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마스크 해제, 개강 앞둔 대학상권 "매출회복 기대 안 해"

박종대 기자 2023. 2. 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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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코로나 시대 달라진 대학 풍속도에 상인들 개강 기대감 떨어져
상인들 "학생들 생활패턴, 비대면 수업에 적응"…배달이 대세
장기간 불경기 이어지며 쪼들리는 대학생들 소비 줄여

학교 인근 매장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DB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10일 오전 11시께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아주대학교 앞.

학교 정문 건너편에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상점 앞으로 거리를 걸어다니는 행인들이 거의 보이지 않아 대학가 상권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썰렁해보이는 골목 분위기와 달리 점심시간을 앞두고 음식점 업주들은 매장 안에서 손님을 맞기 위해 재료를 손질하고 테이블을 닦는 등 준비에 한창이었다.

하지만 상인들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완화되고 처음 맞는 개강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코로나 이전처럼 가게 매출이 회복세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아주대 앞에서 10년 가까이 음식점을 운영 중인 원모(59)씨는 코로나가 유행한 이후 가게 운영에 큰 타격을 입었다.

원 씨가 운영하는 가게는 코로나 이전 아르바이트생을 점심과 저녁시간을 합쳐 6명씩을 쓸 만큼 장사가 잘 됐었다. 하지만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손님이 급감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아르바이트생은 점심시간에 1명만 쓰고 나머지 시간에는 남편과 둘이서 식당을 꾸려가고 있다.

원 씨는 "우리 가게에는 학생, 병원 관계자,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오지만 주고객층은 아무래도 학생"이라며 "예전에 학생들이 많이 찾아올 때는 하루에 70만원까지도 나오던 매출이 30만원 선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이후 매출의 대부분은 배달손님인데 배달은 알다시피 배달료가 나간다. 배달 판매보다 직접 방문하는 고객이 많아져야 이익이 남는다"며 "이곳에서 함께 장사해온 인근 가게들 중 사람을 많이 써야 하는 곳들은 버티지 못하고 대부분 문을 닫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캠퍼스의 봄. 라일락이 만개해있다. 뉴시스DB


코로나 사태가 3년여 동안 지속되는 동안 대중의 소비 형태가 바뀌면서 대학가 상권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서점이나 복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개강 후의 매출을 음식점 업주들보다 더 어둡게 예상했다.

아주대 앞에서만 30년 넘게 영업 중인 한 복사집에서는 이날 취재진이 찾았을 때 복사기 돌아가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곳을 운영하는 김모(62)씨는 "학생들이 비대면 강의 당시에 했던 온라인 수업 방식에 익숙해졌는지 출력이나 제본을 하러 거의 오지 않는다"며 "코로나 이후 상황이 안 좋아질 때는 급격하게 안 좋아지더니 상황이 완만해지고 나서도 회복 속도는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씨는 "복사나 제본을 자주 하던 학생들이 직장에 들어간 뒤에도 우리 가게에 대량 출력을 맡기러 오는 경우가 매출 중 큰 부분을 차지했다"며 "그런데 학생들이 찾아오지 않게 되면 우리는 현재와 미래 고객 둘 다 잃게 되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아주대 인근의 한 서점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40대 김모씨도 이날 손님 한 명 없는 매장 내에서 새로 들어온 책들을 비치하고 있었다.

김 씨는 비대면 강의로 인해 줄어든 학생 손님 수가 대면으로 전환된 후에도 여전히 늘지 않았다고 서점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이전, 특히 학기 초반에는 대학생들이 교재를 사려고 줄을 서는 수준이었는데 강의가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나서 학생들이 점점 줄었다"며 "대면수업으로 전환되고도 교수들이 강의자료를 온라인으로 올리다 보니 우리 같은 서점들은 앞으로 점점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주대 앞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이곳 상권 내 점포들은 원래부터 자주 바뀌어왔지만, 코로나로 비대면 강의가 시작되던 때를 기점으로 많은 가게들이 떠났다고 상권 분위기를 전했다.

A대표는 "대면 강의로 전환된 이후부터 새로운 상가들이 조금씩 입주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내놓은 가게가 나가지를 않아서 억지로 문을 열고 있는 업주들도 존재한다"며 "맛집으로 유명해진 곳은 항상 사람이 많고 장사가 안 되는 곳은 언제나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가운데 있는 분들인데 이 분들이 시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아주대삼거리 상권 중대형상가(3층 이상 또는 연면적 330㎡ 초과) 공실률은 16.0%로, 도내 중대형상가 평균 공실률 10.3%보다 높다.

반면 수원 최대 번화가로 꼽히는 수원역과 인계동 상권 공실률은 각각 9.6%, 7.4%를 기록해 약 1.5배에서 2배 넘게 차이를 보였다.

B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는 대표는 "최근 새로 들어오는 가게들을 보면 주로 배달 전문업체들이 많이 들어온다"며 "반대로 나갔거나 나가려는 가게를 보면 직접 손님들을 상대하는 업종이 많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경기대학교 수원캠퍼스 정문 부근에서는 근처에 위치한 광교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상당수 보였다. 반면 정문에서 길을 따라 아래에 위치한 상가 거리에는 돌아다니는 행인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 썰렁해보였다.

경기대 정문 근처에서 7년째 돈까스집을 운영 중인 이모(41)씨는 "우리 가게는 학기 중엔 학생들이 주로 많이 찾고 방학 중엔 근처 공무원이 많았다. 이번 방학은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공무원들이 잘 찾아 오질 않는다"며 "재료값이 많이 올라 부득이하게 돈까스 가격도 올리게 됐는데, 개강을 하더라도 이전처럼 많은 학생들이 찾아 올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음식점이 텅 비어있다. 뉴시스DB


경기대 후문 인근 편의점에서 일하는 50대 직원은 "대면 수업으로 바뀌고 나서 학생들이 조금씩 늘긴 했는데 완전히 활성화가 되기엔 멀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편의점에 끼니를 때우러 와서 한참을 고민하는 학생들을 볼 때가 있다. 편의점 내부를 한 세 바퀴 정도 돌다가 결국 가장 저렴한 걸 골라오더라"며 "물가가 많이 올라 학생들이 그만큼 식비를 아낄 것으로 본다. 나도 엄마로서 참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 경기본부의 '2023년 1월 경기지역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도내 소비자 심리지수(CCSI)는 89.4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떨어졌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로 기준값인 100보다 크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주관적인 기대심리가 과거(2003~2021) 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개별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기준으로 가계의 재정 상황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현재생활형편CSI(81)는 지난달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은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비관적이다. 현재경기판단CSI(49)는 전월 대비 1포인트 늘었으나 향후경기전망CSI(51)는 1포인트 하락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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