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잡다가 우리까지"…'주택건설' 승인보류에 부동산업계 '전전긍긍'

황보준엽 기자 2023. 2. 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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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신규 주택건설사업계획 전면 보류
일부 지자체서도 '부정적'…"책임은 누가"
사진은 1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2023.2.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미분양이 위험수준까지 늘어나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일부 지자체가 신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보류하겠다는 등 주택 사업 자체를 틀어막는 조치까지 내놓자 부동산 업계에선 불안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미 자금집행까지 끝난 상황에서 사업 지연은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주택시장 안정화 때까지 신규 주택건설사업 계획 승인을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 기존에 접수된 사업들도 모두 보류 대상으로 분류한다. 재개 조건을 시장 안정화로 잡은 만큼 언제 다시 정상화가 될지도 기약할 수 없다.

이번 조치는 지역 주택시장 침체가 극심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구지역 미분양 물량은 국토부 12월 통계 기준 1만3345가구에 달한다. 거기다 올해 입주 예정 물량도 3만6000가구가 넘는다. 이후의 공급량도 많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가 공개한 '공동주택 입주예정물량 정보'에 따르면 대구시에는 앞으로 2년간 6만3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시는 미분양 물량이 쉽게 해소되기 힘든 만큼 더 많은 주택 공급은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주택이 추가로 공급되면 미분양 해소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동산 업계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보통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하기 직전 단계에 도달한 시행사 및 건설사들은 일부 절차를 끝마친 상태인 만큼 사업 지연 시에는 피해가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사업을 뒤엎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토지 매입, 설계, 컨설팅 등의 과정에서 자금 집행이 이미 이뤄졌는데 사업을 포기하면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A 시행사 관계자는 "갑자기 사업 자체를 하지 말라고 막아버리면 피해가 클 것이다"라며 "브릿지 대출 등을 받아놓은 상태에서 사업도 못 하는데 이자만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이 정 진척이 안된다면 사업 자체를 엎는 곳이 있을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라며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겠다는 곳은 없을 것이다"고 부연했다.

대구시도 문제는 인식하고 있지만, 당장 뚜렷한 대책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사업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승인을 보류하겠다는 방침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외의 문제에 대해선 따로 검토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미분양이 쌓여있는 일부 지자체들도 승인 보류 조치를 내리는 데는 부정적이다. 충청권 지자체 관계자는 "지금도 미분양과 관련한 얘기를 나누고 있지만 사업승인을 보류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사업자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하다. 줄도산 우려까지 있다"고 말했다.

경상권 지자체 관계자는 "사실 사업 자체를 하지 말라고 막는다는 게 적절한 조치인지는 모르겠다"며 "미분양에 대한 우려는 알지만, 이미 사업을 벌여놓은 이들은 여기저기서 자금조달을 받아 사용한 상태인데 그건 누가 책임지냐"고 했다.

대신 미분양 주택 취득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금 지자체 입장에서 미분양 대책이라고 꺼낼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을 잡으려다 사업자들이 휘청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사업 자체를 막기보다는 분양 시기를 조정하는 방식이 더 적절해 보인다"며 "영세 업체들은 이번 조치로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사업을 진행했다가 실패하는 것에 대한 책임은 사업자가 지도록 하면 될 일이다"고 강조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미분양을 줄여보자는 시도는 좋다"라면서도 "다만 이자 지원 등 별다른 지원없이 사업을 못하게만 막는다면 사업자들은 피해가 막심할 것이다. 이들에 대한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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