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현대모비스의 숨은 장인(匠人) 장두수 씨가 남긴 기록, 28년 그리고 지구 30바퀴

손동환 2023. 2. 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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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1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2022년 12월 16일 오전에 진행됐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인류가 도구를 사용한 후부터, ‘장인(匠人)’이라는 단어가 존재하기 시작했다. 흔히 ‘숙련된 기술자나 예술가’를 표현할 때 쓰는 단어다.
현대모비스 지원스태프인 장두수 씨도 그 중 한 명이다. 28년 넘게 구단 차량을 움직인 운전의 장인이다. 28년 동안 한 가지 일을 했기에, 장두수 씨가 남긴 기록은 화려했다. ‘28년’ 그리고 ‘지구 30바퀴’라는 단어만으로도, 장두수 씨의 이력을 알 수 있었다.

1994년 4월 7일
1997년 2월 1일. 안양 SBS(현 안양 KGC인삼공사)와 인천 대우증권(현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경기가 열렸다. 두 팀의 경기는 KBL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SBS와 대우증권 경기의 의미는 컸다.
KBL보다 더 빨리 농구단과 인연을 맺은 인물이 있다. 울산 현대모비스 지원스태프인 장두수 씨다. 1994년 4월 7일 기아자동차 농구단에 입사한 장두수 씨는 28년 넘게 한 팀에서만 일하고 있다.
장두수 씨의 핵심 임무는 ‘운전’이다. 선수단 이동 혹은 선수단 지원을 위해, 구단에 할당된 차량을 운전했다. 눈에 띄지 않지만 꼭 필요한 임무로 구단에 헌신했다.

정확한 업무가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선수단 지원스태프입니다. 가장 많이 하는 건 업무 차량 운전이에요. 매니저와 함께 선수단 일을 도와주고, 감독님의 차량을 운전하기도 합니다. 아픈 선수들을 병원에 데려다 주기도 하고요.
울산 현대모비스 프로농구단과는 언제 인연을 맺었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1986년에 면허를 취득했습니다. 다른 일을 하다가, 신문에 있는 모직 광고를 봤어요. 그리고 1994년 4월 7일에 기아자동차 농구단으로 입사했어요. KBL이나 다른 구단에서 저보다 오래 일한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웃음) 하지만 입사할 때만 해도, 농구에 관심이 없었어요. 허재(현 고양 캐롯 대표)가 누군지도 몰랐으니까요.(웃음)
그리고 프로로 넘어갔습니다. 초창기에는 어려움이 컸을 것 같습니다.
아마추어 때는 업무가 많지 않았어요. 이동 거리도 길지 않았죠. 그렇지만 프로가 생긴 후에는 달라졌습니다. 외국 선수도 살펴야 했고, 이동 거리도 길어졌거든요. 또, 선수들이 쉬는 날에 병원을 가다 보니, 저는 다른 사람들 쉬는 날에 못 쉬는 일도 많았어요. 감독님 스케줄에 맞춰야 할 때도 있었고요. 집에 가는 날도 한 달에 1~2번 정도였던 것 같아요.
이동한 거리가 어마어마했을 것 같아요.
제가 알기로는, 지구 한 바퀴가 40,000km 정도인 걸로 알고 있어요. 지구 둘레로 환산해보면, 28년 동안 30바퀴 정도 돈 것 같아요.(웃음)
지금은 내비게이션이 활성화됐지만, 그 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맞습니다. 그때는 내비게이션 없이 다녔어요. 하지만 돌아보니, 오히려 좋더라고요. 남들보다 많은 길을 알 있고, 남들보다 많은 길을 외우고 있거든요. 전국 지도가 제 뇌 속에 다 있을 정도로요. 유재학 총감독님도 제 운전에는 엄지손가락을 드셨어요.(웃음)

운전은 체질이다?
운전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전방을 주시하되, 주변의 움직임과 돌발 상황을 늘 대비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운전으로 인한 피로는 크다. 긴 시간 혹은 장거리를 운전할 때의 피로는 더욱 크다. 특히, 밤이나 새벽에 운전하게 되면, 사고 확률이 상승한다.
장두수 씨도 그런 위험에 많이 노출됐다. 하지만 운전할 때 집중의 날을 더 세웠고, 더 침착하려고 했다. 그래서 아무 사고 없이 28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운전이 체질인 것 같아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평일 경기는 저녁에 끝납니다. 새벽 운전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밤이나 새벽에 움직이면, 2차 사고의 확률이 큽니다. 낮에는 보이는 것들을 피할 수 있지만, 밤에는 그렇지 못해요. 아무 것도 안 보여서, 시야 확보가 어렵거든요. 밤이나 새벽에는 위험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눈이 더 피곤하고요.
졸리지는 않으셨어요?
잠을 쫓기 위해, 믹스 커피를 많이 마셨습니다. 하루에 15잔 정도 마신 것 같아요. 담배도 많이 태웠고요. 몸에 안 좋은 걸 알지만, 의지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 생활을 30년 가까이 했습니다. 건강에 적신호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담배와 믹스 커피 모두 끊었습니다. 끊은 지 2년 정도 됐고, 믹스 커피와 담배값을 다른 통장에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2년 동안 모은 금액이 1,100만 원 정도 되더라고요.(웃음) 웃을 일은 아닌데, 생활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서운 것 같아요.
지금은 졸음을 어떻게 해소하세요?
쉴 수 있을 때 최대한 쉬려고 합니다. 그리고 믹스 커피 대신 아메리카노를 마셔요. 믹스 커피에 있는 프림이 몸에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대신, 아메리카노도 쓰게 마시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연하게 마셔요.
장거리 운행을 할 때도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하셨듯이, 피로를 푸는 노하우가 따로 있으실 것 같아요.
간혹 다른 스태프가 운전을 해요. 한 번만 해도, 죽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죠.(웃음)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아요. 운전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힘든 것도 모르겠고, 그냥 운전대 따라 몸이 움직여요. 운전이 체질인가봐요.(웃음) 다만, 몸이 피곤하면, 잠깐 멍해질 때가 있습니다. 졸음운전은 아닌데, 그 때를 조심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무사고’입니다. 긴장감이 크실 것 같아요.
버스를 가끔 몰 때면, 긴장감이 더 크게 듭니다. 사람들이 많이 타고 차량도 크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합니다. 신경도 더 써야 하고요.
위험했던 순간도 있었을 텐데요.
운전하다 보면, 싸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사고 발생 요소들이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다행히도 사고는 한 번도 안 났어요. 농구단에 있는 28년 동안, 그 흔한 접촉 사고 한 번 없었습니다.
오랜 시간 운전하고 계십니다. 노하우가 있으시다면?
입사할 때만 해도, 농구에 관심이 없었어요. 농구에 빠져들고 나서야, 저희 팀이 대단하다는 걸 알았죠. 또, 농구단은 일반 회사랑은 다른 것 같아요. 정말 가족적인 분위기고, 집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지금까지 버틴 것 같아요. 정도 많이 들었고요. 제가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어요.

“현대모비스요? 저의 안식처죠”
울산 현대모비스는 기아자동차 시절부터 명문 구단이다. 특히, 유재학 감독(현 울산 현대모비스 총감독)이 사령탑으로 부임했던 2004년부터 2022년까지, 현대모비스는 6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KBL 역대 최초 3연속 우승(2012~2013, 2013~2014, 2014~2015)도 달성했다.
장두수 씨도 농구 명가의 역사를 함께 했다. 장두수 씨의 헌신도 있었기에, 현대모비스가 ‘명가’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었다. 현대모비스 농구단을 가족처럼 생각한 장두수 씨는 현대모비스 농구단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현대모비스에 있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3회 연속 우승할 때요. 그 전에도 우승을 많이 했지만, 그 때는 정말 짜릿하더라고요. KBL 역사상 처음이었으니,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말씀하셨듯이, 현대모비스에서 우승을 많이 경험하셨습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좋은 성과를 내줘서, 저 역시 많은 혜택을 누렸습니다. 하와이-유럽 중국 등 해외 여행도 많이 갔어요.(‘우승으로 얻은 포상 여행’이라고 말했다) 농구단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혜택을 누렸다고 생각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유재학 총감독님과 오랜 시간 함께 했습니다. 총감독님께서도 저를 많이 챙겨주셨어요. 저라는 사람을 농구단과 그룹에 많이 이야기해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많은 혜택을 누렸다고 생각해요.
또, 총감독님께서는 “사석에서는 형이라고 불러”라고 하시거나, “내 마누라 같아”라며 저를 많이 신경써주세요.(웃음) 저 역시 총감독님과 정이 더 많이 쌓였고, 관계가 더 두터워진 것 같아요.
현대모비스는 기사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직장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아요. 일은 힘들지 모르겠지만, 포근한 느낌이죠. 그래서 제가 현대모비스에 계속 있었다고 생각해요. 불편하고 힘들었다면,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다니지 않았을 거예요.(웃음) ‘안식처’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 KBL 제공(본문 첫 번째 사진, 마지막 사진), 손동환 기자(본문 2~3번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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