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운 없었던 박지원, 쇼트트랙 새 에이스 우뚝...월드컵 종합우승

이석무 2023. 2. 1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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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에이스 박지원(오른쪽)이 월드컵 6차 대회 남자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이끈 뒤 동료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의 새로운 에이스 박지원(27·서울시청)이 오랜 기다림 끝에 세계 최고 자리에 우뚝 섰다.

박지원은 13일(한국시간)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에서 열린 2022~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6차 대회 남자 1000m 2차 레이스에서 1분25초35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어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마지막 주자로 우승을 이끌었다.

박지원은 남자 1000m 결승에서 결승선을 3바퀴 남기고 3위로 밀렸다. 좀처럼 추월 기회를 찾지 못했지만 마지막 바퀴에서 스피드를 끌어올려 바깥쪽으로 치고 나갔다. 결국 앞서 달리던 파스칼 디옹(캐나다), 루카 스페첸하우저(이탈리아)를 단숨에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라선 뒤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도 박지원의 활약이 빛났다. 임용진(고양시청), 이동현(의정부광동고), 김태성(단국대)이 출전한 박지원은 마지막 주자로 중국, 일본, 카자흐스탄과 경쟁했다.

레이스 내내 선두를 이끌던 한국은 결승선을 2바퀴 남기고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결국 한국의 마지막 주자 박지원과 중국의 마지막 주자 륀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1위로 달리던 박지원은 마지막 직선 주로에서 린샤오쥔과 거친 몸싸움을 펼쳤지만 간발의 차이로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국과 중국의 기록 차이는 겨우 0.042초에 불과했다.

지난 12일 남자 1500m 우승까지 포함, 이번 대회에서 3관왕에 오른 박지원은 이로써 월드컵 랭킹 총점 1068점으로 2022~23시즌 월드컵 개인 종합 1위를 확정했다. 종합순위 2위 홍경환(674점·고양시청), 3위 스티븐 뒤부아(668점·캐나다)를 여유 있게 제치고 시즌 종합 우승자에게 주는 ‘크리스털 글로브’를 차지했다.

ISU는 올 시즌 월드컵 창설 25주년을 맞아 월드컵 1∼6차 대회 성적으로 남녀 종합 1위를 선정해 특별 트로피인 크리스털 글로브를 수여하기로 했다. 박지원이 의미 있는 트로피의 첫 수상자가 됐다.

박지원의 이번 시즌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월드컵 1차 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획득하면서 올 시즌 돌풍을 예고한 박지원은 2차 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를 목에 건데 이어 3차 대회에서도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따내며 쇼트트랙 대표팀의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4, 5차 대회에서 각각 3관왕과 2관왕에 등극한 박지원은 올 시즌 마지막 월드컵 대회에서도 3관왕을 오르면서 6번의 월드컵 대회에서 금메달 14개를 쓸어담는 괴력을 발휘했다.

행신고등학교, 단국대를 졸업한 뒤 현재 서울시청 소속으로 활동 중인 박지원은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유독 국가대표 선발전과 인연이 없었다. 번번이 륀샤오준, 황대헌(강원도청) 등 밀려 기회를 얻지 못했다.

시니어로 올라선 뒤 국가대표 선발전을 자력으로 통과한 것은 데뷔 시즌인 2015~16시즌과 2019~20시즌, 그리고 이번 2022~23시즌 등 세 차례 뿐이다. 2018~19시즌은 예비명단에 포함된 뒤 선발전에서 뽑힌 2명이 국가대표팀에서 이탈하면서 대표팀에 승선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도 참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어렵게 태극마크를 되찾은 박지원은 에이스 황대헌의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새로운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특히 아웃코스를 크게 돌면서 폭발적으로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다. 남자 대표팀의 약점이라 할 수 있는 계주에서도 좋은 기량을 뽐내고 있다.

월드컵에서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선 박지원은 안방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한다.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다시 한 번 세계 최강의 실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지원은 “시즌을 시작할 때부터 종합 우승이 목표였는데 달성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다가올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더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도록 파이팅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무엇보다 자신감있게 플레이하려고 노력했다”며 “특히 6차 대회 마지막 계주에서 팀원들과 함께 우승을 차지해서 더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열린 남자 500m 결승에선 임용진이 40초 851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은 린샤오쥔에게 돌아갔다. 린샤오쥔은 월드컵 5차 대회에 이어 남자 500m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 대표팀 기대주 김길리(서현고)는 여자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 1분 33초 037의 기록으로 코트니 서로(1분32초930·캐나다)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부 종합 우승은 1062점을 획득한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에게 돌아갔다. 700점을 기록한 김길리는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4위를 차지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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