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에 국제 사회 지원 쇄도...앙숙·적대국도 동참
6일(현지 시각) 규모 7.8의 강진으로 37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국제 사회의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AP 통신·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많은 국가와 국제 기구들이 구호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진 발생 후 TV 연설에서 “약 45개국으로부터 지원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 영국, 캐나다, 러시아뿐 아니라 나토 가입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스웨덴, 핀란드까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유럽연합(EU),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아랍연맹(OL) 등 국제기구들도 구호 지원을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수천명의 인명 피해에 애도를 표하며 “미국 정부는 나토 동맹국인 튀르키예와 긴밀히 협력해왔으며, 나는 미국의 즉각적인 대응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튀르키예 정부와 필요한 지원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면서 “튀르키예의 수색 및 구조를 지원하고 부상자와 이재민을 돕기 위한 인력이 신속히 배치되고 있다”고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각각 79명으로 구성된 2개의 수색·구조팀을 급파했다고 전했다.
영국은 구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비상 대응 팀을 파견했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은 “76명의 수색 및 구조 전문가와 구조 장비 및 수색견으로 구성된 비상대응팀이 오후 11시까지 튀르키예에 도착할 것”이라면서 “필요에 따라 추가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12국 이상의 EU 회원국이 튀르키예의 지원 요청에 응답했다고 밝혔다.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체코, 프랑스, 그리스, 네덜란드, 폴란드 등 10국 이상의 수색 및 구조대가 동원됐으며, 헝가리, 이탈리아, 스페인, 몰타 등도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나토 가입 문제를 두고 튀르키예와 갈등을 빚었던 스웨덴, 핀란드도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지진 피해자들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튀르키예의 파트너이자 EU 의장국으로서, 우리는 튀르키예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트위터에 썼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도 지진 발생 직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비극적인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에 조의를 표했다.
튀르키예와 오랜 앙숙인 그리스도 필요한 병력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방금 전 에르도안 대통령과 통화했다”면서 “그리스 국민을 대표해 참혹한 인명 피해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도 7일 수색 및 구조 작업을 돕기 위해 75명의 구조대원을 튀르키예에 파견한다고 밝혔다. 외무성에 따르면 경찰·소방청 관계자 20여명과 구조견으로 구성된 선발대가 전날 밤 튀르키예 이스탄불로 출발했다.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구호 활동 동참 의사를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해 희생자에 애도를 표하고 “긴급 구조대를 터키와 시리아에 파견하겠다”고 제안했다. 크렘린궁은 러시아 구조대원 약 1700명을 시리아와 튀르키예로 급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2015년부터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자국 공군을 파견하고 반군 부대에 공습을 가하는 등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트위터에 “어려운 시기에 우리는 튀르키예인들의 편에 서겠다”면서 “재난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썼다.
시리아와 적대적인 관계를 이어온 이스라엘에서도 인도주의적 지원을 약속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외교 채널을 통해 시리아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요청이 들어왔다. 시리아 지진 희생자 및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을 지시했으며 조만간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시리아 골란고원을 점령한 이후, 양국은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6일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에서 발생한 대지진 소식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면서 “유엔은 지진 대응을 돕는 데 전념하고 있다. 우리 팀들이 현장에서 수요를 평가하고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유엔총회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연설에 앞서 유엔 회원국 193국의 외교관들은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새벽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7.8 규모의 강진으로 현재까지 양국에서 37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은 “1991년 비슷한 규모의 강진이 튀르키예 동부 마르마라해 지역을 강타해 1만 7000여명이 사망한 이래 튀르키예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지진”이라고 밝혔다. 건물 잔해 밑에서 생존자 수색 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사상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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