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롤리' 정수빈 "상처·결핍 있는 캐릭터 연기하며 성장했죠"

강애란 2023. 2.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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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맞은 새끼 고양이 같은 캐릭터…따뜻하게 보듬어 주고 싶어"
"성범죄·유산 조심스럽게 접근…발랄한 청춘물이나 강렬한 액션도 욕심"
배우 정수빈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드라마 '트롤리'에서 김수빈을 연기한 배우 정수빈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 취하고 있다. 2023.2.7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이승미 인턴기자 = 무면허 뺑소니 소년범, 학교 폭력에 시달려온 백반증을 앓는 10대, 임신했다며 불쑥 남자의 부모 집에 찾아온 불청객.

넷플릭스 '소년심판', 디즈니+ '3인칭 복수', SBS 드라마 '트롤리'에서 배우 정수빈(25)이 연기한 인물들은 내면에 상처를 지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로 인해 사회 규범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도덕적인 비난을 받기도 한다.

지난 7일 '트롤리' 종영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난 정수빈은 아픔 많은 캐릭터가 극 중에서 성장하는 발자취를 따라오면서 자신도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트롤리'에서 그가 연기한 김수빈은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방황하는 아직은 어른이 되지 못한 20대다. 부모님은 어린 시절 이혼했고, 재혼한 친엄마는 수빈을 모른척한다. 원치 않는 임신까지 했고, 의지하던 친구가 하루아침에 주검으로 발견된다.

그런 김수빈을 안쓰럽게 여기고 보듬어주려는 어른 김혜주(김현주 분)가 있지만, 김수빈은 그 호의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오히려 가시 돋친 말을 내뱉고, 퉁명스럽게 행동한다.

정수빈은 "(극 중) 수빈은 억수같이 내리는 빗속에 있는 새끼 고양이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손 내밀어 준 사람에게 앙칼지게 굴지만, 날씨가 개고 상황이 좋아진다면 타인의 선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수빈이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고 싶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는 수빈이 역시 원래는 따뜻함을 가진 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드라마 '트롤리'에서 김수빈을 연기한 배우 정수빈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 취하고 있다. 2023.2.7 scape@yna.co.kr

'트롤리'는 어두운 분위기에 인물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인물마다 비밀을 지니고 있고, 나름의 이유를 내세워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한다. 정수빈이 연기한 김수빈 역시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김수빈은 국회의원 남중도(박희순)와 아내 김혜주의 집에 불쑥 찾아와 얼마 전 죽은 이들의 아들인 지훈의 아이를 가졌다는 폭탄 발언을 한다. 드라마 후반부에 가서는 남중도의 위선적인 행동을 폭로하며 극을 폭풍 속으로 몰아간다.

"수빈이를 온전하게 이해하려면 이 친구의 어떤 말이 거짓이고, 어떤 말이 진실인지 그 진위를 판단해야 할 때가 많았어요. 알면서도 모르고 있는 것처럼 연기해야 할 때도 있었죠. 많은 생각을 하기보다는 촬영하는 장면마다 상황에 집중하려고 애썼어요."

극 초반 김수빈은 금방이라도 못된 짓을 할 것처럼 그려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누군가의 돌봄이 절실한 인물이란 점이 드러나면서 동정을 사기도 했다.

임신 사실을 알고 처음 도움을 구하기 위해 찾았던 친엄마는 매정하게 수빈을 몰아붙인다. 반면 자신을 걱정해주는 김혜주에게는 고마움을 느끼면서 그 마음이 진심일지 불안해하고 작은 흔들림에 쉽게 오해를 한다.

드라마 '트롤리'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수빈 역시 이런 극 중 김수빈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그는 "수빈이 친엄마에게 바랐던 것은 작은 관심이었는데, 그게 채워지지 않았다"며 "그러다가 혜주의 관심과 애정을 받으면서 내면이 성장한 것 같다. 어느 순간에는 자신만을 위한 선택이 아닌 혜주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선택을 한다"고 말했다.

사실 정수빈은 촬영 1∼2주일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드라마에 합류하게 되면서 긴장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는 "극의 진행이 시간 순서대로가 아니고 뒤죽박죽이다 보니 한국사를 공부하듯이 대본을 펼쳐놓고 사건들은 시간대별로 정리해 놓고 공부했다"며 "거기에 성범죄, 유산 등 무거운 소재와 연관된 연기를 해야 해서 실제 당사자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마음 상하지 않기를 바라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고 말했다.

정수빈은 상처 많고 결핍 있는 캐릭터를 연달아 연기하며 성장하기도 했지만, 다음 작품은 발랄한 청춘물이나 강렬한 액션 같은 분위기가 완전 다른 장르나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털어놨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또래 배우들보다 늦게 시작했으니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근성'은 자신 있어요. 대학 입시 때도 절대 안 될 것 같은 것도 백번, 천번 연습하면 되더라고요. 끈기 있게, 성실하게 꾸준히 연기하고 싶어요. (웃음)"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드라마 '트롤리'에서 김수빈을 연기한 배우 정수빈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 취하고 있다. 2023.2.7 scap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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