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맞습니다…숨겨진 눈의 왕국에서 낭만캠핑 [ESC]

한겨레 2023. 2. 1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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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 캠핑의 정석]캠핑의 정석 울릉도
울릉도서 50일간 열리는 겨울 축제
‘울라 윈터 피크닉’서 즐긴 캠핑
설원 속 야영, 이국적 풍광 새로워
‘2023 울라 윈터 피크닉’에 마련된 버블 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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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섬은 매혹적이다. 울릉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생각해보니 겨울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 설중 캠핑을 즐길 수 있는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때마침, 울릉도에서 겨울 축제가 열렸다. 망설임은 시간만 늦출 뿐, 서둘러 캠핑 짐을 꾸렸다. 겨울 캠핑의 끝판왕, 울릉도에 다녀왔다.

서해 최북단 대청도부터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까지, 가 봐야 할 섬은 셀 수도 없지만 이상하게 늘 내 마음을 잡아끄는 곳은 울릉도다. 하지만, 그곳은 쉽게 닿을 수 없는 섬이었다. 배편은 포항, 울진 후포, 강릉, 동해 묵호 네 곳 뿐인 데다, 그마저도 겨울철엔 휴항하거나 결항이 잦다. 겨울철에는 파도와 바람이 거세고, 여행객들도 드물기 때문이다. 몇 해 전에도 배편 예약을 해 놓고서 전날 포항에 도착했지만, 막상 출발 당일 아침에 결항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울릉도행을 포기해야 했었다.

눈 내린 울릉도 나리분지에 친 텐트.
‘2023 울라 윈터 피크닉’ 현장.

북인도 유목민이 된 기분으로

이번엔 달랐다. 2021년 9월 취항한 울릉크루즈 덕분이다. 포항 영일만과 울릉도 사동항을 잇는 울릉크루즈는 아담한 쾌속선에 비해 선체가 큰 편이라 파도가 웬만큼 높아도 운항이 가능하다. 지난 2일 오후 10시20분, 포항 영일만에서 출항하는 울릉크루즈에 차량을 실었다. 침대가 있는 캡슐 호텔 형식의 4인 객실 내부에는 샤워 가능한 욕실까지 딸려 있었다. 포항에서 울릉도까지 뱃길로 약 7시간, 한숨 푹 자고 일어나니 울릉도가 코 앞이었다. 오전 7시20분, 울릉도 사동항에 첫발을 내디뎠다. 도착 전날까지 폭설이 쏟아졌던 울릉도는 온통 은빛 세상이었다. 차량을 찾아 울릉도 일주도로를 달렸다. 눈길을 걱정했으나 일주도로는 깔끔하게 제설 되어 운행에 무리가 없었다. 눈 앞에 펼쳐진 울릉도 풍경은 기막힌 설국의 바다였다.

울릉도 유일의 평야 지대, 나리분지를 찾았다. 겨울 축제가 한창이었다. ‘2023 울라 윈터 피크닉’이다. 지난 1월10일부터 2월28일까지 50일간 펼져지는 이 축제는 우리나라 최고의 적설량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울릉도에서 캠핑과 백패킹을 즐길 수 있는 행사다. 나리분지 한가운데 최근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인 울릉도 고릴라 ‘울라’가 초대형 아트 벌룬으로 들어 앉아 있었다.

축제장 한 쪽에 마련된 커피 부스에서 따뜻한 커피로 몸을 녹이며 살펴보니 일찍 도착한 백패커들이 저마다 하룻밤 묵어갈 작은 집을 지어 놓았다. 나는 늦은 오후 도착해 서둘러야 했다. 설렘은 언제나 고된 육체노동의 고통을 상쇄시킨다. 눈 위에 집을 짓는 일은 눈을 걷어내고 팩을 박는 일까지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텐트를 칠 기회도 좀처럼 흔치 않은 법, 삽으로 눈을 퍼내고 바닥을 잘 다진 후 그 위로 그라운드시트를 깔며 낑낑거리면서도 힘든 줄을 모르는 것이다. 설원에 어울리는 작은 집이 완성되었다. 달과 함께 빛나는 내 작은 집은 마치 저 멀리 북인도 라다크 유목민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주변으로 알록달록한 텐트의 색감이 눈밭 위에서 더욱 선명했다. 하나둘 랜턴이 켜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다들 어디 갔나 했더니, 주최 측에서 마련한 투명하고 귀여운 모양의 버블 텐트에 삼삼오오 모여 이른 저녁을 짓고 있었다. 텐트마다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와 함께 설국의 밤이 깊어 가고 있었다.

관음도.

이야기 깃든 섬마을의 정취

아침 식사 후 부지런히 움직였다. 울릉도에 왔으니 울릉도만의 매력을 듬뿍 느끼고 싶었다. 바람을 기다린다는 낭만적인 의미를 가진 바위산인 대풍감은 울릉도 최고의 비경으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에 꼽힐 만큼 소문이 자자하다. 관음도는 울릉도에서 죽도와 독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부속 섬으로 깍새(슴새) 떼와 아름다운 울릉도 바다 절경을 만날 수 있다. 울릉 일주도로를 달리다 보면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삼선암은 울릉도 바다의 비경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로, 지상으로 내려온 세 선녀가 바위로 변했다는 전설의 바위다. 제일 늑장을 부린 막내 선녀 바위에만 풀이 자라지 않는다고.

울릉도에서 독도를 전망할 수 있는 독도전망대도 빠질 수 없다. 케이블카를 타고 5분이면 전망대로 갈 수 있어, 노약자들도 수월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인 데다 탁 트인 바다 전망과 함께 도동항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노인봉 자락에 자리한 예림원은 울릉도 자생 식물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식물원이다. 북부 해안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귀여운 사슴, 인공 호수까지 다채로운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박경원 예림원 대표가 약 17년에 걸쳐 직접 조각한 작품들이 곳곳에 자리해 산책하는 재미를 더한다. 저녁 산책으로 촛대바위를 찾았다. 야간 라이트 업으로 반짝이는 촛대바위와 함께 고즈넉한 섬마을의 정취를 흠뻑 느끼고 돌아왔다.

△알아두면 좋아요

1. 나리분지 캠핑은 ‘울라 윈터 피크닉’ 행사 기간(~2월 28일)에만 가능하다. 울릉도 내 캠핑장은 대표적으로 학포 야영장, 울릉도 국민여가캠핑장, 천부해수풀장, 우산국박물관 옆 야영장이 있다.

2. 차박 캠핑을 원하는 경우, 지정된 캠핑 장소에서 하자. 항만구역 내 방파제, 해안가 등 파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장소는 항만법에 의한 불법 야영행위에 속한다. 무엇보다 겨울철 울릉도는 파도가 높아 자칫 휩쓸려 갈 수 있으므로 위험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3. 방문 계획이 있는 관광지 및 식당, 가게, 카페 등은 사전에 통화하여 개방 여부를 미리 확인하자. 특히 겨울철에는 날씨나 사정에 따라 예고 없이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4. 울릉도 여행 시 필수 앱을 이용하면 여행이 한결 수월해진다. ‘울릉군 알리미’는 대중교통 운행, 기상에 따라 달라지는 배편과 관광지 개방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윈디’ 앱은 바람과 파도를 비롯한 날씨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5. 울릉도 여행이 처음이라면 ‘울라 웰컴 하우스’ 방문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울릉도 여행자센터로 여객선 운항정보 및 관광지 운영 상황은 물론, 본인의 여행 테마에 맞게 울릉도 대표 식당, 카페, 관광지, 여행 코스 등을 한자리에서 설계할 수 있다.

6. 울릉도 대표 향토 음식을 놓치지 말자. 꽁치 물회, 독도새우, 산채비빔밥, 따개비칼국수, 홍합밥, 울릉약소, 오징어내장탕, 엉겅퀴 소고깃국 등이 있다.

홍유진 여행작가

1년의 절반은 타지에 살며 그곳에서의 삶을 기록한다. <오늘부터 차박캠핑>, <보통날의 여행>, <나만의 여행책 만들기>, <시크릿 후쿠오카>, <무작정 따라하기 오사카. 교토>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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