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를 가다] 툰드라에서 사는 에스키모 "온난화로 사냥감이 확 줄었다"

김완수 극지방 여행전문가 2023. 1. 3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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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모들과 사냥
얼어붙은 강. 사냥을 하기 위해선 4륜구동 오토바이로 이 강을 건너야 한다.

200여 명이 살고 있는 알래스카의 북극 에스키모 마을 포인트레이Point Lay.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알래스카 북극 배로우Barrow에서 출발해야 한다. 10여 명이 탈 수 있는 경비행기로 약 30분 걸린다. 포인트레이 상공에 이르자, 마을 앞 북극바다와 긴 띠의 섬, 그리고 포인트레이마을과 북극의 매서운 눈보라와 바람을 막을 방어펜스가 보인다.

대형 유류탱크와 현대식 건물도 있다. 전형적인 에스키모 마을이 아니었다. 경비행기는 비포장 활주로에 사뿐히 내린다.

컨테이너형 조립식 건물인 숙소 벨루가 캠프Beluga Camp를 맨 먼저 찾았다. 여장을 푼 후 포인트레이마을을 돌아본다.

하늘에서 본 포인트레이 마을. 주민 200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배로우에서 경비행기로 30분쯤 걸린다.

에스키모 집은 대부분 나무로 지어졌다. 심지어 전봇대, 학교, 관공서 건물도 나무로 지어졌다. 그러니 화재에 주의해야 하고 작은 마을인 이곳에도 소방서와 경찰서가 있었다. 집은 바닥과 떨어져 이층집처럼 공중으로 떠있었다. 겨울철의 많은 눈, 여름철의 우기, 북극곰 위험, 보관창고 등 다목적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스키모 집 앞의 곳곳에는 잡은 순록을 매달아 말리고 있다. 통째로 말리는 모습이 이채롭다. 고기를 말려 저장한 후 겨울에 양식으로 먹으려는 것 같다. 그리고 마치 빨래 말리듯 널려 있는 이름 모를 가죽, 고래뼈 등 뼈만 담아둔 나무상자, 그리고 방금 잡아 처리한 듯한 마치 소쿠리형 동물뼈 등 전형적인 에스키모 마을의 정경이었다.

포인트레이 활주로에 도착한 경비행기.

4륜 오토바이를 타고 사냥에 나서다

포인트레이의 툰드라에서 에스키모를 따라 사냥에 나섰다. 그린란드에서 이누이트와 일각고래 사냥을 한 데 이어 두 번째다. 그들과의 사냥은 그들이 수천년간 해온 원시 수렵생활을 체험할 수 있고, 현대의 이누이트 인간의 생활사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사냥을 출발하기로 약속한 오후 1시, 오늘도 어김없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이전 방문 때 터득한 '에스키모 타임Time'. 그들은 여유가 있는지 긴박한 맛이 없다.

그들은 오늘 사냥하지 못하면 내일, 내일 못하면 모레 하면 된다는 느긋한 생각을 갖고 있다.

얼마 지나니 4륜 오토바이 2대가 도착했다. 1대는 사냥용으로 빌린 것 같고, 나머지 1대는 사냥꾼의 조카가 따라가겠다고 나섰다. 모두 4명이 사냥터로 출발했다. 가는 데 1시간, 오는 데 1시간, 사냥하는데 2~3시간 등 총 4~5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했다.

4~5명이 들어갈 수 있는 나무 막사 위에 올라가 사냥감을 찾는 에스키모 사냥꾼.

하늘에서 본 툰드라는 평평한 대지처럼 보였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진입해 보니 큰 뿌리 잡초 무성한 대평원은 사냥꾼들에게 쉽게 길을 내주지 않았다. 잡초더미 헤치고 전진하면 여기저기 작은 개울이 나온다. '툰드라'가 물에 적신 잔디밭처럼 촉촉하게 젖어 있고, 조그마한 개울에 물이 흐르고 있어 4륜구동 오토바이가 건너가기엔 힘이 부족해 보였다. 그래도 에스키모 사냥꾼은 계속 전진한다.

한 시간쯤 달리자 멀리 자그마한 막사가 보인다. 사냥 나선 에스키모인들의 쉼터였다. 예전에는 이글루를 짓고 사냥했었는데 이젠 나무막사Cabin에서 쉬며 가스통이 있는 것으로 보아 커피 등을 끓이며 대기하면서 사냥하는 것 같았다.

북극곰의 불시 습격에 대비해 경계 중인 필자.

습지 많아져 오토바이 운행 골머리

툰드라 습지로 인해 오토바이 바퀴가 빠진다. 계속 내륙 깊숙이 툰드라로 들어갔다. 몇 마리 새들만 반겨줄 뿐, 동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조그마한 하천이 나타났다. 넓디넓은 툰드라 평원에서 습한 대지를 적신 물이 이곳 하천으로 모이고 바다로 빠져나갈 것이다. 하천 숲속에서 곧 나타날 것 같은 갈색곰, 사냥꾼은 순록이든 갈색곰이든 나타나면 사냥한다고 했다.

두어 시간 툰드라로 들어갔을까! 사냥꾼이 갸우뚱거린다. 이때쯤이면 짐승들이 나타나야 할 텐데 어디를 보아도 생명체는 없다. 따스한 햇빛이 툰드라 대평원을 적시고 있다. 에스키모 사냥꾼은 "지구온난화로 대평원 툰드라가 녹아 습지가 많아지고 동물도 없어져 사냥이 갈수록 힘들다고 했다."

포인트레이마을 교회. 입구에 '하나님과 함께냐? 사탄과 함께냐?'라는 글귀가 보인다.

그래서 에스키모들도 대代를 잇는 젊은 사냥꾼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 사냥꾼 조카의 나이는 26세, 아직 결혼식은 안 했지만, 동네 31세 처녀와 함께 산다고 했다. 이 청년이 아마도 이곳 에스키모 마을을 지키는 주춧돌이 되리라 생각했다. 이 에스키모 청년은 페이스북을 하고, 독수리가 나타나면 휴대폰으로 사진촬영하며 젊음을 만끽하는 우리의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다.

넓은 대평원 툰드라에서 사냥감이 보인다. 툰드라 대평원을 헤맨지 약 3시간이 지났을까 멀리 지평선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보인다. 그곳을 향해 오토바이는 계속 달린다.

우리는 이제 되돌아가기를 바랐다. 너무 멀리 와서 오토바이 연료도 걱정되고 해가 떨어지면 길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움직이던 물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땅속으로 숨었다고 했다. 사냥꾼도 걱정스런 표정이다. 평상시에는 사냥이 당일치기가 아니고, 며칠이고 잡을 때까지 텐트치고 숙박하며 야외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사냥꾼들은 잡아도 그만, 안 잡아도 그만, 모든 것은 하늘에 맡긴다. 4시간 이상 툰드라 사냥터를 헤맸을 때 나는 괜히 겁이 났다. 해는 곧떨어질 것 같은데 사냥꾼들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계속 동물을 찾아 사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었다.

"동물이 없네요Nothing Animal!, 집으로 돌아갑시다go back home!"

결국은 우리가 가자고 해야만 그들은 움직일 수 있었다.

에스키모들의 집 곳곳에는 통째로 순록을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얼음구멍에 낚시 드리우자 줄줄이

다음날에는 에스키모와 물고기 사냥에 나섰다. 잘 알고 있던 에스키모가 강에 나가 물고기를 잡자는 것이었다. 추운 겨울에 산과 바다, 강이 얼어붙은 곳에서 물고기를 잡는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다. 4륜구동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는데 언제나 총을 챙겨야 한다. 야생에서 언제 어디서 북극곰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4륜구동 오토바이를 타고 30여 분 거리에 있는 넓은 강으로 달린다. 어디쯤 왔을까? 에스키모가 정지하며 한 곳을 가리킨다. 아마도 고기가 잘 잡히는 지역을 평소에 봐뒀으리라! 그리고 준비해 온 뾰족한 창으로 얼음을 깨기 시작한다. 그동안 나는 주변에 북극곰이 나타날까봐 경계에 돌입한다. 강의 얼음이 상당히 두꺼운지 한참동안 얼음을 깨뜨린다. 얼음 구멍은 직경 15cm 정도, 20여 분 얼음을 깨뜨리자 강물이 보인다.

얼음 두께는 40여 cm, 낚싯대를 드리우고 10여 분이 지나자 고기가 올라온다. 강바닥에 물고기를 내려놓자, 몇 번 퍼덕이더니 금세 죽어버린다. 차가운 물속에서 살던 물고기가 바깥 얼음 위에서는 몇분을 못 견디고 동태처럼 금세 얼어버렸다.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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