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장 표만 보고 양곡관리법 강행… 그 돈으로 콩·밀 농사 지원을”[현안 인터뷰]

서종민 기자 2023. 2. 15. 09: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현안 인터뷰 -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장
정부가 남아 도는 쌀 사준다면
농민들은 더 많이 생산하게 돼
공급과잉 부를 포퓰리즘 정책
日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땐
북미·필리핀 등 돌고돌다 韓에 도착
수산업계, 과도한 걱정 말아야
韓, 전자·데이터 분야 세계최고
농업과 접목땐 수출길에도 도움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집무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적 수준의 정보기술(IT)이 농업에 접목되면 국제적인 경쟁력이 생긴다”며 “변화, 혁신,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정부의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에 대해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5년 후, 10년 후 나라가 어찌 되든 알 바 아니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 위원장은 “콩이나 밀 생산을 과감하게 지원해 자급률을 높이고 자연스럽게 쌀 생산량을 줄여 쌀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를 둘러싼 수산업계 우려에 대해선 “우리나라 바닷물 상태를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먼저 부딪힐 문제인 만큼 지나치게 걱정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장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양곡관리법을 두고 여야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양곡관리법은 말이 안 되는 법안이다. 쌀이 부족하면 가격은 오르게 돼 있다. 쌀 가격이 내려가는 건 공급이 많다는 뜻이다. 작년, 재작년 쌀값 하락은 쌀이 많이 생산됐기 때문이다. 그럼 어떡해야 하나. 쌀 공급을 줄이거나 수요를 늘려서 시장균형을 이루면 가격이 유지된다. 그런데 쌀 수요는 계속 급격하게 줄고 있다. 우리 어릴 때는 1인당 쌀을 1년에 120㎏씩 소비했는데 지금은 57㎏에 불과하다. 인구가 줄고 식습관이 바뀌면서 수요가 또 줄고 있다. 그런데 생산량은 늘어났다. 작년에만 쌀 90만t을 시장 격리했다. 그런데 올해 또 풍년이 들어서 많이 생산하면 큰일이 나는 것이다. 쌀 보관할 곳도 없어진다.”

―어떤 방법이 필요한가.

“정부가 쌀을 사주면 농민은 더 많이 생산하게 된다. 그렇게 하지 않고 가령 콩이나 밀 생산에 지원금을 줄 수도 있다. 농민들이 콩, 밀 생산으로 전환해 쌀 생산이 줄어들면 쌀 가격은 유지될 것이다. 콩과 밀 자급률도 올라가게 된다. 콩이나 밀처럼 자급률이 낮은 곡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더 과감하게 지원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농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

“개인적으로 설명하면 수긍하면서도 당장 소득대책이 없다고 한다.”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결국 우리 농업에 대한 지원금은 세금에서 나온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돈이 아니다.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남는 쌀을 북한에 지원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다. 우리가 직접 쌀을 생산해서 줄 게 아니라 똑같은 돈으로 중국 쌀을 사서 주면 6배로 더 많은 쌀을 줄 수 있다. 북한을 위해서도, 우리를 위해서도 나은 방법이다. 다른 작물과 축산 쪽 지원을 줄이면서 굳이 쌀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양곡관리법을 강행하려고 한다.

“포퓰리즘이 그런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중남미에서도 ‘몰라서’ 포퓰리즘 정책을 펴는 게 아니다. (정책을) 던지면 표가 확실히 오니까 하는 것이다. 5년, 10년 후 나라가 어찌 되든 알 바 아니다. 우선 그날 내가 표를 얻기 위해 그런 정책을 펴는 것이다.”

―민주당은 농가 난방비 지원도 요구하고 있다.

“결국 같은 얘기다. 난방비, 전기, 공공요금 모두 상품을 공급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면 그에 상응하는 돈을 받아야 한다. 100억 원이 드는데 실제 받는 돈은 80억 원이나 90억 원에 불과하면 나머지 10억, 20억 원은 누가 주나. 결국 세금에서 줘야 한다. 그래서 지금 공기업 상당수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수산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나치게 걱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류의 흐름을 보면 일본 해류가 미국과 캐나다를 먼저 돌게 된다. 하와이 쪽으로 가는 해류가 있고 북남미 근처까지 도는 해류도 있다. 그렇게 돌고 나중에 필리핀을 거쳐 우리나라로 해류가 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적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가 먼저 부딪힐 문제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에 따라 감시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다.”

―일본이 근접국이다 보니 원전 오염수에 대한 우려가 큰 것 같다.

“가까이 있지만 그 영향력을 놓고 봤을 때는 최종적이다. 또 우리나라 바닷물 상태를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있다. 일부 과도한 우려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얘기하면 좋겠다. 식품과 건강 문제는 워낙 예민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합리적인 판단과 대응을 놓칠 수 있다.”

―농어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

“사양산업이라는 표현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사양’이라는 것은 번성했다가 필요 없어지니 사그라지는 상태를 뜻한다. 농업은 다른 산업이 발전하면서 뒤처진 것일 뿐이다. 어떤 산업이 발전하려면 돈과 자본,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농어업은 현재 이런 조건이 잘 갖춰져 있다.”

―농업 발전에 필요한 자본이라는 조건도 갖춰진 것인가.

“시중에 돈이 너무 많다. 돈은 많은데 투자해서 수익을 낼 만한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농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도 많이 생겼다. 여건이 갖춰진 것이다. 대통령도 말씀하셨지만 1·2차산업이 사양이라 없어지는 게 아니다. 낙후돼 있어서 투자하면 발전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 분야다.”

―우리 농업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5600만 달러에 달하는 농업 분야 투자 약정서를 맺었다. 수출할 만큼의 농업기술이 있다는 점이 증명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농업기술이 가장 발전한 나라로 네덜란드, 이스라엘을 꼽는다. UAE와 가까운 나라인데 왜 우리에게 투자했겠나. 한국 기술이 UAE에 더 적합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전반적인 농업기술이 네덜란드만큼 세계 일류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부분적으로 특정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일류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한국 농업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인가.

“예를 들면 네덜란드는 유리 온실 하나만 해도 6만 평 규모로 한다. 반면 우리는 200평, 500평, 1000평 등 다양한 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다. UAE 입장에선 사막에서 유리온실을 경영하려면 우리 기술을 가져다 쓰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는 또 전자, 데이터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런 기술이 농업과 접목되면 국제적인 경쟁력이 생긴다. 대통령이 방문해 보도된 UAE 경우 외에도 베트남,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에도 (한국 기술과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다.”

―어떤 기술업체들이 진출해 있나.

“최근 미국에 16억 달러 규모의 우리 농기계를 수출했다. 미국에 큰 트랙터는 많은데 작은 정원이나 텃밭에서 쓰는 경운기나 작은 트랙터는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농기계를 새로 만들려면 생산 설비가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농기계를 수출할 수 있었다.”

―그동안 농업 기술의 중요성을 유독 강조해왔다.

“농업은 기술이 95%, 노동이 5%라는 말이 있다.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대통령이 한 말이다. 기술이 매우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는데, 이를 농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 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농업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한 번도 농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AI를 통해 평생 농업에 종사해 온 사람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규제가 없어져야 한다. 또 돈이 필요하다.”

―농업 기술 발전을 위한 자본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예를 들어 첨단기술 시설을 도입하려면 10억 원이 든다. 지열 시설까지 갖추려면 돈이 더 많이 든다. 그 많은 돈을 청년들이 다 댈 수 없다. 개인 투자자들이나 사모펀드가 참여해야 한다. 다른 산업 분야는 그렇게 하는데, 농업은 지금 그런 구조가 뒷받침돼 있지 않다.”

―정부가 이 과정에서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는 금융지원제도, 조세제도, 규제개혁을 해서 시스템을 만들어줄 수 있다. 정부가 그저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역할만 해선 안 된다. 사업성이 있으면 돈을 투자받고, 잘 안되면 본인도 금융사도 손해를 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잘되는 방법을 찾게 된다. 그것이 시장이다. 농업 자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윤희·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 장태평 위원장은

MB정부 농식품부장관… 농식품 수출 100억달러 5개년 계획도 수립·추진

직접 블로그 운영 농어민 소통
농업비용절감운동본부도 설치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농수산업에서 시장 원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 분야에서 약 30년간 관료로 일하며 내린 결론이다. 경쟁력 확보를 기반으로 한 수출 확대가 농수산업을 살리는 길이라는 것이다.

장 위원장은 지난 1977년 제20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경제기획원·재정경제부 등에서 약 30년간 일했다. 농수산·복지 등의 예산 업무뿐 아니라 농공지구·농어촌도로·농어촌마을 사업 등을 추진한 경력으로 2004년 ‘정부 부처 국장 교류제도’를 통해 농림수산식품부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1년 8개월간 농업정책국·농업구조정책 등 국장직을 맡아 농업 정책의 입안을 수행했다. 장 위원장은 부처 국장 시절 ‘농업 CEO’라는 표현을 처음 썼을 만큼 소위 기업가정신으로 농업에 임해야 한다는 시각을 갖추고 있었다.

장 위원장은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전임 정운천 장관(현 국민의힘 의원)이 이른바 ‘광우병 파동’ 여파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여서 정책에서 소통 중요성을 절감했다. 당시 장 위원장은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로 각지 농어민과 의사소통을 했고, 페이스북으로는 이들과 당일 약속을 잡는 만남 등 소통에 집중했다.

장 위원장은 농수산업 지원에 대해 정부 주도에서 시장 원리 중심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기도 했다. 수출산업화가 중요하다고 보고 농식품 수출 100억 달러 5개년 계획도 수립해 추진했다. 이를 통해 30억∼40억 달러 수준에서 4년 만에 80억 달러로 규모를 키운 성과를 냈다. 농어업 비용절감운동본부를 설치하고, 관계 단체의 선진지역 연수제를 통해 농업기술과 경영의 접목을 유도하기도 했다.

△1949년 전남 무안 출생 △경기고 △서울대 사회학과·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행정고시 20회 △미국 오리건대 경제학 석사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한국 마사회 회장

서종민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