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관리비도 집주인 맘대로…세입자, 집주인보다 10배 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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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현장 오늘 '이슈체크' - 국토연구원 윤성진 부연구위원
아파트 관리비에 대한 허술한 시스템과 입주민의 무관심으로 관리비가 줄줄 새는 경우, 적지 않죠? 그나마 아파트 관리비는 사용 내역이 자세히 공개되어 따져볼 수라도 있는데요.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이나 다가구 주택은 완전히 '깜깜이' 상태입니다. 어떤 근거로 매겨지는지 알 수도 없죠. 비아파트 관리비의 허점,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 나오셨습니다.
[앵커]
단독·다가구 주택. 우리가 비아파트라고, 아파트가 아닌 주택들의 관리비 연구를 하셨어요. 하셨는데 보니까 집주인과 세입자의 관리비 차이가 10배에 달한다. 10배나 세입자가 많이 낸다는 건지, 이건 무슨 뜻이에요?
[국토연구원 윤성진 부연구위원]
제가 찬찬히 설명드리겠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말씀드리기 전에 여기에서 말할 몇 가지 용어를 설명해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저희가 관리비라고 하면 우리가 뭐 요새 많이 오른 전기·가스·수도세 이런 것까지 포함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공동주택관리법이라고 하는 법의 제도적 측면에서 보면 이런 것들을 사용료라고 부르고요. 좁은 의미로 관리비라는 단어는 예를 들어 공용 공간을 유지 관리하기 위해 드는 비용. 그러니까 복도·계단 청소, 승강기 이용, 경비 등 일반 관리비 측면을 관리비라고 합니다.
[앵커]
보통 아파트 관리비에는 한꺼번에 나오니까 전기·가스·수도세를 다 관리비로 하는데, 실제로는 그게 아니군요.
[국토연구원 윤성진 부연구위원]
지금 아파트를 말씀해주셨는데요. 아파트는 보통 관리 주체, 우리가 관리사무소라고 부르잖아요. 관리사무소가 관리하고, 비용을 책정한 다음 조금씩 다르게 해서 고지서를 넣어 주면 그런 것들을 내게 되는데요. 사실 이런 관리 주체에 의해 부과된 관리비만 있는 게 아니고 임대인에게 내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원룸이나 다가구·다세대주택은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관리 주체에 맡기지 않고 집주인이 하는데요. 매월 고지서를 내지 않기 때문에 처음 계약할 때 월 3만 원, 5만 원, 10만 원 이런 식으로 다 관리비를 책정해서 어떻게 보면 세입자로서는 두 번째 월세처럼 내는 거죠. 그러다 보니 세입자는 이것들이 제대로 부과된 건지, 근거가 뭔지 이런 게 조금 답답하거나 알기 어려운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 거군요. 관리비에 관한 내용을 사용료와 다르게 구분해서 들었고요. 그런데 연구 결과 윤성진 부연구위원님이 연구해 보니 집주인, 세입자, 단독주택, 다가구주택이 10배 차이 난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국토연구원 윤성진 부연구위원]
다시 수치로 돌아가 보면, 수치가 우리나라 대표적인 가계 지출을 보는 가계동향조사라고 하는 건데요. 화면에 나가듯이 아파트는 자가와 임차의 큰 차이가 없는데 다가구와 다세대는 차이가 큽니다. 조금 뜯어서 생각해보면 아까 임대인 즉, 집주인의 경우, 집주인에게 내는 관리비가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한 집에 어떤 사람은 자가로 살고, 나머지 집은 세를 주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상상해 보고 이 가계동향조사가 가계부를 쓰는 방식으로 쓰거든요. 그러면 그 사람에게 '이번 달에 집주인에게 얼마를 쓰셨습니까?'라고 보면 거기에 관리비가 있는 경우가 적고요. 그런데 세입자는 월 5만 원, 10만 원씩 내고 있으니까 5만 원, 10만 원 이렇게 쓴 거죠. 이런 걸 모아 보면 물론 단독주택에 살아서 미대상인 경우도, 공용 공간이 없기 때문에 안 내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결과가 아무래도 임대인에 의한 관리비라는 게 사회적으로 만연하다는 걸 데이터가 보여주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앵커]
정확히 10배가 차이난다 그런 것보다 임차인이 내는 현실을 보여주는 상황인데요. 그러면 단독주택, 다가구주택을 연구하신 관리비가 우리 아파트의 경우, 한 장으로 관리비 내용이 자세히 나오잖아요, 사용료까지 포함해서. 이런 비아파트는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국토연구원 윤성진 부연구위원]
네, 사실 아파트도 논란이 있긴 했지만, 이후 제도가 정비되고 꼭 우리가 받아 드는 게 세세할 뿐만 아니라, K-apt라고 하는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다른 주위 단지도 있고, 우리 아파트가 예전부터 낸 통계들이 잘 정리되어 있고, 이는 공개의 의무가 있습니다. 하다못해 100세대 정도 되는 데라면 동별 게시판이나 관리사무소 홈페이지에라도 게시하게 되어 있는데요. 이게 지금은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정부에서 이걸 확대하자는 논란이 있으니까 50세대로 범위를 확대하겠다. 그런데 여전히 50세대 이하는 공백이 있는 거고요. 또 집합건물법이라고 해서 소유자가 여럿인 경우에 적용되는 법도 있습니다. 관리하는 법도 있는데요. 그 법도 관리인의 보고 의무가 있고, 거기에 어떻게 나누었는지….
[앵커]
보고 의무가 있어요?
[국토연구원 윤성진 부연구위원]
네, 그런데 그 부분은 저희가 연구해 보니 집합건물법이 실제로 작동되고 있다기보다는 아무래도 집주인이 여럿이니까 집주인들끼리 어떻게 나누느냐가 사실 쟁점이 되는 거죠. 그런 식으로 작동하는 게 확인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걸 해보면 제가 모두의 관리 주체에 의해 부과되는 관리비가 있고, 임대인에 의해 부과되는 관리비가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 법들은 임대인에 대한 관리비를 설명해주지 않는 거죠. 제도화되지 않은 거죠.
[앵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내는 관리비는 자세히 보여주지 못한다는 이야기네요.
[국토연구원 윤성진 부연구위원]
제도에서 그런 걸 다루는 게 없고, 제도가 없으니 공개 의무도 당연히 없고, 임대인이 자의적으로 부과하다 보니 이렇게 소위 '깜깜이 관리비'라는 표현까지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앵커]
임대차관리법이 시행된 지 2년 됐죠?
[국토연구원 윤성진 부연구위원]
2020년도에 개정되었고, 이후 시행됐습니다.
[앵커]
거기에서 시행되다 보니까 임대를 낮추고 그만큼 관리비를 떠넘기는 사례가 많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거든요. 실제 연구해 보니까 그런 일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까?
[국토연구원 윤성진 부연구위원]
제가 여러분을 만나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임대차법이라고 하면 크게 두 가지죠.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차신고제라는 게 있는데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 계약할 때 연 5% 이상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도록 하다 보니까. 그런데 관리비 제도는 없고. 그러니까 임대료는 안 올리고 관리비를 올리는 사례가 부지기수였고요. 임대차신고제는 임대차신고의무를 부여하는 대상의 문제인데 보증금이 6000만 원 이상이거나 월세가 30만 원 이상이면 의무가 되고, 그 이하는 의무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월세를 50만 원 받는 분은 월세를 20 몇 만 원으로 낮추고 그걸 관리비로 전가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좀 재미있게는 일부 극단적인 사례이긴 한데 월세를 27만 원 받고, 관리비는 105만 원 이런 것들이 다방이나 부동산 플랫폼에 올라와서 뉴스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사실 이 정도면 또, 이것도 물론 심각한 문제이지만 더욱 심각한 건 이게 탈세에 활용될 수 있다는 건데요. 임대소득세를 내지 않습니까? 임대소득세를 탈세하는 효과가 어느 정도 나고, 또 요새 건보료도 사실 많은 분이 민감하신데 건보료에서도 임대소득이 잡히기 때문에 건보료를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도 이런 게 많이 활용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듣는 분들은 이런 사례가 아주 예외적인 게 아닌가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몇 가지 통계 분석으로 이런 걸 검증해봤는데요. 가계동향조사를 활용해서 아파트와 비아파트, 자가와 임차 이런 걸 그려 보면 저기 세 번째에 있는 주황색 선이 비아파트 임차가구입니다. 나머지는 쭉 이어지는데 마지막 부분에 2021년 이후 임대차법이 본격화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 시점에 관리비가 늘어나는….
[앵커]
주황색 선만 좀 올라간다. 그러니까 저기에서 월세를 낮추고 관리비를 왕창 올린 게 나타난다는 뜻인가요?
[국토연구원 윤성진 부연구위원]
그런 게 전체적 사례에서도 평균적으로 이렇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고, 이걸 여러 가지로 통제하더라도 효과가 나타나는 걸 연구했습니다.
[앵커]
또 하나 궁금한 게 공적 지원이 이뤄지는 공공임대주택. 이런 데는 이런 관리비 문제가 덜하죠, 아무래도?
[국토연구원 윤성진 부연구위원]
공적 지원이 이뤄지는 주택의 종류가 다양한데요. 그중 우리 LH나 SH가 직접 공급하는 건 그런 문제를 사업자가 직접 하니까 없는데, 민간 시장을 활용하는 공적 주택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전세임대주택인데요. 민간에 있는 집을 LH나 SH 같은 공공주택사업자가 빌려서 그런 공공주택처럼 다시 재임대하는 방식인데요. 전세임대주택도 제도상 공공임대주택의 하나이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에 적용되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이나 공공임대주택특별법 제도를 적용받아야 하는데 실상 그렇지 않고 사실 오히려 더 심각합니다. 그래서 LH나 SH와 쓰는 계약서라는 게 있는데 그 계약서는 허울이고 뒤로 이면계약이나 이중계약이 만연하게 나타나고요. 그리고 실제로는 전세 임대를 구하기가 의외로 어렵습니다. 권리분석해야 하고, 서류 준비하고. 그러니까 집주인들이 좀 귀찮아하는 경향도 있거든요. 구하기 힘들다 보니 임대인이 '너 우리 집에 들어오려면 나한테 뒤로 관리비 10~15만 원 더 줘'라고 하는 사례를 제가 당사자들 많이 만나서 듣기도 했고요. 또 등록임대사업자라고 해서 거기에도 우리가 공공에서 세입자 보호하라고 세제 혜택도 주고, 다양한 인센티브도 주고 하지 않았습니까? 예전에 임대료 상한 같은 것도 있고, 요새는 전월세전환율과 같은 규제도 있고, 이런 규제들이 많이 있는데. 다 임대료와 관련된 거라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관리비로 전환하면 너무도 쉽게 제도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게 존재하는 거죠.
[앵커]
그렇군요. 전세임대주택도 관리비 허점의 문제가 많이 드러나고 있다. 이런 관리비의 허점이 많으면 단독주택, 다가구주택은 아파트 주민들보다 상대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거나 대항할 방법이 없는 편이죠, 지금?
[국토연구원 윤성진 부연구위원]
일반적으로 세입자와 임대인이 대등한 관계라고는 하지만, 대체로 조금 관계가 비대칭적이라고….
[앵커]
열세겠죠. 아주 열세겠죠.
[국토연구원 윤성진 부연구위원]
그리고 특히 저층주거지. 단독·다가구·다세대는 오히려 갭이 더 더 많이 벌어지기 때문에. 그래도 우리가 찾아볼 수 있는 게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나 주위 상담 이런 걸 받아볼 수 있는 창구가 있는데 제가 관리비 연구를 하면서 그런 창구에 계신 분들, 관계자분들과 만나 보면 사실 세입자분들이 작은 걸로는 안 온다는 거예요. 한 1~2만 원 가지고는 안 온다. 귀찮기도 하고 그런 것들은 참는다. 그런데 보증금을 떼인다거나 우리 집의 물이 세서 큰 하자가 발생한다 이런 걸로 왔는데 요새는 관리비 문제가 커진 거죠. 이것도 큰 문제가 되다 보니까 요새는 그런 것도 좀 온다. 그런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습니다.
[앵커]
그럼 이 많은 문제들, 비아파트의 깜깜이 관리비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 거예요?
[국토연구원 윤성진 부연구위원]
사실 이게 쉽진 않습니다. 비아파트 관리비 이런 게 사정이 되게 다르거든요. 집주인분 사정도 다르고, 집도 다르고, 세입자들도 다른데 이런 걸 제도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칙을 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전문가분들 서면 자문을 하면서 의견을 수렴해봤는데요. 요약해 보면 첫 번째, 실사용금에 근거해야 한다. 안 쓰고 하는 거 안 된다. 두 번째, 예측 가능해야 한다. 예측할 수 없게 널뛰면 안 된다. 세 번째, 운영이 투명해야 한다. 계속 하는 말이죠. 네 번째, 제도 운용의 사각지대가 없어야 한다. 지금 제도는 사각지대를 만드는 방식이 좀 있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지금 제도들을 다시 비추어보면 현재는 아까 계속 말씀드린 것처럼 임대인에 의해 부과되는 관리비는 제도화가 너무 안 되어 있으니까 그걸 제도화하고, 거기에 실사용 금액 근거 설정도 하고, 공개 의무도 넣고 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떠올릴 수 있는 반문은 '그러면 영세해서 내가 한두 채 임대하는데도 내가 맨날 고지서 내고 이런 행정업무를 해야 하냐?' 이것도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그런 경우, 사실 임대료에 포함하도록 유도하고 관리비라는 방식으로 임대차 관계에서 받는 것을 제대로 시스템화해서 체계적인 제도 운용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앵커]
잘 알겠습니다. 단독·다가구 주택, 이른바 비아파트의 허술한 관리비 문제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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