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축복’ 소송, 교회 편견 깨려는 싸움”

2023. 2. 10. 16: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직’ 이동환 목사 법원에 소송 제기… 법원 심사 대상 삼을지 관건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이동환 목사가 지난해 10월 3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문재원 기자


“이 재판이 신의 이름으로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앞장서 온 교회의 아집과 오만한 편견에 경종을 울리길 바랍니다. 그리고 부디 본래 기독교의 본질인 사랑과 환대의 정신을 회복하는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아주 간절히 바랍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이동환 목사(42)가 결국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성소수자를 위한 기도 등 ‘축복식’을 집례했다는 이유로 정직 2년을 선고한 교단의 처분이 무효라는 점을 확인해 달라며 지난 2월 2일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목사는 소장을 제출하기에 앞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소송을 두고 “작게는 혐오와 차별에 물들어 버린 감리회를 바꿔내려는 싸움”, “나아가 한국사회 인권의 장애물이 돼 번번이 차별금지법 등 인권의 진보를 가로막아온 한국 교회를 바꿔내려는 투쟁”이라고 규정했다. 이 목사의 소송을 지지하는 공동대책위원회에는 약 30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 목사가 여러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교단 내 사건을 사법부의 판단에 부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소송의 쟁점은 어떻게 될까.

교단 내 추가 고발 움직임 감리교의 교회법인 ‘교리와 장정’의 재판법에는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했을 때’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 2015년 10월 신설했다. 이를 위반하면 정직·면직·출교 등 중징계에 처하도록 한다. 마약 및 도박과 같은 수준의 ‘범과’(잘못을 저지름)로 본다.

이 목사는 2019년 8월 31일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진행했다. “이 땅의 모든 성소수자와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낙인과 혐오, 차별과 배제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그러자 일부 목회자들이 이 목사를 고발했다. 경기연회 심사위원회(검찰에 해당)는 이 목사를 동성애 찬성·동조 혐의로 2020년 6월 기소했다. 이어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법원에 해당)는 그해 10월 이 목사에게 정직 2년을 선고했다. 이 목사가 상소했으나 총회 재판위원회는 2022년 10월 원심을 확정했다. 감리회 재판은 2심제다.

이 목사는 이를 계기로 기독교 내 성소수자 운동단체인 ‘Q&A(큐앤에이)’를 설립해 사무국장을 맡았다. 성소수자를 위한 활동, 한국 교회의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 등을 펼쳤다.

그러던 중 이 목사는 2022년 11월 16일 목사와 장로 10명의 명의로 된 ‘권면서’를 받았다. 권면서는 일종의 내용증명과 같다. 여기에는 ‘이 목사가 회개하지 않으면 고발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이 목사가 추가로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점, 큐앤에이 활동, 각종 언론 인터뷰 내용 등을 문제 삼았다. 교회법에 따라 고발하기 전에는 피고발인에게 권면서를 먼저 보내야 한다.

이 목사는 그간 사회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지를 고민해왔다. 일단 소송은 위험 부담이 크다. 승소를 쉽게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회법은 교단에서 재판을 받은 후, 동일한 사안으로 법원에 소송을 냈다가 패소하면 추가로 처벌토록 한다. 정직·면직·출교 등 중징계로 수위도 높다. 이 목사가 이미 정직 2년을 선고받은 적이 있어 법원에서 진다면 면직 이상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소송이 대법원까지 가면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 목사는 앞서 교단의 재판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렸다.

이 목사는 지난 2월 7일 통화에서 “그런데도 이번 일이 좋지 않은 선례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소송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누군가는 계속해서 잘못됐다는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추가 고발 움직임도 영향을 끼쳤다.

이 목사는 정직 처분을 그대로 둔다면 “교회 내 성소수자 성도, 동료 목회자, 향후 목회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 등이 성소수자 문제를 비롯해 여러 사안에서 양심과 신념에 따른 목소리를 내는 데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소송이 한국사회를 바꾸는 데 하나의 주춧돌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법원, 심사 대상으로 인정할까 “감리교 총회 재판위원회가 선고한 동성애 찬성·동조 판결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이동환 목사가 제기한 소송의 청구 취지다. 이유는 이렇다. “교단의 판결은 절차적·실체적 내용 면에서 중대한 하자가 있어 이 목사의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했고, 사회질서에 비춰 용인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이 목사가 교단에서 받은 처벌의 옳고 그름을 두고 법원이 심사 대상으로 삼을지 여부다. 이 목사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자 첫 번째 관문이다. 법원이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면 구체적인 내용을 판단하지 않은 채 각하 결정을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근거로 종교단체 내부의 징계 등 결의와 관련한 사안은 심사를 자제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종교 영역에 개입하는 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감리회 측도 이번 소송에서 이런 점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예외도 있다. 개인의 특정한 권리나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이 존재할 때다. 또 교회 내에서 자율적인 해결이 불가능할 때도 사법부가 심사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이 목사 측은 이번 소송이 이런 예외에 해당한다고 본다. 교단 내 목사와 장로가 이 목사를 추가로 고발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목사의 권리와 동성애 찬성·동조 처벌 조항을 두고 다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 목사를 대리하는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교단의 정직 판결이 정리되지 않으면 이 목사가 고발을 당하고 징계를 받는 상황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라며 “이 목사가 목회자 직업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이동환 목사와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2월 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교단이 이 목사에게 내린 정직 2년 처분의 무효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 이동환 목사 제공


무엇보다 동성애 찬성·동조를 이유로 처벌을 받은 이번 사건이 사회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조항이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기 때문에 법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리인인 ‘희망을 만드는 법’(공익인권 변호사 모임) 소속 박한의 변호사는 “법원이 이 사건을 단지 종교문제이기 때문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소수자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법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주길 촉구한다”고 했다.

이와 맞물려 이 목사 측은 해당 조항이 헌법이 보장하는 각종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동성애를 두고 찬반을 논할 수 있는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찬성·동조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두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또 축복식을 집례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도 반한다는 입장이다. 이 목사 측은 “성소수자에 대한 긍정적인 논의를 이끌어가려는 일체의 표현 행위를 금지하기 때문에 개인의 의견이나 사상을 표출할 수 있는 자유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조항이 외려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이 목사 측은 본다. “성소수자 또한 축복받아야 함을 기도하는 행위를 폭넓게 금지함으로써 개인의 종교적인 확신에 따른 표현이나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죄와 형벌은 법률에 규정해야 한다는 형법상의 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도 저촉된다고 주장한다. 동성애 찬성·동조 처벌 조항은 처벌하려는 행위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 목사 측은 “동성애 자체는 단지 성적지향의 하나이기 때문에 동성애만 두고서 어떤 행위나 의견이라고 할 수 없다”라며 “이런 지향에 찬성한다는 게 어떤 행위를 일컫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동성애 찬성·동조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 자체를 무효로 봐야 한다는 게 이 목사 측의 견해다.

각종 재판 권리 침해 등 절차적 하자도 이동환 목사 측은 교단의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절차적인 문제도 있었다고 주장한다. 신속한 재판, 공개 재판, 변호인 조력 등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절차적 하자가 매우 중대해 이를 그대로 두면 현저히 정의관념에 반하는 경우”에는 종교단체의 결의 등을 무효로 인정한다.

감리회의 재판은 2심제다. 교회법은 각급 재판은 2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15일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총회 재판위원회의 재판은 2년이 넘어서야 선고가 나왔다. 1심 판결 직후 효력이 발생한 정직 2년의 집행이 종료된 이후에야 2심 판결이 마무리됐다. 이 목사 측은 “총회 재판 과정에서 기일이 연기된 것은 이 목사와 무관한 경기연회 심사위원회나 총회 재판위원회의 과실 때문”이라며 “벌칙으로 인해 이 목사가 입은 손해를 총회 재판위원회에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다”고 했다.

또 교회법에는 ‘공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이 목사의 총회 재판 과정에서 극히 일부만 방청이 허용됐고 일반인의 방청은 배제됐다. 총회 재판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거리 두기가 완화 또는 해제된 이후에도 일반인의 방청을 불허하거나 방청 인원을 한정했다.

총회 재판위원회가 출석 가능한 변호인을 1~3명으로 제한한 점도 변호인의 조력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는 게 이 목사 측의 시각이다. 교회법에는 ‘이 재판법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은 사회 재판법에 준한다’고 규정한다. 이 목사 측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교단의 재판에서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철저하게 준수해야 했다”고 밝혔다.

“법원이 심사해야” 의견서도 제출 예정 법원이 이번 사건처럼 교회법 조항의 위법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한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법원은 종교단체 내부 결의 등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판단한 내용이 종교 교리의 해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라는 조건도 달고 있다. 법원이 이 목사 사건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 목사 측은 여러 전문가로부터 ‘이 목사 사건은 성소수자를 상대로 한 혐오 및 차별과 관련된 중요한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에 법원이 이 사건을 다뤄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모으고 있다. 향후 이를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의 ‘교리와 장정’ 중 재판법 내용 정리
제1조(재판의 목적) 교회의 재판은 ‘교리와 장정’을 수호하고 범죄를 방지하여 교회의 권위와 질서를 유지하고 범죄자의 회개를 촉구하여 영적 유익을 도모하는 데 있다.
제3조(범과의 종류) ⑧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제5조(벌칙의 종류와 적용) ②제3조 제8항은 정직, 면직 또는 출교에 처한다.
⑤교회재판을 받은 후 사회법정에 제소하여 패소하였을 경우 정직, 면직, 또는 출교에 처한다.
제9조(고소·고발) ①고소·고발하기 전에 마태복음 18:15~17의 말씀대로 권고해 보았다는 사실을 서면으로 첨부하여야 한다.

제2조(재판의 대상자) ③교역자와 교인은 2심제에 의한 공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8조(준용규정) 이 재판법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은 사회 재판법에 준한다.
제34조(재판) ④재판은 당해 심사기록을 송부받은 날로부터 2개월 이내에 판결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1차에 한하여 재판위원회의 결정으로 15일간 연장할 수 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