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요금 중형보다 싸네” 대형택시 1위 아이엠택시, 타다 손잡고 카카오 추격
카카오T 벤티·타다넥스트 넘어선 성적 추산
빠른 배차에 배회영업 입소문 직장인에 인기
타다 합병 논의, 카카오 강력할 대항모로 떠올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40대 김두용(가명)씨는 지난해 말부터 저녁 술자리 후 귀가할 때 7인승 이상 대형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요금은 중형택시보다 1.5배 정도 비싸지만 넓은 실내와 안정적인 운전 습관이 주는 편안함이 만족스러워서다. 김씨는 “요금은 중형택시와 비교해 5000원에서 8000원 정도 비싸지만 배차나 탑승 경험이 월등히 우수하다”라며 “앞으로도 택시를 타야 하는 상황에서는 무조건 대형택시만 이용할 것 같다”라고 했다.
7인승 이상 대형택시 시장에 대중화 바람이 불고 있다.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기존 3800원(서울시 기준)에서 4800원으로 26% 오르면서 요금을 조금 더 지불하더라도 쾌적하고 편안한 대형택시를 이용하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다. 아이엠택시의 경우 기본요금을 기존 4000원으로 유지하면서 오히려 대형택시 기본요금이 중형택시보다 낮은 역전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2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아이엠택시를 운영하는 진모빌리티는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월매출 80억원, 이용 건수 40만회를 기록했다. 이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벤티, 타다의 타다넥스트(플러스 포함) 매출, 이용 건수를 넘어선 수치로 추산된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타다는 월매출과 이용 건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는 진모빌리티가 지난해 12월 국내 대형택시 업계 1위로 올라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이엠택시의 누적 가입자는 90만명으로 진모빌리티는 오는 3월 누적 가입자 100만명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아이엠택시의 선전에는 이용자의 입소문과 빠른 배차가 있다. 아이엠택시는 중형택시 대비 비싼 가격에도 쾌적하고 편안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서울 강남권과 광화문 등 오피스 밀집 지역 직장인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택시 대란으로 배차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빠른 배차를 제공하면서 ‘비싸도 잘 잡히는 편한 택시’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호출 애플리케이션(앱) 영업만 진행하는 경쟁사와 달리 배회영업이 가능한 것도 아이엠택시의 인기 비결이다. 아이엠택시는 중형택시와 같이 길거리에서 빈 차에 탑승할 수 있다. 호출로 아이엠택시를 이용할 경우 카카오T 벤티, 타다넥스트 등과 요금이 비슷하지만 배회영업으로 아이엠택시를 이용할 경우 중형택시 요금과 차이도 크지 않다. 아이엠택시 매출에서 배회영업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6월 배회영업 매출 비중은 2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2월 36%로 늘었다. 이용자들이 아이엠택시를 중형택시 대안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기사에 대한 예우를 높이고 근무 환경을 개선한 것도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택시 기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기 위해 호칭을 ‘기사’ 대신 ‘아이엠지니’ ‘지니’ 등으로 변경하고 건강, 교육, 금융 등 복지 제도도 신설했다. 또 대기업과 같이 병원 진료비, 대학 수업료를 지원하고 기념일에는 쿠폰 등을 지급하는 등 근무 환경을 높였다.
이런 노력은 자연스럽게 기사 수익 확대로 이어지면서 아이엠택시에는 매주 100명 가까운 기사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대형택시는 중형택시 대비 최대 4배 높은 탄력 요금제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아이엠택시 기사들의 월급도 중형택시 대비 2~3배 높다. 진모빌리티 관계자는 “기사 평균 월급은 350만원을 웃돌고 있다”라고 했다. 이는 법인 중형택시 기사의 지난해 월평균 수입(170만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진모빌리티는 급격한 성장세에 힘입어 타다와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타다 최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의 지분을 매입해 단일법인으로 대형택시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이엠택시와 타다가 합병할 경우 대형택시 시장에서 아이엠택시의 시장 지배력은 카카오모빌리티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택시 호출 시장에서 카카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지만 대형택시에서는 카카오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라며 “아이엠택시와 타다가 합병할 경우 카카오를 대신할 강력할 대항마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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