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싸게 드릴테니 집 좀 사주세요"…쓴 눈물 삼키는 집주인들

박상길 2023. 2. 1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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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상가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붙은 손글씨로 가격정보를 수정한 광고지들.<연합뉴스>

"집값 급등기에 시세차익을 겸해 분양받은 상품이 애물단지가 될 줄 몰랐어요"

2년 전 서울에서 고가의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A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올해 하반기로 입주일자는 다가오는데 분양권 시세가 분양가 이하로 떨어져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A씨는 잔금 마련이 힘들 것 같아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팔아야 할 지 고민에 빠졌다.

고금리와 주택시장 침체 여파로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생활형 숙박시설 등 투자용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고 있다. 특히 분양권 시장에서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일명 '마피')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물건의 대부분은 부동산 과열기인 2020∼2021년 분양가 통제없이 고분양가에 공급됐던 물건들로, 최근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2021년 3월 서울 서초구에 분양됐던 교대역 인근 엘루크 반포는 올해 6월 입주를 앞두고 현재 부동산 관련 포털에 '계약금 포기' 또는 '마피' 등이 적힌 매물이 줄줄이 올라와 있다. 전매 가능한 이 오피스텔은 현재 부동산 포털에 공급면적 24㎡의 경우 분양가에서 최대 3000만원, 50㎡ 7000만∼8000만원, 최대 1억원까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중도금 무이자로 분양돼 계약금을 포기하고 넘기겠다는 매물도 있다.

올해 7월 입주를 앞둔 서울 강남구 논현동 루시아도산208 도시형 생활주택은 일부 무피부터 최대 1억원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2021년 9월 '투자 광풍'을 일으켰던 강서구 마곡특별계획구역 '롯데캐슬 르웨스트' 생활형 숙박시설도 예외는 아니다.

이 상품은 분양 당시 청약통장과 무관하고 분양권 전매도 자유로워 57만여건의 역대급 청약 건수가 몰리며 평균 경쟁률이 657대 1이 달했고, 분양 직후 1억원대의 프리미엄이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면적에 따라 5000만원, 최대 1억3000만원의 '마피' 상태로 매물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전용 111㎡가 21억원에 육박하는 등 분양가가 높았던 데다 금리 인상, 집값 및 전셋값 하락의 골이 깊어지면서 분양 계약자들이 매물을 던지고 있다.

오피스텔 등 투자상품은 부동산 과열기인 2020년부터 2021년에 집중적으로 공급됐다. 2020년 8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주택 매매와 전셋값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하기 시작하며 아파트 대체 상품으로 공급이 줄을 이었다. 특히 사업주체들은 과열기를 틈타 분양가 상한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피해 '하이엔드급'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고급 레지던스를 표방한 생활형 숙박시설을 높은 분양가에 대거 분양했다.

그런데도 청약규제를 받지 않고, 규제지역내 100실 이상의 오피스텔을 제외하고는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투기성 자금이 대거 몰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의 오피스텔 분양가는 2020년 3.3㎡당 1166만원에서 2021년 1296만원, 2022년 1573만원으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특히 서울의 오피스텔 분양가는 2020년 3.3㎡당 2077만원이었으나 2021년 3007만원으로 3.3㎡당 1000만원이 오른 뒤, 지난해는 4173만원으로 2년 전의 2배가 됐다.

청약홈 분양 기준 2020년 분양물량은 전국 4만9411실에서 2021년 5만6724실로 크게 늘어난 뒤 지난해 금리 인상 여파로 2만5889실로 줄었으나 분양가는 되레 높아진 것이다.

건설업계는 2년 전 상한제를 피해 고분양가로 분양된 수익형 상품들의 입주가 올해부터 대거 몰리면서 분양가 이하 급매물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분양 대금 마련 차질로 미입주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대부분의 수익형 상품이 중도금 무이자 등의 조건으로 분양돼 지금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사이 금리가 급등하면서 잔금 전환 시 자금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특히 최근 아파트값이 하락하고 전셋값도 급락해 임차인을 제때 구하지 못할 경우 미입주 사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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