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장교서 미국 한의사로…무료 진료 펼치며 사랑·존경 한몸에[자랑합니다]

2023. 2. 1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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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한밤을 가득 메운 별들처럼 반짝이듯 바람에 흐르는 세월이 내 안에 더딘 걸음으로 촉촉이 스며든다.

작은 키에 다부진 첫인상, 늘 굽이 높은 신발을 신고 있는 그를 보고 누가 민경숙 간호장교 대령으로 전역했다면 쉽게 믿기지 않는다.

소박했던 여군 간호 장교의 꿈의 날개가 군 전역으로 잊히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곳을 향한 미국 한의사가 된 것은 '진리의 탐구, 사랑의 실천, 조국의 등불'인 대한민국 국군간호사관학교가 가르쳐 준 교훈의 산실을 이루고 있는 나이팅게일의 명예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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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랑합니다 - 민경숙 예비역 대령

그리움은 한밤을 가득 메운 별들처럼 반짝이듯 바람에 흐르는 세월이 내 안에 더딘 걸음으로 촉촉이 스며든다.

작은 키에 다부진 첫인상, 늘 굽이 높은 신발을 신고 있는 그를 보고 누가 민경숙 간호장교 대령으로 전역했다면 쉽게 믿기지 않는다. 성애·광명병원 간호부장으로 오시면서 간호과장이던 필자와 소중한 인연을 이어 오던 중 어느 날 갑자기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이민 가시면서 그 막중한 책임을 떠맡게 되었다.

잔병치레를 유난히도 많이 하셨던 어머니 병수발을 위해 선택한 간호사의 길섶에 고즈넉이 배어 있는 머리카락에 흰 눈이 내려 있었다. 노(老) 간호 장교의 인생은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봄날의 햇살처럼 익어가는 것인가 보다.

미국 한의사가 되어 교민과 미국인들에게 인술과 봉사 활동 등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간호 장교 시절 미국 군 병원에서 교육받으며 전역하면 꼭 미국서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국군 야전 병원과 월남전 참전, 국군수도병원 수술실, 국방부 간호 정책 담당관 등 오랜 경험을 통해 최초로 만든 ‘수술실관리지침(상·중·하권)과 병동관리지침’은 민간 종합병원에서도 만들 생각조차 못 한 것으로 간호 장교의 질적 교육 향상은 물론 우리나라 의료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역사에 남을 큰 업적이다.

제116육군병원 초급 간호 장교 시절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급학교에 진학 못 한 학생을 위한 중등 과정과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고등과정에 축산(양돈)을 가르치는 야간학교인 계명학원을 면사무소 2층 강당을 빌려 개설했다. 이어 장병들의 재능 기부와 사비를 보태 운영하는 등 청소년 교육과 장병들의 인성교육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과 소통하며 나눔을 실천한 열정은 이것만이 아니다.

국군의 날 행사의 꽃인 거리시가행진에 최초로 간호사관생들의 당당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도 민 대령의 역할이 컸다. 당시 정부예산을 지원받기 위해 찾아간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담당관이 계명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인연으로 행사참가에 필요한 예산을 도움받을 수 있어 간호사관생들의 정복과 적십자표장이 담긴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남군들과 함께한 도보 행진 모습을 본 국민에겐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교민을 위한 무료 진료 활동과 젊은 한의사와 학술 좌담회를 갖는 등 한의사의 소양과 의학적 고찰 등 격의 없는 의사소통은 교민사회를 비롯한 미국인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인생의 도전은 어디까지일까? 열정과 불꽃은 사그라지지 않음을 깨닫게 한다.

간호 장교에서 어렵다는 한의사 공부를 하며 좌절하지 않고 이겨냈던 것은 무엇보다 군 생활이 가져다준 지혜와 여유, 그리고 희망과 용기를 준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을 준 군대를 ‘인생의 도서관’이라 한다. 군 복무를 마친 두 아들을 보니 그 말의 의미를 알 것만 같다.

소박했던 여군 간호 장교의 꿈의 날개가 군 전역으로 잊히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곳을 향한 미국 한의사가 된 것은 ‘진리의 탐구, 사랑의 실천, 조국의 등불’인 대한민국 국군간호사관학교가 가르쳐 준 교훈의 산실을 이루고 있는 나이팅게일의 명예를 지키고 있다.

차향처럼 모락모락 떠오른 추억이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는 그 이유는 보고 싶은 그리움이 불꽃이 되어 아침 햇살을 일렁인다.

1983년 1월 10일 발간한 ‘수술실관리지침’ 마지막 장 글을 옮겨왔다.

‘수술요원 여러분! 인류애가 가슴에 자라고 있는 간호야말로 참다운 간호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환자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사할 수 있고 처참한 죽음을 안겨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전문직의 사명, 아름다운 마음, 풍부한 지식, 정확한 기술로 언제나 새로운 생명을 선사합시다. -국방부의무관실 간호사업담당관 대령 민경숙-’

필자는 오늘도 이글을 되새기며 환자 곁을 지키고 있다.

정옥순 탑 요양병원 간호부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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