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례품’ 전통주 사진에 19 표시…지나친 접근 제한에 황당

박철현 2023. 2. 1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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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e음’ 방문객 불편
성인인증 거쳐야 확인 가능
농산물 가공품 소비 걸림돌
판로 확대 위해 개선 급선무
전북 부안에 있는 한 주조업체 직원이 고향사랑e음 누리집에 ‘19’금으로 표시된 전통주 답례품 제품 화면을 확인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전통주를 검색해 나온 화면. 제품 화면을 못 보게 하거나 정보 접근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 상세페이지 하단에 ‘청소년 구매 제한’ 표시(빨간 점선)를 해뒀다.

“우리 제품이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선정돼 이제 꽃길만 걸을 줄 알았는데 무척 당황스럽네요.”

올 1월부터 시행한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 답례품으로 와인과 막걸리 같은 다양한 지역 전통주가 선정됐다. 전북 무주는 총 답례품 39개 가운데 6개, 충남 홍성은 87개 가운데 10개가 전통주로 선정되는 등 지역별 답례품으로 전통주 인기가 높다.

하지만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고향기부제 플랫폼 ‘고향사랑e음’에선 인증절차 없이 전통주나 와인을 검색하려면 황당한 화면이 떠 방문객 불편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술 제품마다 성인영화에나 뜰 법한 ‘19’라는 빨간 숫자가 화면을 가득 채워서다. 청소년 구매 제한 답례품이라는 것을 표시하는 것인데 성인조차 제품 정보에 접근할 수 없게 막아놨다. 반면 와인과 육포가 함께 포함된 선물세트는 제품 사진은 물론 상세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

서울에 사는 김경민씨(42·마포구)는 고향사랑e음 누리집에 들어갔다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화면에 전통주 제품은 보이지 않고 청소년 구매 제한 표시만 있어 성인용품을 파는 줄 오해했다”며 “답례품을 보고 어느 지역에 기부할지 결정하려 했는데 제품 상세 내용을 확인하려면 로그인을 해야 해 번거로웠다”고 토로했다.

전북의 한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는 “현재 누리집에서는 이를 해제할 수 있는 관리자 기능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성인이 회원가입 후 로그인하면 제품 정보를 볼 수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행안부가 술 제품에 숫자 ‘19’를 표시한 이유는 ‘정보통신망법’ 때문이다. 법적으로 주류를 살 수 없는 청소년에게 이를 확실하게 알리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사용자가 아닌 운영자 중심의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주류 판매를 관장하는 국세청 법인납세국 소비세과 관계자는 “청소년 구매 여부 표시는 국세청과는 무관하며 단속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에서도 제품 정보 접근 제한이 지나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청소년보호환경과 관계자는 “고향사랑e음에서 청소년이 주류 구매가 가능한지가 최종 문제가 되는 것이지, 단지 주류제품 화면을 보여준다고 해서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불특정 다수에게 제품 상세 설명을 보여도 법적으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류업체 관계자는 “대형 온라인몰에서는 술만 아니라 성인용품도 함께 팔아 성인만 살 수 있는 제품 모두에 일괄적으로 청소년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주류 정보를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할지 말지는 따로 정한 것이 없고 온라인몰 상황에 따라서도 제각각”이라고 전했다.

전통주 업계에서는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오남진 부안강산명주 대표는 “주문관리에 집중하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도 몰랐다”며 “뜻하지 않게 다른 농축산물과 견줘 전통주가 역차별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13년째 무주에서 머루와인과 애플와인을 생산하는 이수복 애플린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우체국쇼핑에서는 성인인증 없이도 제품의 상세 정보를 볼 수 있다”며 “그게 어렵다면 제품 첫 화면이 아니라 상세페이지 하단에 ‘청소년 구매 제한’ 표시를 해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최성호 한국전통민속주협회장은 “네이버와 같은 포털에서도 누구나 전통주를 손쉽게 검색하고 제품 설명도 읽을 수 있는데 우리농산물을 이용한 가공제품 소비 촉진에 도움을 줘야 할 ‘고향사랑e음’에서 상품 정보를 제한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그는 “고향기부제는 지방 활성화는 물론 지역 농특산물 판로를 열어주자는 취지”라면서 “제도 시행을 계기로 전통주가 제대로 홍보 기회를 얻도록 행정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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