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립중앙도서관 1만개 분량 데이터 담은 네이버 ‘각 춘천’ 가보니

박수현 기자 2023. 2. 12. 12: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봉산에 자리 잡은 국내 최대 데이터센터
“정보는 21세기 팔만대장경”…장경각 본따
친환경 냉각 시스템으로 서버 10만대 보호
전력 중단 대비 회전형 UPS도 ‘지속 가능’
춘천시 동면 구봉산 자락에 위치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閣) 춘천’. /네이버

네이버가 연내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 ‘각(閣) 세종’의 개관을 앞두고 있다. 세종시 집현동 4-2생활권 도시첨단산업단지 일대에 29만3697㎡ 규모로 조성되는 각 세종은 초거대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로 대표되는 네이버 인공지능(AI) 및 클라우드 기술력의 허브가 될 전망이다. 각 세종의 모습을 미리 엿볼 수 있는 ‘각 춘천’을 지난 9일 가봤다.

2013년 6월 개관한 각 춘천은 강원 춘천시 동면 구봉산 자락 연면적 4만6850㎡ 부지에 자리하고 있다.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의 관리동인 본관 1개동과 지하 2층, 지상 3층의 서버관 3개동 등 모두 4개동으로 구성됐다. 현재 약 10만대(12만유닛) 가량의 서버를 보관 중이며, 수전 용량은 40MW(메가와트)다. 네이버 측은 “서버 1대의 저장 용량을 7.5TB(테라바이트)로 볼 때, 12만대의 서버가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은 약 900PB(페타바이트·테라바이트의 1024배 크기)다”며 “각 춘천은 9백만권을 소장한 국립중앙도서관 1만개 정도의 데이터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버관은 북관, 서관, 남관 순서로 세워졌다. 서버 보관에 적합한 온도·습도·세균·냄새·기류 등의 조건을 고려한 조치다. 네이버 측은 “북관의 일조량이 가장 적어 이곳에 먼저 서버를 채워 넣고, 자연 바람을 이용한 자체 냉각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이후 이 시스템을 고도화해 일조량이 가장 많은 남관을 열었다”고 했다.

서버관 냉각 시스템은 사실 각 춘천의 자랑이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 중 서버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서버를 식히는 냉각 시스템인데, 이곳의 시스템은 연평균 온도 11.1℃, 여름철 평균 온도 25℃ 이하인 춘천의 날씨를 십분 활용해 에너지를 절감한다.

네이버는 여기에 직접 개발한 기술도 접목했다. 바람을 그대로 유입시키거나, 벽에 차가운 물을 흘리는 방식으로 서버관 내부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네이버 측은 “바람은 필터를 두 차례 이상 거쳐 서버관에 들어오게 된다”며 “이를 통해 각 춘천은 냉동기 가동일을 1년 중 35일 이내로 줄일 수 있었다. 대부분 데이터센터는 냉동기를 365일 24시간 내내 돌린다”고 했다.

‘각 춘천’ 서버관의 냉각 시스템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조(공기조화)실. /네이버

네이버는 서버관 외벽에 ‘바람길’도 설치했다. 일반 차양과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지만, 햇빛은 최대한으로 막고 바람은 최대한으로 통하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측은 “정확히 12도 각도를 계산해 만든 것”이라며 “이는 바람이 서버관 외벽을 타고 들어간 뒤 그늘진 공간을 통과해 어느 정도 열을 식힐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각도다”고 했다.

서버관은 덧신을 신거나 슬리퍼를 갈아신은 뒤 입장할 수 있다. 먼지 유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철저히 서버 관리에 초점을 맞춘 건물인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승용 승강기도 없다. 네이버 측은 “각 춘천 구축 당시 ‘승용 엘리베이터 1대 놓을 자리에 차라리 서버를 몇 대 더 두자’는 의견이 나와 화물용 승강기, 계단만 뒀다”며 “현재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장비를 옮기는 일이 없는 한 계단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서버는 네이버가 각의 컨셉에 맞춰 특별 제작한 랙(선반) 위에 놓였다. 각이 계승한 합천 해인사 장경각이 쉽게 연상되도록 북관은 초록색, 서관은 파란색, 남관은 목재색 랙을 설치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측은 “각 춘천의 랙은 일반 랙 대비 키가 크다. 일반 랙은 40유닛 정도를 보관하는데, 이곳의 랙은 52유닛을 보관한다. 이는 한정된 공간에서 최대한 많은 서버를 운영하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그는 “따라서 각각의 랙에 공급하는 전력 양도 상당하다”며 “현재 일반 랙보다 약 2배 이상의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이처럼 서버를 빼곡히 배치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는 많지 않다. 네이버의 효율적인 상면(랙이 놓이는 자리) 전략을 배우기 위해 문의하는 기업도 상당하다”고 했다.

초거대 AI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고전력 서버는 서버관 내에서도 별도의 공간에 뒀다. 각 춘천의 고전력 랙은 최대 11KW(킬로와트)의 전력을 요한다. 네이버 측은 “간단히 말해, 최첨단 장비를 운영하는 데에 부족함 없는 조건을 갖췄다는 뜻이다”고 했다.

‘각 춘천’ 서버관 내부. /네이버

본관에는 서버관 3개동을 관리하는 방제실과 네이버 서비스 운영을 감독하는 통제실이 있다. 네이버 측은 “방제실의 경우 서버 관리뿐만 아니라 각 춘천의 전반적인 에너지 효율화도 담당하고 있다”며 “일례로 서버관 지하에는 조경 용수, 소방 용수로 쓰기 위한 빗물을 모아두는 우수 처리 장치가 있는데, 이 장치를 이곳에서 관리한다”고 했다.

본관의 핵심은 지하의 무중단전원공급장치(UPS)실이다. UPS는 발전소로부터 전력 공급이 중단됐을 때에 대비해 데이터센터마다 두는 장치로, 크게 배터리형 UPS와 회전형 UPS로 나뉜다. 네이버는 회전형 UPS를 사용 중이다. 네이버 측은 “배터리형 UPS는 배터리 자체에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식혀주기 위한 장치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며 “각 춘천은 그렇게 하기엔 UPS실 공간이 협소해 회전형 UPS를 선택했다”고 했다.

회전형 UPS는 ‘인덕션 커플링’이라는 회전체를 갖는다. 1800rpm으로 고속 회전하는 인덕션 커플링의 운동 에너지는 전력 공급이 끊길 시 전기 에너지로 전환된다. 비상용 디젤 엔진이 가동되기까지 걸리는 약 7초 동안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네이버 측은 “데이터센터 상황에 맞는 UPS를 고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우위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대략 7년마다 배터리를 교체해야 하는 배터리형 UPS와 달리 회전형 UPS는 부품을 정기적으로 손봐주면 최대 20년까지 쓸 수 있다”고 했다.

회전형 UPS의 원동력은 경유다. 각 춘천은 본관 옆 탱크에 경유 52만L(리터)를 보관 중이다. 네이버 측은 “이는 전력 공급이 72시간 동안 끊겨도 각 춘천을 운영하는 데 문제없는 양이다”고 했다.

‘각 춘천’ 본관 지하의 무중단전원공급장치(UPS)실. /네이버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