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도매가로 판다” 고물가 속 영양제·파스 싸게 파는 ‘약국 성지’ 인기

강우량 기자 2023. 2. 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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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가격 뿐만 아니라 개인 체질도 고려해 영양제 구입해야” 조언
작년 6월 3일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약국 밀집 지역 모습. /뉴스1

지난달 30일 오후 6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약국 안은 머리가 희끗한 노인부터 무선이어폰을 낀 청년 등 손님 11명으로 북적였다. 이 약국을 비롯한 종로5가 일대 약국들은 영양제와 파스 등을 도매가격 수준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으로 소문이 나있다. 이 약국을 방문하기 위해 동대문구에서 왔다는 오이슬(30)씨는 이날 할머니에게 드릴 비타민 음료수 박스와 파스 10개 묶음을 샀다. 그는 “집 근처 약국에서는 파스 1장에 3500원인데, 여기서는 2500원밖에 안 받는다”며 “비타민 음료수도 병당 1000원에 팔리는 걸 500원에 살 수 있어, 발품 팔 만하다”고 했다.

최근 비타민과 파스 등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약국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작년부터 코로나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각종 영양제와 파스를 비롯한 일반의약품들의 가격이 올랐고, 전체적인 물가까지 치솟은 탓에 약국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따지게 된 상황이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경기 안양시와 수원시 등 각 동네마다 저렴한 약국들이 소문을 타고 있고, 소위 ‘약국 성지’로까지 불리고 있다.

비타민과 자양강장제, 일반 감기약 등 약국에서 주로 찾는 의약품들의 가격은 연일 오르고 있다. 작년 6월부터 일동제약의 비타민제 ‘아로나민씨플러스’와 녹십자의 파스 ‘제놀콜’, 광동제약의 자양강장제 ‘쌍화탕’ 등의 공급가가 10% 안팎 올랐고, 다음달에도 ‘아로나민골드’ 등의 공급가가 인상될 예정이다. 공급가가 10% 오르면 소비자 판매가격은 그 이상으로 뛰게 된다. 제약사들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유통 비용이 증가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해외에서 영양제를 직접 수입해오는 ‘직구’마저 최근 이어진 달러 강세에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뛰었다고 한다. 이날 종로5가 약국을 찾은 이모(30)씨는 “요즘 직구를 하려고 찾아보니, 판매가에 배송 비용을 고려하면 정작 국내 판매 가격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소문을 듣고 약국에 와봤는데, 다른 곳에서는 5만원씩 받는 종합비타민제 ‘임팩타민’을 3만7000원에 사게 돼 기분이 좋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각 동네별 약국 성지를 찾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 시민들은 “6개월마다 인천을 방문해 유명 약국 성지에서 영양제를 잔뜩 사온다”는 등 발품을 판 후기를 전하기도 한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김모(27)씨는 “집 주변에 영양제 가격이 싸다고 소문난 약국이 있는데, 손님들 중에 혼자 영양제 20통을 사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영양제를 구입할 때 가격만이 아닌 각자 체질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민필기 대한약사회 약국이사는 “개개인의 복용 이력과 몸 상태에 따라 추천하는 영양제 종류가 달라진다”며 “일본의 ‘단골 약국’처럼, 동네에 있는 약국을 꾸준히 방문해가며 약사 조언에 따라 체질에 맞는 영양제를 섭취하는 게 건강에 훨씬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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