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듀테크 시대엔 학원 안 가도 돼”... AI·빅데이터로 메가스터디에 도전장

최효정 기자 2023. 2.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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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석 아이스크림에듀 대표
초등 스마트러닝 서비스 ‘아이스크림 홈런’ 가입자 수 13만명
AI챗봇 기반 데이터 하루 1600만건씩 축적
챗GPT 같은 대화 프로그램 에듀GPT 구현 목표
”상반기 美 법인 설립… 홈스쿨링 시장 개척”

“스마트러닝(스마트 기기를 통한 학습)의 약점인 관리에 대한 학부모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면 아이들이 더 이상 오프라인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될 겁니다.”

다음달 취임 1년을 맞는 이윤석(57) 아이스크림에듀 대표는 라이벌로 온·오프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메가스터디를 꼽으며 이렇게 말했다. 매출(2021년 기준)이 6배 이상 큰 골리앗을 라이벌로 지목한 데는 대표 스마트러닝 기기 ‘아이스크림 홈런’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며 하루 1600만건씩 쌓이는 데이터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그는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수 밖에 없는 건 학원 선생님들이 강제성을 가지고 아이들을 관리해주기 때문”이라면서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으로 아이의 학습 패턴을 진단하고 어떤 문제에 약한지 예상하고 적합한 공부법까지 추천할 수 있다면 그때는 학원과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석 아이스크림에듀 대표./아이스크림에듀 제공

아이스크림에듀는 2012년부터 초등 스마트러닝 서비스 ‘아이스크림 홈런’을 제공한 에듀테크 기업이다. 이용자가 스마트 기기로 수학과 영어 과목을 스스로 학습하도록 돕는 홈런은 국내 1세대 스마트러닝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등학생 대상 스마트러닝 시장에서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홈런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수학, 영어 교육을 제공하는데 아이들이 스스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와 보상 시스템을 넣었다. 최근엔 아이가 매일 공부를 하면 본인 이름으로 멸종위기종인 나무를 기부할 수 있는 ‘습관나무’ 서비스를 개설했다. 홈런 가입자 수는 2020년 9만5000명에서 작년 13만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새 버전인 ‘홈런 3.0′의 핵심은 ‘관리’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나 AI 등의 기술을 활용해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홈런 2.0의 철학인 ‘공부를 좋아하는 습관’을 더욱 강화했다. 이 대표는 “부모의 강제에 따라서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몰입해 빠져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스마트러닝의 약점인 관리에 대한 학부모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면 아이들이 더 이상 오프라인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스크림에듀에는 교육업체 중 유일하게 자사 AI 챗봇(채팅 로봇) 시스템을 기반으로 누적된 학생 개인 데이터를 연구하는 AI 연구부서를 두고 있다. 하루에 쌓이는 데이터만 1600만건에 달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챗GPT와 같은 대화 프로그램인 에듀GPT를 만드는 것이다. 챗GPT는 미국 인공지능연구소인 오픈에이아이(OpenAI)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대화 전문 AI 챗봇으로 전세계에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상태를 진단하고 관리해줄 수 있는 정교한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향후 메가스터디와 같은 입시업체와도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작년 3월부터 아이스크림에듀 대표직을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가 대표직 제의를 수락한 것은 모기업인 시공테크를 이끄는 박기석 회장의 창의적 인재 양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서울대 정치학과 85학번인 그는 신문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위해 떠난 북미 유학에서 한국과는 다른 교육 환경을 보며 교육사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가 취임한 지난해 아이스크림에듀는 영업이익 22억9101만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337억9673만8880원으로 4.07% 늘었다.

이 대표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갖춘 미래인재를 기르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객관식에서 우수한 학생을 길러내는 기존 교육업체들의 방식은 공정성에 있어서는 좋지만 시대를 앞서가는 비전을 제시하는 인재를 만들어내진 못하지 않냐”면서 “반면 우리의 목표는 아이가 스스로 공부의 재미를 가져 ‘몰입’하고 그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정말로 성공하는 사람들은 20대때 치열하게 자신의 길을 찾아 공부하는 사람들이지만 현재 MZ세대들은 입시를 거쳐 대학에 들어오면 이미 번아웃(burnout·소진증후군)에 시달린다. 억지로 하는 공부였기 때문”이라면서 “성공하는 사람에겐 강한 동기와 공부하는 습관이 있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그런 습관화 과정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수능은 한계에 봉착했다. 수능을 주관하는 주체도 한계를 인정한다. 교육은 전국민이 이해당사자이기에 변화 속도가 느린 것 같지만 또 모두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서 “대치동에서 밤 늦게 까지 아이들을 학원 뺑뺑이를 시키는 부모들도 그게 올바른 방식이 아니라는 사실은 다들 인식하고 있다. 그러니 변화의 발화점에 도달하면 폭발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홈런의 성공을 바탕으로 올해 아이스크림에듀는 해외 진출에 나선다. 상반기 내 미국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미국 홈스쿨링 비율이 20%에 육박하는데 에듀테크에 기반한 교육이 아직은 활성화돼 있지 않아 이를 개척하려는 것”이라며 “홈런의 자기주도적 학습이라는 철학이 미국 교육 시장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공교육과도 협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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