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 진출 가장 빨랐던 광주…어쩌다 '복합쇼핑몰' 제로 도시됐나?

박준배 기자 이수민 기자 2023. 2. 1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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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아울렛 광주월드컵점의 빛과 그림자
2002 광주월드컵경기장의 변신…전국 첫 '도심형 아웃렛'

[편집자주] 지난 대선 이후 복합쇼핑몰이 광주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다. 광주시는 복합쇼핑몰 사업계획서 접수를 공식화했고 국내 유통 빅3 중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그룹이 제안서를 접수했다. 롯데도 복합쇼핑몰 입점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뉴스1은 본격적인 '복합쇼핑몰' 유통 대전을 앞두고 지역 상생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광주 유통사'를 연재한다.

광주 월드컵경기장 롯데아울렛 모습.ⓒ News1

(광주=뉴스1) 박준배 이수민 기자 = 광주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대형 유통업체의 진출이 가장 빨랐던 도시다.

1990년대 중후반 '전국화'를 노리는 대형 유통업체의 진출이 잇따르면서 광주는 지방에서 유일하게 대형 유통 3사의 백화점을 보유한 도시가 됐다.

광주신세계가 현지법인으로는 처음으로 1995년 개점했고 롯데백화점 광주점이 1998년, 현대백화점도 같은 해 송원백화점과 위탁 운영 형태로 광주에 진출했다.

지방 최대 도시인 부산보다 빨랐다.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이 들어선 게 광주신세계 개점 이후 4개월 후인 12월이다. 광주와 비슷한 규모의 대전은 갤러리아나 롯데백화점 대전점이 2000년에 진출했다.

백화점이 조기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유통 업태도 다각화했다. 초창기 '할인마트'로 불렸던 대형마트가 대표적이다.

백화점의 높은 가격에 대항하는 '할인마트'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가격경쟁력을 내세우며 본격적으로 확장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이 광주에 대대적으로 오픈했다.

신세계 이마트는 1998년 계림동에 동광주점을 개점한 이후 2001년 상무점, 2004년 광산점, 2006년 광주점, 2007년 봉선점까지 잇따라 문을 열었다.

롯데는 2000년 8월 롯데마그넷 상무점으로 개점했다가 2002년 롯데마트 상무점으로 개명했다. 2002년 쌍암동 첨단점, 2008년 풍암동 월드컵점, 2009년 광주 최대 매장인 수완점이 개점했다.

홈플러스도 2002년 두암동에 동광주점을 개점한 데 이어 2007년 하남점과 계림점 문을 열었다.

이 가운데 풍암동 롯데마트 월드컵점은 월드컵경기장을 활용한 국내 첫 '도심형 아웃렛'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광주 월드컵경기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이 스페인을 상대로 승부차기 끝에 5-3으로 이겨 아시아 축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4강 신화를 이뤄낸 장소다.

역사적 상징성은 있지만 광주 월드컵경기장은 건립 당시부터 대회가 끝난 후 활용 방안을 놓고 논란이 많았다.

월드컵을 치르는 것까지는 좋지만 대회가 끝나고 난 후 활용 방안이 막막했다. 인건비를 빼고도 1년 운영비가 20억에서 30억 원가량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광주시는 경기장을 이용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대형 유통업체를 유치하기로 계획하고 경기장 건립을 추진했다.

시는 월드컵이 끝난 후 애초 계획에 따라 2007년 1월 입찰을 통해 롯데쇼핑과 20년 장기 임대 계약을 맺었다. 입찰에는 이마트, 홈플러스, 농협 하나로마트, 까르푸 등이 뛰어들었으나 롯데가 낙찰했다.

롯데쇼핑은 당시 시로부터 유상 대부받은 광주 월드컵경기장 내 토지 5만7594㎡와 건물 1만8108㎡ 중 9289㎡ 내에서 재임대할 수 있다는 전대 이용계약서를 체결했다

매년 45억8000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롯데마트 광주 월드컵점을 2027년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광주 월드컵경기장 활용 방안을 고심하던 '행정'과 치열한 유통 대전에서 승기를 잡고 싶어 하던 대형유통업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롯데는 애초 월드컵경기장을 '롯데마트 월드컵점'으로 운영하고 그 옆에 W몰이라는 패션몰을 둘 계획이었다.

하지만 W몰을 마트에서 운영하다 보니 브랜드 유치가 쉽지 않았다. 사업을 추진하던 상품 구성 담당자(MD) 등이 한계를 호소했고 브랜드 유치에 자신이 있던 롯데백화점 측이 아웃렛 분리를 추진했다. 이듬해인 2008년 '롯데아울렛 광주월드컵점'이 정식 출범했다.

롯데아울렛 광주월드컵점에서 한 고객이 골프의류를 살펴보고 있다.(롯데아울렛 제공) ⓒ News1DB

광주월드컵점은 기존 패션몰을 재단장해 연면적 6만3800㎡(1만9300평), 영업면적 1만7500㎡(5300평), 2층으로 구성했다.

제일모직과 LG패션 등 고급 브랜드의 종합관을 비롯해 닥스와 나이키 등 유명 브랜드 187개가 입점했다. 여러 브랜드 상품을 한 곳에서 쇼핑할 수 있는 '원스톱 토탈 샵'을 지향했다.

아웃렛은 제조업체나 백화점, 전문 체인점이 운영하는 상설 할인 매장이다.

시즌 아웃 상품이나 출시된 지 1년 지난 이월 상품, 과잉 생산품, 경미한 하자품, 전시품 등을 처분하기 위해 직영 형태로 운영하기도 한다.

국내는 1995년 이랜드의 2001아울렛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아웃렛은 대형 매장이 필요하다 보니 토지 가격이 저렴한 교외에 들어선다. 이른바 '교외형 아웃렛'이다.

브랜드 정가보다 저렴하고 직접 매장에서 옷을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 등은 장점이다. 반면 도심에서 거리가 멀어 불편하다는 건 대표적인 단점이다.

하지만 광주월드컵점은 대규모 부지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임차한 탓에 도심에 아웃렛 운영이 가능했다.

롯데백화점이 처음으로 진출한 아웃렛 1호점이자 '도심형 아웃렛'의 시초가 된 것이다.

'롯데아울렛 광주월드컵점'은 전남과 전북 등 인근 지역에서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승승장구했다.

'도심형 아웃렛' 성공을 발판으로 롯데는 프리미엄 아웃렛으로 확장했다. 2008년 경남 김해점, 2011년 파주점 등을 잇따라 개점했다.

광주월드컵점이 '도심형 아웃렛'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냈으나 더 이상 광주엔 '대형마트'가 들어서지 못했다.

오히려 이마트 동광주점과 상무점, 홈플러스 계림점 등이 대형마트가 잇따라 폐점하는 계기가 됐다.

백화점과 아웃렛 모두 유통 대기업이 장악하면서 지역 상권 붕괴와 중소상공인에 대한 상생과 보호 목소리도 커졌다.

2016년에는 롯데 측이 당초 시에 약속했던 재임대 면적을 초과해 167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계약 해지까지 검토됐지만 롯데 측이 광주시에 사회환원금 명목으로 향후 10년간 13억원씩, 총 130억원을 내놓는 조건으로 논란은 마무리됐다.

롯데아울렛 광주월드컵점은 월드컵 경기장 사후 활용의 모범 사례로 꼽혔고 '도심형 아웃렛' 등 여러 유통 채널을 가장 먼저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가 가장 먼저 진출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했던 '광주'를 '복합쇼핑몰 하나 없는 도시'라는 유통업체의 불모지로 만들어버린 '아이러니'가 되기도 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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