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예방 위해서는 공인중개사 책임 강화해야”

황재성 기자 2023. 1. 3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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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급부상한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빌라왕’ 사고 등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공인중개사가 주변시세나 건축주나 임대인(집주인) 등의 세금체납 여부 등을 파악한 뒤 임차인(세입자)에게 알려주는 것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정부가 금명간 범정부적인 전세사기 피해방지 대책을 발표하기로 예고한 가운데 나온 주장이어서 눈길을 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31일(오늘)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고서 ‘이슈와 논점-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공인중개사 책임 강화 입법의 모색’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그동안 발표됐거나 논의되고 있는 정부 대책과 일부 국회의원들이 제안한 관련 법률 개정안들이 “주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 정보비대칭 해소에만 초점”을 맞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마련됐다.

● 전세사기의 3가지 유형

보고서에 따르면 입법조사처는 전세사기를 당초 임대차 계약의 내용과는 달리 임대차 목적물을 임차인이 사용하고 편익을 얻을 수 없게 된 경우와 임대차 목적물에 계약 체결 당시와는 다른 권리가 형성돼 있거나 이러한 행위 등으로 전세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등으로 정의했다.

전세사기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봤다. 우선 임대차계약 체결 후 임차인에게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이 발생하기 전에 임대인이 임대차 목적물에 다시 저당권을 설정하는 유형이다. 즉 전세계약을 맺은 뒤 집주인이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기 전에 해당임대주택을 담보로 은행 대출 등을 받는 경우를 말한다.

두 번째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대항력이 발생하기 전에 임대인이 임대차 목적물을 매도하는 유형이다. 즉 집주인이 임대계약 직후 제3자에게 집을 팔아치운 경우다.

세 번째는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을 이중으로 체결하는 유형이다. 집 한 채에 두 명 이상의 임차인과 계약을 맺는 경우다.

● 빌라왕 사건은 새로운 유형의 전세사기

최근 사회 문제가 된 빌라왕 사건은 기존의 3가지 유형과는 조금 다르다. 변제능력을 갖고 있지 않은 ‘바지임대인’이 수백 채에 달하는 빌라 등을 임대했다가 사망 또는 파산하면서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한 사례이다.

입법조사처는 이러한 사건의 진행과정을 4단계로 분석했다.

1단계는 건축주가 건물(빌라)을 짓고, 분양하면서 분양가와 동일하거나 더 비싸게 전세매물을 내놓는 것이다. 2단계에서는 (전세금이 과도하게 책정된 사실을 모르는) 임차인이 건축주와 전세계약을 하고, 건축주는 전세금을 받은 뒤 ‘바지임대인’으로 집주인을 변경한다. 이 바지임대인이 ‘빌라왕’으로 언론에 알려지는 인물로, 자기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집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한다.

3단계는 이 과정에서 중개업소와 빌라왕은 건축주로부터 분양가의 약 10%에 해당하는 이익금을 배당받는다. 마지막 4단계에서 중개업소는 이 돈의 일부를 임차인에게 전세대출 이자와 이사비 지원금이라는 명목의 ‘미끼자금’으로 사용한다.

● 공인중개사의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

입법조사처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빌라왕 사건이 부동산의 적정시세, 선순위 권리관계, 임대인의 세금 체납사실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임차인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고 결론지었다.

문제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부 대책이나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관련 법률 개정안은 주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 정보비대칭 해소에만 초점이 맞춰져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정작 대부분의 임대차 계약이 공인중개사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해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행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빌라왕 사건의 핵심 정보인 주변시세와 세금 체납 여부, 조세채권과 보증금반환채권의 권리관계 등과 관련해 공인중개사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려는 자에게 설명할 의무가 없다.

입법조사처는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최선책은 임차인이 위험성 있는 전세계약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미납국세와 주변시세에 관한 설명의무를 공인중개사에게 부여하고, 이를 위반하면 공인중개사를 처벌하거나 손해배상의무 규정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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