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영의 그림산책] 오원 장승업 ‘호취도(豪鷲圖)’
‘호취도’는 안견, 김홍도, 정선과 함께 조선 시대 대표하는 화가로 꼽히는 조선 말의 천재 화가 장승업의 대표작 중 하나다. 장승업은 사의적인 문인화풍이 아닌 뛰어난 기교로 그의 감성을 작품에 담아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짜임새 있는 구성과 힘 있는 필법, 강렬한 묵법 등으로 생동감과 활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장승업은 자신의 예술에 대한 확고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것이 그의 호인 오원에서 드러나는데, 오원은 그가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과 같이 본인도 원이라는 의미로 지은 것이다. 그러한 자부심은 그의 뛰어난 실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는 산수, 인물, 영모, 화훼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성을 보여줬으며 기명절지도를 창안하기도 했다.
장승업의 작품 중 화조영모화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데 섬세하고 생동감 있는 묘사가 특징이다. ‘호취도’는 이런 장승업의 작풍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두 마리의 매가 위아래 대칭되는 위치에 배치돼 작품에 안정감을 준다. 두 매는 날카로운 부리와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깃털이 몰골법으로 표현됐다.
두 마리의 매는 앉아 있는 자세는 완전히 대비된다. 위의 매는 먹이를 노리는 듯 몸을 크게 비틀어 아래를 보고 강렬한 눈빛과 곤두서있는 털로 긴장감이 팽팽하게 느껴진다. 그 나뭇가지도 매와 같은 형태로 뒤틀려져 있다. 그와 반대로 아래가지의 매는 위를 쳐다보고 있으며 털도 차분하게 가라앉아 여유로워 보이며 나뭇가지도 부드럽게 뻗어 나가고 있다.
고목의 줄기와 옆의 바위 역시 몰골법과 적절한 먹의 농담으로 견고함을 느끼게 하며 섬세하게 표현된 나뭇잎과 잔가지, 흰 꽃들은 안정적이고 운치를 느끼게 해 화면을 조화롭게 한다. 또한 절제된 색상 사용으로 매의 기운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중점을 뒀다.
장승업은 자유분방하며 강렬한 화풍으로 많은 작품을 그렸고 이러한 그의 그림은 암울했던 조선 말기를 찬란하게 빛내었다. 최문영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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