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고소왕, 결석왕, 특권왕

황대진 논설위원 2023. 2. 1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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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별명 유독 많은 이 대표
검찰 ‘황제 출두’ 논란까지
특권 쓸수록 본인 왜소해져
포기하면 오히려 기회 올 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덕훈 기자

이재명 대표는 별명이 많은 정치인이다.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에 그의 별명만 모아놓은 페이지가 있다. 워낙 많아 ‘긍정적’ ‘부정적’으로 나눠놨다. 긍정적인 것으로는 신을 뜻하는 ‘갓(God)’과 이 대표 이름을 합친 ‘갓재명’ ‘천재명’ 등이 있다. 일 잘하고 머리가 좋다는 뜻이다. 언행이 시원시원하다고 해서 붙여진 ‘사이다’도 유명하다.

부정적 리스트에는 ‘고소왕’ ‘욕설왕’ 등이 나온다. 이 대표가 고소한 사람은 동료 정치인뿐 아니라 자신의 친인척, 언론인 등 다양하다. 그러다 무고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적도 있다. 지난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맞붙었던 국민의힘 후보도 고발했다. 그 후보는 “이분이 성남 시장 하면서 1080명 이상을 고소·고발했더라”며 “고소왕이 이번엔 저를 선택했다”고 했다. ‘욕설왕’은 성남 시장 때 본인의 형수, 형과 통화하면서 지나치게 심한 욕을 했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국회의원이 되고 ‘결석왕’이 리스트에 추가됐다. 참여연대가 의원들 상임위 출석률을 조사했는데, 국방위에 속한 이 대표가 41%로 꼴찌였다. 이 대표를 제외한 다른 국방위원 15명의 평균 출석률은 95%였다.

대장동 수사 후엔 ‘특권왕’이 추가될 것 같다. 이 대표는 검찰에 나갈지 말지, 가면 언제 갈지 본인이 결정한다. 지금까지 4차례 소환 통보를 받았다. 첫 번째는 김문기씨를 모른다고 한 허위 사실 유포 등 건이었다. 검찰은 서면 질의서를 먼저 보내고 회신을 요청했지만, 이 대표는 무시했다. 그러자 검찰이 소환을 통보했고, 그제야 5줄짜리 답변서를 검찰에 보내며 “이제 소환 사유가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남FC 사건으로 1차례, 대장동 사건으로 2차례 검찰에 직접 나갔다. 하지만 한 번도 검찰에서 오라고 한 날짜와 시간에 맞춘 적이 없다. 성남FC 건으로 소환 통보를 받았을 때는 검찰에 “무례하다”고 했다. ‘소환에 응할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는 “대통령 가족은 언제 소환 조사에 응할지 물어보라”고 동문서답했다. 대장동 사건 때는 출석 시간을 검찰과 협의하지 않고 당 대변인을 시켜 일방적으로 공지하기도 했다. 유동규씨는 “저 같은 사람들은 조사받을 때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간다”며 “이 대표는 옛날부터 그런 특권 의식을 빼겠다고 했는데, 특권을 너무 쓰시는 것 같다”고 했다.

조사 방법도 본인이 정한다. 일방적 자기주장을 담은 진술서를 제출하고, 검사 질문에는 답하고 싶은 것만 한다. 밤 9시 이후 조사도 거부한다. 형식상 조사에 응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거부하는 것이다. 이 대표 말고 검찰을 이렇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고도 “권력이 없어 없는 죄를 뒤집어쓰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가 권력이 없다면 검찰이 부를 때마다 가슴 졸이며 시간 맞춰 나가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가 되나.

이 대표는 헌법이 부여한 불체포·면책특권도 갖고 있다. 그가 당 대표가 되고 국회는 단 하루도 문을 닫은 적이 없다. 방탄용이란 말이 나온다. 이제 불체포특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순간이 임박했다. 대선 때는 포기를 공약했다. 특권을 누릴 생각이 없다면 스스로 포기하면 된다. 그런다고 바로 구속되는 것도 아니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남아있다. 본인이 결백하다면 특권을 쓰지 않고도 구속을 면할 수 있다. 정치적 입지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질 것이다. 절호의 기회다.

정치 지도자가 특혜를 바라고 특권을 이용하는 것은 국민 앞에 스스로를 왜소하게 만드는 일이다. 특권에 안주할수록 대통령이 되는 길도 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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