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동결·인하 대학 3800억 지원… 이주호 부총리 “인상 대학 유감”

세종=손덕호 기자 2023. 2. 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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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 어려운 경제상황 속 등록금 동결 유지”
“등록금 인상한 대학 유감…교육부 정책 기조 동참해달라”
이명박 정부 이후 10여년 이어오던 등록금 동결 기조 깨져

정부가 올해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대학에 지난해와 같은 3800억원을 국가장학금으로 지원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일부 대학이 국가장학금 지원을 포기하고 등록금을 인상한 데 대해 “유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에 등록금 동결 기조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주호(가운데)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대학 총장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8일 2023년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국가장학금으로 올해 4조4447억원을 지원한다. 그 중 국가장학금 사업엔 4조286억원, 대학생 근로 장학사업에 3677억원, 우수 학생 국가 장학사업에 484억원을 투입한다.

◇등록금 동결 유도하는 ‘국가장학금 Ⅱ유형’ 작년과 같은 3800억

국가장학금은 Ⅰ유형과 Ⅱ유형으로 나뉜다. 소득 8구간 이하 중 성적 기준을 충족하는 학생에게 지급하는 국가장학금 Ⅰ유형은 올해 3조6486억원 지원된다. Ⅰ유형 예산은 작년보다 1040억원 줄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을 반영했다.

교육부는 보호자가 없거나 별도의 시설에서 자라다가 보호 기간이 종료된 자립준비청년에 대해서는 국가장학금 선발에서 성적 기준을 폐지한다. 작년까지 자립 준비 청년들은 국가장학금 Ⅰ유형을 받기 위해 B 학점 이상(기초·차상위 학생은 C 학점 이상)을 받아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자립준비청년이 학업과 일자리,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등록금을 동결·인하하는 등 등록금 완화에 대한 대학의 노력을 평가해 지급하는 국가장학금 Ⅱ유형에는 3800억원을 지원한다. 지난해와 같은 금액이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에 참여하는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중 선발 기준을 충족하고 학자금 지원 구간 9구간 이하인 학생이 혜택을 받는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대학에 재원이 배분되는 구조다 그간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인하하는 규제로 작용해왔다. 이주호 부총리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맡았던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도입됐다. 대학생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과 반값등록금 도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것을 계기로 도입됐다.

부산 동아대 승학캠퍼스. /동아대 제공

◇교육부 “등록금 인상과 재정 지원 사업 페널티 연계는 검토 안 해”

교육부에 따르면 4년제 일반대학과 전문대를 포함해 총 329개 대학 가운데 매년 260여 개 대학이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받는다 그러나 최근 물가가 상승하면서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받는 것보다 등록금을 인상하는 혜택이 더 커졌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는 3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1%로 확대되며 올해 법정 인상 한도는 4.05%로 작년(1.65%)보다 확대됐다. 올해 학부생 등록금을 3.95% 인상한 동아대의 등록금 수입은 5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가장학금 Ⅱ유형으로 지원받은 금액(20억원)의 배 이상이다.

이에 따라 부산 동아대와 일부 교대가 등록금 인상을 단행하면서 10년 넘게 이어지던 등록금 동결 기조가 깨지고 있다.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지난달 3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 참석한 4년제 대학 총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총장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지’ 묻자 114명 붕 45명(39.5%)이 “내년쯤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고물가·고금리 등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가계 부담을 완화하고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청년이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올해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 감사드리며, 교육부 정책 기조에 동참하지 않고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는 유감을 표한다”며 “아직 등록금 책정을 논의 중인 대학은 등록금 동결·인하를 유지하여 교육부 정책 기조에 동참하여 주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물가 상승률이 워낙 높아져 국가장학금 Ⅱ유형이 유효한 정책 수단으로 작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등록금 인상 여부와) 재정 지원 사업에 대한 인센티브나 페널티를 연계할 생각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학금 실비용분 등록금 포함…지원받으려면 국가장학금 신청해야

지역인재 장학금은 국가장학금 Ⅱ유형으로 지원된다. 이 장학금은 비수도권 고교를 졸업하고 올해 비수도권 대학에 입학한 학생에게 지급된다. 1학기까지 학자금 지원 8구간 이하만 대상이지만 2학기 계속 지원자부터는 학자금 지원 9구간 이하로 대상이 확대된다.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 Ⅱ유형에 따른 지원을 받지 못하는데, 등록금 인상 필요성이 있는 대학은 지방에 있는 경우가 많다. 지역인재 장학금을 Ⅱ유형으로 지급하면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근로장학금은 올해 3천677억원 지원된다. 교내 근로 시급이 인상돼 지난해(본예산 기준)보다 73억원 늘었다. 인문·사회계열 우수 학생에게 주는 인문100년 장학금은 작년보다 41억원 증가한 317억원, 예술·체육 계열 우수 학생을 지원하는 예술체육비전 장학금은 17억원 늘어난 110억원 규모다.

발전 가능성이 있는 기초·차상위 고등학생에게 해외 유학을 지원하는 ‘드림장학금’ 지원 규모는 57억원으로, 9억원 확대됐다. 자녀가 셋 이상인 가구의 대학생 자녀에게 지급하는 다자녀 장학금 지원 대상은 만 39세 입학자까지로 한정한다. 만 40세 이상 입학자는 국가장학금 Ⅰ유형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올해부터는 입학금이 폐지됐다. 그러나 대학들이 기존 입학금 중 실비용 분(4년제 사립대 평균 9만3000원)을 등록금에 포함하면서 등록금이 동결되더라도 신·편입생이 고지서로 받아본 등록금은 작년 신·편입생보다 오른다. 교육부는 모든 신·편입생에게 등록금에 산입된 입학금 실비용 분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다음 달 15일 오후 6시까지 국가장학금을 신청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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