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전쟁 선포한 정부…“늦었지만 다행…꼼꼼한 검증제도 개편 필수"
당분간 전세사기 피해 이어질 듯…모니터링 강화 등 필요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정부가 ‘빌라 사기꾼’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관련 대책을 내놨다. 임대인과 시세를 부풀려 전세사기에 가담하는 감정평가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그동안 깡통전세 계약에 활용됐던 전세금 반환보증 제도를 손질했다. 사기 피해자 등을 위한 저리대출 혜택도 확대한다.
전문가들은 ‘만시지탄’이라고 평가했다. 역전세(주택 가격 급락으로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 지속으로 세입자 보호가 더욱 강조돼서다. 당분간 전세사기 피해가 지속될 수 있어 모니터링 강화와 함께 임차인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이 가능한 전세가율 기준을 100%에서 90%로 낮춘다. 기존에는 매매가의 100%까지 보증가입을 허용해 악성 임대인의 무자본 갭투자, 중개사 등의 깡통전세 계약 유도 등에 악용된 측면이 있었다.
시세를 부풀리는 감정평가사들의 이른바 ‘업(UP)감정’도 차단한다. 앞으로 감정평가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이 없는 경우에만 적용(2월)하고, 협회에서 추천한 법인의 감정가만 인정해 임대인과 감정평가사의 사전 모의를 막는다.
전세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에 대한 처벌 수위는 높인다. 공인중개사의 경우 사기 가담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 요건을 확대하고, 중개보조원 채용 상한제 도입도 추진한다. 감정평가사에 대한 자격 취소 사유도 금고형(집행유예 포함) 2회에서 1회(6월 중 감평사법 개정 추진)로 강화한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위기 상황 등을 감안해 저리대출 보증금 요건을 3억원까지로 완화하고, 대출액 한도는 2억4000만원까지로 확대한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불가피하게 거주 주택을 낙찰받는 경우 무주택 요건을 유지해 주기로 했다. 대상은 공시가격 3억원 이하(지방 1억5000만원)이면서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이다.
전세사기에 대한 단속·처벌 등 사후적 조치 외에도 전세사기 예방과 사전적 모니터링·피해자 구제 등의 제도 마련·개선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HUG 전세금 반환보증 개선으로 제도 악용 등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감정평가사의 시세 부풀리기 방지·안심 전세 애플리케이션 공개 등으로 조직적 전세사기나 임대인의 악의적 무자본 갭투자·깡통전세 리스크를 다소 줄일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일부 제도개선은 다가올 봄 이사철 이후에 법이 개선될 예정이거나, 수도권과 지방 또는 주택상품 유형 간 시행시기 차이가 있다”며 “나쁜 임대인 명단공개 등은 국회 입법 개정이 불투명한 여지가 있다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전세사기와 관련해 많은 내용이 담겼고, 대책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인다”면서 “당장 피해자를 위한 이자 지원 대책이 있는데 차후에는 예방책 강화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윤지해 부동산 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이번 대책은 전세사기 비율을 낮추는 데 목적이 있다”며 “전세사기의 원천 차단은 사인 간 거래라는 점에서 어려운데 사기성이 짙은 거래가 있는 한편 여러 이유로 이 같은 거래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어 임차인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전세사기나 보증금 미반환 사례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3년간 저금리 상황 속 저리대출을 이용한 비아파트 주택 인허가가 상당해서다. 직방에 따르면 2020~2022년 단독·다가구, 연립·다세대 등의 전국 인허가 건수는 31만5757가구로 나타났다. 그중 56%인 17만8051가구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전세사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추가적인 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함영진 랩장은 “연립·다세대의 경매 관련 수치가 내려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경우 HUG 등의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 건수도 한동안 증가세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임차인의 정보 교섭력을 높일 수 있도록 역전세 지역, 임차권등기명령 지역 등에 대한 추가적 정보 제공과 시장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hwsh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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