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 급매 잡아 7억 전세…현금 쥔 투자자의 대범한 서울 갭투자

유엄식 기자 2023. 2. 2.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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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하면서 매맷값과 전셋값 격차가 1억원대로 좁혀진 '갭투자' 사례가 늘었다.

이 밖에도 양천구 신월동, 은평구 응암동, 성북구 하월곡동, 구로구 개봉동, 중랑구 상봉동, 도봉구 방학동, 성동구 금호동 소재 단지에서 직전 시세보다 3억~4억원 내린 급매물을 산 뒤 전세를 준 갭투자가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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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시세보다 수억 원 내린 '급매' 타깃…금천, 노원, 관악 등 외곽지역 신축·대단지 포함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주택 및 아파트 단지. /사진제공=뉴스1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하면서 매맷값과 전셋값 격차가 1억원대로 좁혀진 '갭투자' 사례가 늘었다. 직전 매매가보다 수억 원 내린 외곽지역 '급매물' 위주로 이런 거래가 잇따른다. 매맷값과 전세값 격차가 줄면서 증가하는 갭투자가 새로운 주택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늘어난 갭투자가 시장 왜곡을 야기해 주택 시장 참여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으며, 갭투자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1억대 갭투자, 소형 오피스텔에서 대단지 중소형 아파트로 확산
1일 아파트 실거래 빅데이터 아실(asil)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서울에서 매매와 전세 가격 격차 2억원 미만 갭투자 거래가 41건 등록됐다. 아실은 아파트 매수자가 구입 후 실거주하지 않고 2~3개월 이내에 신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 갭투자로 분류한다.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3차' 전용 59㎡(42층)는 지난해 12월 7일 7억9500만원에 팔렸고 20일 뒤 보증금 7억원 신규 전세 계약이 등록됐다. 매맷값과 전셋값 차이가 9500만원에 불과했다.

이 단지 전용 59㎡ 직전 신고가는 2021년 10월 등록된 10억5000만원이다. 이보다 2억5500만원 내린 급매물을 사들인 새 집주인이 얼마 안 돼 신규 세입자를 찾은 것이다. 해당 매매, 전세 거래는 인근 공인중개소를 거친 중개거래로 파악된다.

노원구 하계동 '현대우성' 전용 84㎡(1층)는 지난해 12월 2일 7억원에 직거래로 팔린 뒤 2주 뒤인 16일 5억8000만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등록됐다. 전셋값과 매맷값 격차는 1억2000만원이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드림타운' 전용 84㎡(16층)는 지난해 12월 15일 6억5000만원에 손바뀜한 지 일주일만인 22일 보증금 5억원 갱신 전세 계약이 등록됐다. 강서구 등촌동 '등촌아이파크' 전용 84㎡(4층)은 지난해 11월 28일 7억원에 매매됐고, 약 3주 뒤인 12월 16일 5억5000만원 전세 계약이 등록됐다.

이 밖에도 양천구 신월동, 은평구 응암동, 성북구 하월곡동, 구로구 개봉동, 중랑구 상봉동, 도봉구 방학동, 성동구 금호동 소재 단지에서 직전 시세보다 3억~4억원 내린 급매물을 산 뒤 전세를 준 갭투자가 등록됐다. 매맷값과 전셋값 격차는 1억5000만~1억9900만원 선이다.
'급매=저점가격' 인식 반영…전문가 "시장 침체해 손실 위험도"
2020년~2021년 집값 급등기에는 서울 아파트의 경우 1억원대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외곽지역 소규모 단지도 최소 3억원 이상 필요했다. 하지만 시세 낙폭이 확대되면서 최근엔 소형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이 아닌 대단지 중소형 아파트 단지에서도 1억원대 갭투자 사례가 나온다.

이와 관련 현금 여윳돈이 있는 투자자들이 급매물을 저점 가격대로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 대책으로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 4개 자치구를 제외하고 모두 규제지역에서 해제됐고 취득세, 양도세, 종부세 등 각종 세부담이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이런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침체한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위험도가 높은 투자 방식이라는 평가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해당 거래 계약 시점을 보면 대체로 매수자가 자금 여력이 있다고 보여지고, 직전 가격보다 20~30% 빠져 추가 하락 위험이 낮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하지만 아직 금리가 높아 매수심리가 회복되지 않았고, 올해 서울 시내 신규 입주 물량도 많기 때문에 손실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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