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어찌합니까~' 후분양의 눈물

채신화 2023. 2. 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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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으로 분양가 올렸더니 '미분양' 공포
후분양 단지들이 분양시장 한파 더할까
경기 침체·공시지가 하락에 후분양 끝?

한동안 분양시장에서 인기를 모았던 '후분양'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분양가를 올리기 위해 분양을 미뤘지만 공급 시점에 주택 경기가 침체하면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어서다. 

올해 분양을 앞둔 후분양 단지들에서 대거 미분양·미계약이 발생하면 청약 시장 한파가 한층 더 심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고금리 지속, 공시지가 하락 등이 맞물리면서 '후분양 시대'가 완전히 막을 내릴 거란 전망도 나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분양가 높아지지지만 미분양 공포 커져

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주요 후분양 단지들 모두 '분양 완판'에 실패했다.

△서울 강동구 '더샵 파크솔레이유'(삼익빌라 재건축) △서울 마포구 '마포더클래시'(아현2구역 재건축) △경기도 안양시 '평촌센텀퍼스트'(덕현지구 재개발) △부산 수영구 '남천 자이'(삼익타워 재건축) 등이다. 

이들은 '청약 한파' 속에서도 평촌센텀퍼스트를 제외하고는 모두 1·2순위 청약에서 두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해 흥행 기대감이 나왔지만 막상 계약 단계에서 분위기가 확 꺾였다.

높은 분양가 탓이다. 후분양은 상승한 땅값, 원자잿값 등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어 선분양에 비해 분양가가 높은 편이다.

한때는 주택사업자들이 분양가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했으나 최근엔 후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후분양은 공정률 60~80% 이상의 아파트를 분양하는 제도로 수요자가 골조가 완성된 아파트를 확인하고 분양받을 수 있어 2018년만 해도 정부가 권장한 방식이다.

국토교통부가 2018년 '후분양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데 이어 2019년 집값 상승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 등 분양가 규제가 심화하자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후분양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관련기사:[분양가 통제 후폭풍]다시 주목받는 '후분양'(2019년6월13일)

그러자 정부는 이를 '꼼수 분양'으로 보고 HUG의 분양 보증 없이 후분양이 가능한 공정률을 기존 60%에서 80%로 올리고, 그럼에도 후분양 열기가 지속하자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해 모든 퇴로를 막아버렸다. 

결국 분양을 미뤄도 금융비용 등을 버틸 수 있는 단지들만 후분양을 검토하게 됐는데, 부동산 상승기가 한동안 이어지면서 후분양 단지는 주택사업자들 사이에서 부러움을 샀다.
 
실제로 2020년 선분양하려던 평촌센텀퍼스트는 당시 HUG가 평단 분양가로 1810만원을 제시했는데 후분양 전환하면서 기존보다 77% 오른 평당 3211만원으로 최종 분양가가 책정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집값 하락과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후분양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히려 높은 분양가가 독이 된 셈이다. 

평촌센텀퍼스트는 총 2886가구의 대단지로 지하철 1·4호선 금정역이 가깝고 동탄인덕원선, GTX-C노선 호재 등으로 관심을 끌었으나 청약경쟁률이 0.3대 1에 불과했다.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 탓으로 꼽힌다. 인근 '평촌더샵아이파크' 전용 84㎡가 지난달 9억2000만원(12층)에 거래됐는데 평촌센텀퍼스트 같은 평형 분양가는 10억원을 넘는다. 

'완판 실패(미계약)' 주요 후분양 단지들./표=비즈니스워치

후분양, 이대로 끝?

시장에선 후분양 단지들이 향후 청약 시장에 더 강한 한파를 몰고올 것으로 보고 있다. 

연내 후분양을 앞둔 단지들에서 대거 미분양·미계약이 발생하면 시장 전체를 얼어붙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후분양은 고금리 기조와 후분양 특성상 자금 마련 기간이 짧아 수분양자의 부담이 크다. 또 집값 하락으로 시세가 뚝뚝 떨어지는 상황이라 분양가와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해지는 점도 부담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고금리, 고물가가 지속되고 시세차익 기대감이 사라진 상황이라 선분양도 할인분양 하는 판에 분양가가 높은 후분양 단지는 더 외면받기 쉽다"며 "후분양 단지들이 계속해서 저조한 청약 결과를 보이면 그 여파가 청약시장 전반으로 뻗치면서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봤다. 

올해 후분양을 앞둔 단지들의 청약 전망도 어둡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서울 영등포구 '브라이튼 여의도'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 등이 대표적인 후분양 단지다. 

브라이튼 여의도는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분양을 미룬 대표적인 단지다. 이 단지는 지난 2019년 오피스텔(849실)에 이어 아파트(454가구)도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HUG와 일반분양가를 놓고 의견차가 있었고 이후 상한제가 적용되면서 후분양으로 선회했다.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총 771가구)는 2021년 5월 분양 예정이었으나 부지 소유권 문제 등을 겪으며 분양이 미뤄졌다. 래미안원펜타스(총 641가구)도 2021년 분양하려 했으나 시공사 교체 등의 이슈로 분양이 밀린 상태다. 

이들 단지뿐만 아니라 미분양 등의 우려로 분양 시점을 미루던 단지들도 향후 후분양으로 공급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갈수록 후분양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후분양 시대'가 채 와보지도 못하고 서둘러 막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송승현 대표는 "후분양은 소비자들이 상품을 보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게 큰 메리트지만 분양가가 높아 외면받게 되면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낮추면서 후분양인데도 상품, 인테리어, 마감 등이 허술하게 되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군다나 공시지가 하락으로 분양가를 충분히 올리기도 힘들어졌다"며 "이런 상황에 후분양을 택하는 사업자가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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