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아듀! 점보 747

김홍수 논설위원 2023. 2. 2.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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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세상에 첫선을 보인 보잉 747 기종은 승객 400명을 태우고 1만km이상을 논스톱으로 비행하는 초대형 여객기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50여년간 '하늘의 여왕'으로 군림해온 B747이 지난달 31일 마지막 화물기 인도를 끝으로 생산을 종료했다. 사진은 대한항공 직원들이 화물기 B747에 자동차를 싣는 장면.

미국 MIT를 중퇴하고 시애틀에서 목재상을 하던 윌리엄 보잉은 1910년 처음 비행기를 보고 “미래는 하늘에 있다”고 생각했다. 항공기 제작사를 차렸다. 수상비행기나 만들던 보잉에 2차 세계대전이 노다지를 안겨주었다. 전쟁 중 미국에서 만든 군용기 수십만대 중 폭격기는 대부분 보잉이 공급했다.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한 B29 폭격기도 포함돼 있다.

▶베트남 전쟁에서 초대형 전략 수송기의 필요성을 느낀 미 국방부가 1965년 사업자를 공모했다. 보잉과 록히드 마틴이 경합했다. 보잉이 패했지만 전화위복이 됐다. 시제품이 초대형 여객기 보잉 747 탄생의 밑거름이 됐기 때문이다. 2층 구조를 가진 747은 승객 400명을 태우고, 시속 945㎞ 속력으로 1만3450㎞를 논스톱으로 날았다. 거대한 코끼리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만화 주인공 코끼리 이름을 따 ‘점보(Jumbo)’라는 애칭이 붙었다.

▶점보 747은 두 번의 큰 도전을 이겨냈다. 1970년대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등장해 보잉을 긴장시켰지만, 대형 추락사고로 나가떨어졌다. 2000년대엔 유럽 에어버스가 747보다 승객을 200명 이상 더 태울 수 있는 A380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에어버스는 장거리 여행객이 A380을 타고 대륙간 허브 공항으로 이동하고, 주변 도시 연결편은 소형 여객기로 갈아타는 여행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보잉은 도시간 직항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장거리용 중형 여객기 787기로 대응했다. 보잉의 예측이 적중했다. 2019년 A380은 251대를 끝으로 단종됐다.

▶'하늘의 여왕’ 747에도 두 가지 약점이 있었다. 4발 엔진이 일으키는 소음 탓에 취항 공항이 제한됐다. 1회 비행에 승용차 3000대분 기름을 먹는 연료 효율도 문제가 됐다. 보잉이 연비는 높이고 소음을 줄인 쌍발 엔진 보잉 777을 내놓으면서 747의 위상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2017년 여객기는 단종됐고, 화물기로 명맥을 이어오던 747이 엊그제 1574호기를 끝으로 생산을 종료했다.

▶초장기 베스트셀러의 퇴장으로 보잉의 미래는 더 불투명해졌다. 보잉은 미국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서 록히드 마틴의 F-35에 패했다. 우주 로켓 분야에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밀리고 있다. 차기 주력 기종으로 삼으려던 737 맥스는 설계 결함으로 운항 중단 사태를 낳았다. “우리는 항상 새로운 과학과 산업의 선구자라야 한다”고 했던 창업주의 도전 정신이 퇴색한 탓이란 해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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