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덕후’가 쏘아올린 길고양이 논란, 온라인 대격돌

김지숙 2023. 2. 1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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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새덕후 영상’ 4가지 논쟁점
길냥이 급식, 중성화 효용성 등 문제 제기
동물단체 “새 vs 고양이 이분법적 접근은 위험”
야생조류 촬영 전문 유튜버 ‘새덕후’가 올린 길고양이 관련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길고양이 돌봄을 두고 온라인에선 ‘대격돌’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논란은 야생조류 촬영 전문 유튜버 ‘새덕후’(본명 김어진)가 올린 영상이 촉발했는데요. 지난달 28일 그는 ‘고양이만 소중한 전국의 캣맘 대디 동물보호단체분들에게’란 제목으로 13분 분량의 영상을 업로드했습니다.

구독자 42만명에 달하는 그의 영상은 며칠 만에 조회수 150만 회를 넘기며 큰 관심을 얻었습니다. 영상은 길고양이 급식과 중성화(TNR) 중심의 길고양이 보호활동이 야생동물 특히 멸종위기 새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내용이었죠.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는데요. 여러 동물보호단체·활동가의 반발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왜 반발한 걸까요? 비판의 핵심은 그가 길고양이에 대한 오해를 부추기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다는 건데요. 동물권행동 카라는 8일 ‘새도 소중한 동물단체로부터’란 제목의 영상을 통해 새덕후의 영상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대 ‘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으로 캣맘(케어테이커)에 대한 편견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의 영상이 비판받는 지점은 다양한데요. 영상의 핵심 내용인 △고양이와 새의 관계 △길고양이 급식 △중성화의 효용성 △보호활동의 방향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① 고양이와 새_고양이만 악랄한 포식자일까

새덕후의 영상이 가장 먼저 지적하는 지점은 길고양이의 살생입니다. 새덕후는 고양이들이 도심 공원에서 오리를 공격하거나 청설모, 물까치 등을 잡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고양이는 침입종으로 토종 야생동물을 해치고 있다”고 말합니다.

최근 문화재청이 길고양이 일괄 포획 계획을 밝혔다 논란을 빚은 제주 마라도의 사례도 등장을 합니다. 그러면서 “북미지역에서 1년간 고양이로 사망하는 조류는 14억~37억 마리에 달하고, 고양이가 멸종에 기여한 종은 최소 63종에 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유튜버 ‘새덕후’는 지난달 28일 새를 사냥하는 고양이와 고양이 돌봄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를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유튜브 갈무리

고양이가 새와 소형동물을 공격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데요. 다만 동물단체는 고양이의 위협 정도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카라는 “미국 길고양이 개체 수는 9천만 마리로 (그보다 훨씬 적은) 국내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야생조류가 죽는 원인은 다양한데, 왜 고양이만 겨냥하냐는 항의도 잇따릅니다. 투명 유리창, 창문에 충돌해 국내에서만 연간 800만 마리 새들이 희생됩니다. 기후위기와 살충제 살포로 곤충의 25%가 감소했고 곤충을 먹고 사는 새들도 생존 위기에 처했죠.

지난 1월 서울 마포구의 한 주택가에서 길고양이가 인근 주민이 두고 간 사료를 먹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② 길고양이 급식_밥만 안주면 해결되나

새덕후 영상은 고양이 급식이 너구리, 오소리 등 야생동물을 끌어모아 사고의 위험성을 높인다고 말합니다. 그 근거도 제시했습니다. 서울 한강변에 설치한 관찰 카메라를 통해 촬영했다면서 고양이 사료에 접근한 오소리의 모습을요.

카라는 “고양이 급식소에 야생동물이 나타나는 건 사실이지만, 애초에 사람이 서식지를 파괴해 먹이가 부족해진 동물이 사료에 접근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인과관계가 바뀌었단 것이죠.

그렇다면 고양이 밥을 챙겨주면 사냥 행동이 줄어들까요? 고양이에게 영양을 더 공급하면 사냥 행동이 36%까지 감소한다는 해외 논문이 있지만, 국내 연구는 아직 없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결론짓기 쉽지 않은 상황이죠.

③ 중성화_“정답은 아니지만 손 놓는 건 오답”

무엇보다 영상은 “현재의 중성화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예산 낭비 정책”이라고 날을 세웁니다. 새덕후는 영상에서 현재 정부 정책으로 시행되는 중성화 사업은 개체수 감소 효과가 없다고 단언했는데요. 중성화로 번식을 줄이려면 매년 개체군의 75%를 수술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근거였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6일 서울시청 서소문2청사에서 ‘올바른 길고양이 돌봄방안 마련을 위한 동물보호 관계자 회의’를 열고 길고양이 서식현황 등을 공개했다.

길고양이 중성화가 개체수 감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아직 확정된 결론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관련 연구도 충분하지 않죠. 고양이의 서식 환경, 개체수 규모, 중성화 사업 물량 등에 따라 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죠. 분명한 건 ‘중성화가 개체수 감소 효과가 없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배진선 팀장은 “중성화율이 높아질수록 새끼 고양이의 수가 줄어든 것은 모니터링을 통해 증명된 내용이다. 지자체 중성화 사업 물량만으로 감소한 것이 아니라 돌봄 시민이 자발적으로 중성화에 참여해 실질적인 감소를 이뤄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길고양이전문 뉴스레터 ‘캣챠’도 “중성화가 완전한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지금까지 인간과 고양이가 공존하는데 중성화의 공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이라고 말했습니다.

④ 보호활동의 방향_입양이 좋은 건 알지만…

가장 논쟁적인 주제는 고양이 보호 활동의 방향성이었습니다. 영상은 현재 우리가 고양이를 인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입양’을 제시합니다. 새덕후는 “입양이 어려운 것은 안다. 그렇지만 고양이를 사랑한다면 이제 더이상 고양이가 길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것을 돕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카라는 “고양이는 매우 독특한 생태를 가진 동물로 사람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고는 너무 인간중심적”이라고 비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영상에 나오진 않지만 ‘모든 고양이의 입양’엔 아주 민감한 문제도 따릅니다. 안락사(살처분) 논의가 함께 이뤄질 수 있단 것이죠. 캣챠는 “정부 추산 30만 마리, 동물단체 추산 100만 마리의 고양이를 전부 입양하기란 불가능하다. 길 위에서 ‘자기 영역’을 꾸려 살아가는 고양이들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카라 역시 “고양이(Felis Catus)는 매우 독특한 생태를 가지는 동물로 각인기의 경험에 따라 사람을 경계하기도 따르기도 한다. 사람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고양이가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고는 너무 인간중심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논쟁은 평행선이지만 출발점은 같습니다. 동물이 행복하길 바라고, 인간이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단 마음이죠. 그래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논쟁을 새덕후가 용감하게 쏘아올렸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논란이 부디 어느 한쪽 손을 드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간 고양이를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활발했으니 다른 생명들이 처한 상황도 함께 바라보고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카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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