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불출마’ 유승민 지지율, 안철수가 흡수하나?
유승민 전 의원(사진)이 3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낮은 지지율로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나경원 전 의원에게 비윤(비윤석열) 상징성마저 내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의 지지율이 안철수 의원에게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당권 구도는 또 한번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 충분히 생각했고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내하면서 때를 기다리겠다"며 "오직 민심만 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겠다"고 했다.
지난 11일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토론회 일정을 끝으로 장고에 들어갔던 유 전 의원은 당초 이달 말 후보 등록 직전 출마 여부를 밝히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약 3주가 넘는 숙고 끝에 유 전 의원이 불출마를 결정한 배경에는 나경원 전 의원의 부상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뉴시스에 따르면 정치권에선 범친윤계로 분류되던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고 비윤주자로 떠오르면서 유 전 의원이 가진 '비윤 주자' 대표성이 옅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친윤계 주자들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유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친윤 대 반윤' 구도로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단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게 흘러간 것이다.
친윤 핵심 권성동 의원에 이어 나 전 의원까지 불출마를 결정하면서 '친윤 대 반윤' 구도가 흐려진 것도 악수로 작용했다. 김기현 의원이 친윤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비윤 안철수 의원과 양강구도를 형성하면서 유 전 의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애초 차기 전당대회가 '당원투표 100%·결선투표제'로 바뀌면서 유 전 의원의 당선 가능성은 낮게 점쳐졌다. 유 전 의원의 당선을 막기 위한 친윤계의 안전장치가 도입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친윤계 일색인 구도에서 유 전 의원이 2위를 차지할 경우, 차기 총선 공천 등에서 정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각종 불리한 구도 속에서 경쟁자들과 지지도 격차 또한 벌어지면서 결국 출마를 접게 된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지지층을 상대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 지지도를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25∼26일 차기 당 대표 지지도(국민의힘 지지층 422명 대상)를 조사한 결과, 유 전 의원은 8.8%로 집계됐다. 양강 구도를 형성한 김기현(40.4%)·안철수(33.9%) 의원과 약 3배가 넘는 격차다.
낮은 당선 가능성에 더해 당내 세력이 전무한 상황도 출마의 벽을 높였다. 차기 전당대회가 당원투표 100%로 치러지면서 당내 조직세가 상당히 중요해졌지만 탈당 후 지난 총선에서 합당한 유 전 의원은 상대적으로 원내·외 세가 약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출마를 감행했다 유의미한 성과를 얻지 못 할 경우 향후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위험 부담도 있다. 앞서 유 전 의원은 지난 경기지사 당내 경선에서 친윤계의 전폭 지원을 받은 김은혜 대통령 홍보수석에게 패하며 정치적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유 전 의원의 지지도는 같은 비윤계인 안철수 의원에게 흡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유 전 의원이 빠진 여론조사에서 친윤계를 견제하려는 표심이 안 의원에게 쏠리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알앤써치가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지난 27~28일 국민의힘 지지층 440명을 대상으로 한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안 의원은 39.8%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나 전 의원 불출마 선언 이전인 지난 1일 실시한 같은 조사 대비 20%p 급등한 수치다. 반면 직전 여론조사 1위였던 김 의원은 13%p 증가하는데 그쳐 비윤계 표심이 안 의원에게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폭정을 막고 민주공화정을 지키는 소명을 다하겠다. 우리 정치의 변화와 혁신을 원하시는 시민들과 함께 하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어 "우리 정치의 변화와 혁신을 원하시는 시민들과 함께 하겠다"며 '새로운 길'을 강조해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기사에 인용된 자세한 여론조사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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