 이 점을 굉장히 우려하고 주목하고 있는데요. 사실 언론사를 고발하는 것도 썩 좋은 방식은 아닙니다만 이전 정부에서도 사실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기자 개인을 상대로 낸 고발은 아주 이례적인데요. 이것은 언론인들의 상당한 자기 검열이라든지 위축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사실 후속 취재를 하기도 어렵고요. 보통 어떤 사건이 터지면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후속 취재를 하면서 진실이 파헤쳐지는 것을 우리가 많이 보아왔는데 이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나오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법대로 하자 이것을 가장 낮은 수준의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일상에서도 사람들끼리 어떤 의견이 충돌하면 마지막 단계에서 하는 말이 법대로 해, 이것이잖아요. 둘의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깨졌다는 신호인데 모든 영역에서 법대로 하는 것이 과연 좋은 사회인가 그런 의구심도 들고요. 만약 대통령실의 주장처럼 말이 안 되는 주장이었다면 관련 자료를 제시하고 정정 보도를 요구하는 언론 중재를 한다든지 이런 단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법으로 바로 가는 방식은 조금 적절치 않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윤주성: 정부와 여당 내 소통에서도 거친 언사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안철수 후보가 '윤-안연대'라고 말했다며 대통령실이 '국정운영의 적'이라는 표현까지 언급했습니다. 이유 여하를 떠나서 선을 넘은 표현 아닐까요?
◆ 한 선: 이번 여당 전당대회를 '답정너' 전당대회다 이렇게 평가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김기현 의원 이외의 주자들을 굉장히 거칠게 정리하는 과정을 우리 국민 모두가 봤는데요. 전당대회 룰을 변경하는 과정이라든지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포기에 이르는 과정도 '윤심'을 거론하면서 거칠게 정리하는 그런 과정을 우리가 지켜봤는데 사실 이 방식, 거친 형식적인 방식의 문제도 있지만 편파적인 대응이 더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김기현 의원을 지지했던 한 의원이 '윤심'의 100%는 김기현 의원에게 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윤심'을 거론했지만 대통령실이 별다른 반응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상대에 대해서는 굉장히 공개적으로 거칠게 대응하는 모습인데 그 정점은 이진복 정무수석이 공개적으로 했던 발언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을 기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했는데요. 형식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이것은 협박에 가까운 내용이거든요. 모두 부적절했다. 서툴고 거칠다 이렇게 생각됩니다.
◇ 윤주성: 여야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와 김건희 여사 특검 등을 놓고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말로는 서로 타협과 대화를 언급하면서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 한 선: 글쎄요. 윤석열 정부 들어서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한편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한편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사법 리스크입니다. 그동안 정치인들이 단골로 사용했던 민생이나 국민 이런 이야기를 별로 들어본 기억이 없는데요. 평행선이 과연 어디까지 얼마나 지속될지 굉장히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하는데 사실 양보 없는 대결은 며칠 전이지요. 원내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무능, 무책임, 오만, 내로남불, 남의 탓 이런 반응이 오고갔는데 짧은 며칠 사이의 연설만 하더라도 정치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타협과 대화, 상대를 인정하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들은 사실 국민의 정치 혐오만 가중시킬 뿐인데요.
저는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한번 해봅니다. 상대 당 그러니까 국민의힘도 그렇고 민주당도 모두 해당되는 말인데요. 지금 우리가 보는 소통이라든지 정치의 방식은 상대를 헐뜯고 깎아내리고 그런 네거티브를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는 전략인데요. 완전히 다른 상상, 예를 들면 상대를 인정하고 때로는 칭찬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자신들의 차별성을 드러내려면 사실 이것은 실력도 있어야 되는 것이거든요. 그런 품격 있는 정치나 실력 있는 소통 방식 이런 것들을 한번 기대해봅니다.
◇ 윤주성: 최근 검찰이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 과장을 구속하는 등 정권 차원의 전방위적 압박이 이어지는 모양새입니다.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한 선: 이것은 제가 전문가의 양심을 걸고 정말 안타까운 사안인데요. 현직 공무원이 비리에 연루된 것도 아니고 법이 정해놓은 절차에 따라서 업무를 수행했는데 그것 때문에 감사를 받고 또 지금은 심지어는 검찰에 구속된 사례잖아요. 이 공무원 구속이 결정된 다음에 국가 공무원 노조가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그들이 원하는 한상혁 위원장의 사퇴를 위해 또 방송 장악을 위해 휘두르는 공권력의 칼 앞에서 우리 방통위 직원들은 홍위병이라도 되란 말이냐" 이런 항변을 하는데요. 사실 방통위 직원들은 잘 아시다시피 공무원이니까 정치적 중립성을 강하게 요청 받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정권 수호의 앞잡이로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항간에 떠도는 의구심처럼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던 방송통신위원장을 임기가 보장된 위원장입니다. 이 위원장을 내몰기 위한 압박 수단이다 이런 것들이 조금 더 명확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윤주성: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위원장을 밀어내려는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한 선: 공무원 노조의 성명에서도 나왔지만 방송 장악이겠지요.
◇ 윤주성: 알겠습니다. 요즘 입장과 정치적 이해 등에 따라 상대의 주장을 서로 '가짜 뉴스'로 규정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언론학자시니까 '가짜 뉴스'의 정의와 이런 주장 왜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한 선: 우리가 아는 '가짜 뉴스'라는 표현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과 입장을 달리하는 언론사를 공격하기 위한 어떤 정치적인 언사였습니다. 학문적인 개념도 아니고 법률적인 용어도 아닌데요. '가짜 뉴스'라는 표현은 굉장히 자의적인데다가 또 진영 논리에 따라서 다르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을 권고하지 않습니다. 유럽위원회의 권고 사항인데요. 우리나라도 이 권고를 받아들여서 사실 '가짜 뉴스'를 공식적으로 쓰지 않고요. '불법 유해 정보'라는 이런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진영에 따른 뉴스 소비가 많은 나라로 손꼽히거든요. 그래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상대 진영의 주장이라든지 엄밀한 팩트라고 하더라도 '가짜 뉴스'로 그냥 내몰아버리는데요. 이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정보 유통 측면에서도 그렇고 '가짜 뉴스'를 판명하기 위해 들어가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너무 많은 것이거든요. 건강한 소통 방식은 아니다 이렇게 생각됩니다.
◇ 윤주성: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소통 방식에 대해 제언을 하신다면요?
◆ 한 선: 제가 다른 나라 사례 드는 것을 썩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이런 사례 들어보고 싶어요.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 역대 최고의 대변인이라는 칭송을 받았던 조시 어니스트가 있는데 이분이 백악관을 떠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백악관 기자들에게. "여러분의 일에 대한 열정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구심점이다, 그것이 오바마를 더 나은 대통령, 더 나은 공직자로 만들었다" 이런 평가를 합니다.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의 비판을 수용하고 더 나은 대통령이 되겠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이런 의기도 보이고 자신감을 가졌던 그런 소통 방식인데요. 이런 것을 기대해본다면 너무 큰 기대일까요?
윤주성 기자 (yj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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