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병인줄 알았는데 옷깃만 스쳐도 으악…들어봤나요, 대상포진
젊은 층도 면역력 저하땐 무방비 노출
의심땐 즉시 항바이러스 투입해야
최강 한파가 계속 되다보니 우리 몸은 쉽게 지치고 면역력이 뚝 떨어졌다. 이때 특히 조심해야할 질환 가운데 하나가 대상포진(帶狀疱疹·Herpes Zoster)이다. 대상포진은 몸 한쪽의 피부에 ‘띠 모양으로 포진’이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상포진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한해 70만명을 웃돌고 있으며 정상인 5명중 1명꼴로 일생에 한번은 걸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9년 대상포진의 진료 환자는 74만 4516명, 2021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72만명으로 줄었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1.6배 많고, 연령별로는 50대가 가장 많고 그 다음 60대, 40대 순이다. 특히 폐경기 여성은 안면홍조나 두통, 우울 등 신체적·정신적 질환을 겪으면서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져 대상포진 발병률이 높다.
대상포진은 어릴 때 발병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가 완전히 죽지 않고 척수의 신경절에 수년에서 수십 년간 숨죽이고 있다가 신체 면역력이 떨어지면 갑자기 활동을 시작하면서 생기는 병이다. 일반적으로 대상포진은 50세 이상에서 암이나 큰 수술을 받은 노약자가 잘 걸리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잘못된 식습관, 운동 부족, 그리고 육아와 업무 등의 병행으로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한파가 겹친 겨울에는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30~40대는 물론이고 10~20대의 젊은 수험생들도 대상포진 위협을 받고 있다. 이는 국제 학술지 논문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특히 왕성한 면역반응으로 대상포진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30~39세의 젊은 층에서 대상포진이 많이 발생하여 충격적이었다. 이는 극한의 추위와 스트레스 상황에서 스트레스호르몬(스테로이드호르몬, 아드레날린, 성장호르몬 등)과 혈장 사이토카인 등의 조절장애 및 NK(자연살해)세포의 활성화 감소로 이어져 잠복해 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갑자기 활동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대상포진 바이러스 특이 T-임파구는 대상포진을 억제하는 데 중요하지만 극한 추위와 같은 스트레스 상황은 이들 수치를 떨어뜨린다.
문동언마취통증의학과의원 문동언 대표원장(가톨릭의대 마취통증의학과 명예교수)은 “취업과 학업 스트레스, 업무상 과로 역시 면역력을 파괴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젊은층 역시 대상포진에 걸릴 위험이 높다”며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에는 면역력이 더욱 더 감소하여 대상포진에 노출될 위험성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문 원장은 또한 “대상포진은 나이 보다 면역력과 관계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평소 스트레스나 과로를 피해야 하며 균형잡힌 식사와 운동을 꾸준히 하여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상포진은 통증과 수포가 신체의 한쪽으로만 신경을 따라 띠모양으로 무리를 지어 나타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매우 드물게 (0.1%) 양측성으로 대상포진이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면역이 결핍된 환자에서 주로 보고되고 있다. 면역력이 약하면 항바이러스제 치료 중에도 반대 측에도 새로 생길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 환자에서는 처음 발병부위와 같은 쪽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신경에도 새로 생길 수 있다.
발진이 없는 대상포진(zoster sine herpete)도 빈번히 보고되고 있다. 대부분의 대상포진과 달리 내장신경과 자율신경에 바이러스가 침범한 경우로 피부에 발진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흔하다. 암이나 내부장기의 다른 병을 의심해 여러 과에서 검사만 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쳐 ‘대상포진후신경통’으로 수년-수십년간 고통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대상포진후신경통은 대상포진을 앓고 난 뒤에도 신경통처럼 몇개월에서 수년까지 통증이 계속되기는 것을 말한다.
대상포진 통증은 발진이 대부분 없어지면 감소하지만 조기치료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피부발진이 사라져도, 10명 중 1~2명 정도에서 통증이 남아있는 ‘대상포진후신경통’으로 발전해 수년간 고통을 겪을 수 있다. 대상포진 발진을 벌레에 물린 것으로 생각하거나 담에 걸린 것으로 자가 진단하여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신경에 염증을 만들고 신경손상까지 초래하기 때문이다.
대상포진이 거의 확실하다면 발진이 나타나기 전부터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야 효과적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발진이 생긴 후 72시간 이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야 신경손상을 줄일 수 있다. 통증 자체도 이차적으로 신경손상을 일으키므로 적극적인 통증치료 또한 매우 중요하다. 통증이 심하다면 진통제 외에 항경련제와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하고 초음파를 보면서 신경주사치료를 병행하여 신경손상을 막아야 한다. 즉, 바이러스 치료와 통증 치료를 동시에 가능한 빨리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하루 이틀 더 지나면 물집이 잡히고 고름이 차며 일주일 정도되면 딱지가 생기는 증상도 나타난다. 문 원장은 이어 “간혹 발진이 없으면서 통증만 있는 대상포진도 있으므로 과도한 업무나 스트레스로 체력이 고갈되었다고 느끼는 사람이 발진 없이 신체의 한쪽으로만 띠모양으로 쑤시고 스치기만 해도 아프다면 가능한 빨리 전문가를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흔히 발생하는 부위는 흉부신경의 신경지배 부위인 등과 가슴인데 전체 환자의 50~70%에 해당한다. 그 다음은 안면부(15%), 목, 허리, 둔부 순으로 발병하며 신체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재발율은 5%(1~8%)정도이며 재발환자의 50%는 지난번 발생부위와 같은 부위에서 발생한다.
대상포진이 무서운 것은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대상포진후신경통 외에도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눈에 침범한 안구 대상포진은 각막염, 녹내장, 시신경염 및 시력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안과의사의 치료도 받아야한다. 지난해 2월말 이마쪽에 피부 반점과 물집이 생겼던 김모 할머니(81)도 치료시기를 놓쳐 바이러스가 결국 안구를 침범해 시력상실로 이어져 아직도 시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안면신경과 청신경을 침범하게 되면 안면마비와 귀통증을 일으키는 람세이헌트증후군을 일으킨다. 한쪽 얼굴과 귀에 통증과 발진이 생기면 쉽게 진단이 되지만 발진이 없는 대상포진의 경우 치료시기를 놓쳐 회복이 불가능한 안면마비와 청력감소까지 초래하므로 빠른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천추부위에 침범하면 소변저류와 방광팽창을 일으키고, 복부 근육에 침범하면 한쪽 배만 불룩 나오는 복부팽만을 초래한다. 매우 드물지만 바이러스가 신경계와 내장계에 침범해 척수염, 뇌수막염, 심내막염 등을 초래하여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면역결핍환자는 대상포진 발병 직후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한다. 그 밖에도 대상포진에 걸린 후 첫 3개월에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2.4배 더 높다는 보고도 있다. 흉부의 대상포진은 심장으로 가는 동맥에 침범하여 심근경색의 위험이 1.7배 증가하며 치매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역학적 연구결과도 있다.
대상포진에 걸리지 않으려면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상포진 백신을 맞아야 한다. 현재까지 국내 사용중인 약독화 생백신은 예방효과가 51~70%이며 50대 이상에서 추천된다. 그러나 백혈병과 혈액 암 등으로 면역이 결핍된 환자,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환자와 임산부에서는 사용이 금지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수입된 사백신은 18세 이상에서, 그리고 면역억제환자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예방효과는 70~97%로 생백신보다 높지만 2회 접종을 해야 하며 가격이 비싼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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