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진' '매진' 하다하다 편도 20만 원까지.. “제주, 표가 없어요” 무슨 일?

제주방송 김지훈 2023. 2. 1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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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회복세..노선 재개·증편 '속도전'
국내선 빼서 국제선.. 중·대형 기종까지
공급 좌석 축소 → 좌석난 가중 불가피
일본, 타이완, 동남아 늘려.. 국내 ‘관망’
"3월 더 어려워질 수도" 내수 전략 고민
“기존 항공사 등 노선 확대 지속 주문”


# 1. 해외여행차 가족들과 유럽을 다녀온 후 서울에서 하루를 보내고, 지난 8일 서울에서 내려오지 못해 이틀을 더 머물러 10일 겨우 내려왔다는 김신홍(가명. 47)씨.

“설마, 표를 구하지 못해 집에 가지 못하리라곤 상상을 못했다. 물론 가족이 4명이라 한꺼번에 예약이 쉽지 않은 일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매진이라니. 종일 표가 안돼서 결국 하루를 미뤘는데 금요일까지 대기상태였다”며 “나눠서 와야 하나 고민 끝에, 겨우 자리가 됐지만 자칫 주말까지 길어졌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 2. 급한 출장 때문에 주 초반 서울행 표를 끊어야 했던 고주희(가명. 41)씨도 마찬가지, 서울에 가더라도 제주행 표가 주말까지 동이 나는 바람에 미팅 일정을 미뤘습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표 구하는데 큰 불편이 없어서 닥쳐서 예매에 나섰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면서 “더구나 남아있는 표는 대부분 정가인데다, 비싼 좌석 뿐이라 부담이 커, 여러모로 난감했다”고 전했습니다.



비단 김 씨와 고 씨에 그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최근 이처럼 ‘제주행’ ‘제주발’ 좌석난을 호소하는 경우가 주변, 관광 현장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일주일, 아니 한 달 이상 앞서 일찌감치 예약한 경우 등이 아니고선 제주를 오가는 항공권이 품귀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습니다.

한 번 가볼까 하는 마음으로 자처해 항공권 구하기에 나섰다간, 종일 ‘클릭’만 하다 밤 새울 처지가 되기 일쑤입니다. 빈 좌석을 잡기란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 버린 셈입니다.

항공사마다 국제선에 사실상 ‘올인’하는 태세라, 벌써부터 3월 봄 시즌 관광시장 대응에 비상이 걸리는게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실제 온라인으로 항공사 사이트를 살피고, 검색 포털 등을 찾았지만 표를 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제주행 당일 표는 대부분 판매된 상태로, 이어 이틀치 항공권도 줄줄이 매진이 임박했습니다.

15일과 16일 김포발 제주행만 해도 예약할 표가 없고, 17일 표는 있지만 편도 기본 12만 원 이상, 높게는 비즈니스석 등 20만 원에 육박하는 정상가 정도만 남아 있어 부담을 가중시키는 실정입니다.

한 대형 국적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국제선 회복세가 60~70% 수준에 이르면서 국제선 투입 기재들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며 “국내선 투입편을 크게 줄인건 아니지만, 김포는 물론 지방 출발편에서도 대기자가 속출해 기종 변경 등으로 임시 대처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대부분 3월 개학 전 제주를 찾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많은 편”이라며 “현재 일본 등 해외관광 수요도 계속 밀려드는 상황이라, 지방 수요에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국내선 공급↓ 평균 수요에도 탑승률↑.. “앞으로가 걱정”

사실 ‘너도나도’ 일본이다 베트남, 필리핀, 태국, 해외로 나간다기에 ‘설마 제주가’ 했던게 좌석난에 부딪히면서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코로나19 때처럼 국내 여행객들이 몰리면서 생긴 상황이라면 또 모를까, 운항편·공급석이 줄며 불가피하게 빚어진 좌석난이라 안팎으로 걱정 어린 목소리가 더해집니다.

실제 속출하는 좌석난 호소에, 제주자치도관광협회가 2월 1일부터 13일까지 제주 방문 관광객 현황을 파악해 봤습니다.

지난 1일(수)부터 13일(월)까지 적게는 하루 3만3천여 명, 많게는 3만8천여 명이 제주를 찾으면서 총 방문객은 46만7,704명에 달했습니다.

이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부터 지난해(2022년)까지 4년 같은 기간 방문객 규모와 비교했더니 2019년 50만8,573명, 2020년 27만1,946명, 2021년 31만6,459명, 2022년 48만5,923명으로 코로나 시기였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곤 각각 8.0%(2019년), 3.7%(2022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 이전 단계를 회복했다고 보기 어려운데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해외시장 회복 분위기가 내수시장에 반영되고 있음을 짐작해볼수 있는 대목입니다.

해외로 나서는 발길은 발길대로 빠지는 가운데 막바지 겨울 관광객과 단체 패키지, 3월 개학을 앞둔 방학기간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지만, 좌석 공급이 지난해 수준에도 못미치는게 좌석난을 부추긴다고 해석되고 있습니다.

김보형 제주도관광협회 제주종합관광안내센터장은 “지난주만 해도 하루 평균 3만6천여 명이 제주를 찾았는데, 이는 지난해 대비 2.6% 정도 감소한 수준”이라면서 “국내선 취항편이 1,560여 편으로 지난해보다 8% 정도 줄었고 반면 탑승률은 94% 수준으로 사실상 매진 상태를 보이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보기 어려운데다, 지난해 본격화된 해외 관광 회복세에 발맞춰 수요가 빠지는게 통계에서 확인된다”며 “예전처럼 ‘어쨌든 제주’마냥 가만히 앉아 있어도 제주를 찾는 식의 호재를 기대할 단계가 아님이 전체적인 방문 추이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고 덧붙였습니다.

나아가 이같은 상황이 봄 시즌 파장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들이 쌓이면서 걱정을 키우고 있습니다.


“제주보다, 해외”.. 국제선 증편, 좌석난 파장 확산

이처럼 가시화되는 좌석난은, 해외노선으로 쏠린 항공사들의 행보와 좌석 공급에서 우선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제주기점 국제선이 늘어난게 아니라, 인천공항 등 아웃바운드(Out-bound. 외국으로 나가는 관광객) 수요가 충분히 분포된 지역을 거점으로 항공사마다 '너도나도' 국제노선을 늘리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제주는 일본과 동남아 노선 등이 한 달 도착 기준 100여 편 정도 운항하는게 고작입니다.

국토교통부의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1월만 해도 인천공항을 오가는 국제선 항공편만 2만2,904편으로 지난해 1월 1만3,012편과 비교해 2배 정도 늘었고 국제선 여객만 378만여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35만여 명)보다 10배 정도 증가세를 보일 정도입니다.

더구나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완화 추이에 따라 3월 이후 중국 노선 회복세까지 점쳐지면서, 항공사들의 해외노선 확장 추이가 더 빨라질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하계시즌 '해외 확대' 초점.. “봄 관광 불안”

겨울철, 즉 동계시즌 해외 노선을 늘리고 그만큼 수요를 끌어 모으면서 항공사들의 3월 이후 하계시즌(3월 마지막 일요일부터 10월 마지막 토요일) 운항 스케줄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재 항공사들은 3월과 하계시즌 스케줄을 국토부에 신청 중으로, 정확한 규모나 노선 추이는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건 없습니다.

다만 일부 운항을 확정하고 발표한 항공사들 행보를 보면 수요가 활발한 노선은 더 늘리고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노선도 속속 재운항을 확정짓는 모습이고 신규 노선이나 봄 전세기도 제법 띄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홍콩·타이완·동남아 재개·증편.. 장거리 취항까지

우선 제주항공이 3월 26일부터 마쓰야마와 시즈오카 노선을 주3회 단독 운항하기로 했고, 3월에는 티웨이항공이 가고시마,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3월 18일 센다이 노선 전세기를 취항할 예정입니다.

기존 도쿄나 오사카, 후쿠오카 등 대도시 노선은 유지하면서 지방 취항에서 신규 수요 진작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여기에 중국 회복에 앞서 홍콩이니 타이완 등 중화권 노선 공략도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진에어와 제주항공, 에어부산, 중화항공 등이 타이완 노선을 중점 취항하고 홍콩은 홍콩익스프레스가 3월 초 제주‧부산 직항 재개를 예정했습니다.

또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노선도 재개와 증편이 잇따르면서 해외노선 확장이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대한항공이 하계시즌 프라하, 취리히, 이스탄불, 마드리드 노선 재운항에 나서는가 하면 신생 에어프레미아는 인천~LA 노선을 매일 운항으로 늘리는 등 장거리 노선 개척도 분주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3월 제주기점 국내선 급감.. 내수 유치 ‘한계’

이같은 해외노선 활황세는 고스란히 제주를 비롯한 국내선 감소세로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가급적 국제선을 먼저 띄우고 중대형 기종도 우선 투입하다 보니, 기존 국내선 운항편은 줄어들고 공급 좌셕 역시 감소할수 밖에 없습니다.

앞서 1,2월 줄어든 노선과 공급 좌석 여파는 3월 제주기점 운항 편수에서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제주 국내선 운항편 현황만 보더라도 2022년 12월 제주 도착 기준 국내선은 6,733편여 편으로 1년 전보다 10% 정도 줄었습니다.

이어 올들어 1월 6,716편, 이달 6,158편으로 지속 감소세를 보이고 3월엔 5천여 편(5,208편) 수준까지 운항편이 줄어들 예정입니다.

이는 전달보다도 1,000여 편, 전년과 비교해도 1,400여 편 감소한 수준으로 얼마나 국내선에서 기재가 빠졌는지 위축세를 알수 있습니다.

당연히 개별 관광객들은 표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구조인데다, 특히 여행사들의 경우 사전 계약한 단체 등 구성이나 상품 모집 단계에서 설정한 목표치 자체를 아예 바꿔야 할 처지까지 놓이게 됐습니다.


“우선 국제선” 행보에.. 하계 국내시장 향방 ‘변수’

또한 항공사들마다 대외적으로 해외노선 취항 계획들을 표출하고 국토부에 노선 신청은 하면서도 정작 여행업계나 지역 등에 구체적인 하계 노선 취항 계획이나 규모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도 이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기 정도면 웬만한 하계 스케줄 운항 규모 파악이 가능했던게, 항공사마다 우선 국제선 편성을 서두르는 탓에 아직도 정확한 국내선 편성 규모를 책정하지 못한게 주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련해 고성언 'H’여행사 부장은 “지금쯤 어느 정도 하계 운항스케줄이 업계별로 통보되고 공유되면서 운항계획들을 논의해야할 시점인데 대부분 불투명한 상황이라 계획 자체를 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방노선 부족 등의 형편을 감안해 하계시즌 김포 운항편을 일부 지방노선에 편성하겠다는 항공사가 있지만 이 역시 확정된게 없고, 한두 편 운항을 더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또 “대형 기종이나 노선이 대부분 국제선 위주로 편성되는 등 하계 스케줄 변경으로 인해 좌석이 줄어들면서 대체편 마련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3, 4월 수요 예측이 어려운 시기에 목표치로 설정하거나 계획했던 단체·그룹 규모를 아예 바꿔야할 상황도 배제하지 못하면서 여러모로 고민이 커졌다”고 어려움을 전했습니다.

한 국적사 관계자도 “현재로선 국내선이나 국제선 노선 조율이 ‘이렇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단계”라면서 “공급 확대에만 치중하다 자칫 손실을 키우고 출혈 경쟁으로 번질수 있고, 지방 공항의 불만도 많아 여러 경우의 수를 타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주 등 국내 소외, 타격 우려.. 노선 유지·확대 전략 주문

당분간 항공사들의 해외 하늘길 진출이 이어지고, 국내선 소외는 불가피할 것이란게 업계나 정책 당국의 전망입니다.

코로나19 3년여, 경영난이 워낙 심했던 항공사들로선 수요가 포화될 정도로 몰리고 돈이 되는 국제선에서 가능한 수익을 내는게 우선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때문입니다.

3월 이후 중국 시장 회복이란 변수를 감안해, 일본 그리고 동남아 시장 등을 겨냥한 집중적인 노선 편성과 증편에 승부수를 던질 것이란 관측입니다.

또 다른 국적사 관계자는 “중국노선 정상화까지는 일본, 그리고 겨울시즌에 이어 가격 경쟁력 등을 감안한 동남아권 수요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이들 노선들 중심의 국제선 취항을 통한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봄 시즌 제주 수요를 비롯해 국내시장을 배제하는건 아니지만 이역시 시장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이고 전체적인 구도에서 적절히 배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관련해 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역대 최대 관광객 달성을 비롯해, 제주 관광에 대한 선호도와 경쟁력은 충분히 입증됐다. 국제선 확장에 대응한 노선 확보가 관건”이라며 “국내선 노선 감편 규모가 더 확대된다면 역내 관광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좌석난’이라는 징조가 불거진 지금부터라도 기존 항공사들의 노선 유지와 확대를 이끌 대책과 함께 업계 공동 마케팅을 비롯한 유치 전략 고민을 서둘러야할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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