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고졸 학력제한, 간호법 위헌 논란으로

장슬기 기자 2023. 1. 3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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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법사위 2소위로, 찬반 갈등 계속…비교섭 조정훈 간호법 반대에 간호협회 거센 비판
조정훈 "간호법, 약자인 간호조무사에게 악법…토론하자"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여야가 지난 16일 새해 첫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방송법 등과 함께 간호법을 제2법안소위로 넘겨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다. 다수당인 야당이 각 상임위에서 이를 통과했지만 김도읍 법사위원장 등 여당이 이에 제동을 걸어 논쟁을 이어가게 됐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로 돌봄노동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업무영역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에 간호법에 대한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법사위에서 비교섭단체 야당 의원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간호법이 “다른 의료인들의 영역을 침범할 여지가 큰 간호단체만을 위한 법”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밝히면서 간호단체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간호조무사는 고졸만? 위헌 논란

간호법을 둘러싼 갈등 중에는 간호조무사 응시자격을 고졸로 제한한 부분이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조 의원은 어느 법에서도 응시자격 인정 요건으로 학력의 상한선을 두지 않고 있다며 이·미용사, 조리사도 특성화고, 학원, 전문대에서 양성하고 있고 이들 모두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데 간호조무사만 자격시험 응시자격을 고졸학력으로 제한한 점을 지적했다.

그러자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조 의원은 간호법안의 간호조무사 응시자격 규정을 위헌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와 동일한 현행 의료법 조항에 대해 위헌을 주장하며 제기됐던 헌법소원심판이 2016년에 각하로 결정된 사실조차 모르면서 어떻게 위헌을 함부로 운운할 수 있는지 법사위 위원으로서의 자질이 심히 의심된다”고 반박했다.

▲ 간호인력 관련 사진. 사진=pixabay

간호조무사의 자격시험 응시 요건을 규정한 법은 새로 제정할 간호법이 아니라 현행 의료법 80조다. 따라서 간호법 제정 과정에서 조 의원이 이미 헌재에서 결정이 있었던 사안을 끌어와서 간호법을 반대하는 것에 대해 '간호조무사단체의 일방 주장만을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조 의원은 학력제한 조치 그 내용에 대해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간호협회가 언급한 헌법소원 2016년 당시 결정문을 보면 청구인인 고등학생이 위헌여부를 다툴 자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청구인 특성화고등학교법인의 경우 간호조무 관련 학과를 개설할 수 없는 건 아니라서 직접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판단하지 않았고, 전문대 간호조무 관련 학과 지망 고등학생의 경우엔 아직 해당 학과에서 학업할 지위를 확정적으로 부여받은 것이 아니므로 자기관련성이 없다고 각하했다. 즉 의료법 80조에서 학력제한 규정 내용에 대해 본격 심의를 거친 것이 아니다.

이에 간호협회는 “비록 청구인들의 심판청구 자체가 부적법해 본안판단에 이르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긴 사회적 논의 끝에 여·야 국회의원 및 정부의 합의로 통과된 의료법 제80조제1항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명확히 한 것으로서 논리적이고 합당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간호협회는 최근에도 “간호법은 공청회, 네차례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 등 여야 합의로 조정안이 마련된 만큼 위헌 요소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치적으로 이러한 주장을 할 수는 있지만 간호법 제정을 계기로 의료법 80조 간호조무사 응시자격 학력제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조 의원은 지난 2012년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간호조무사 전문대 양성을 막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되고 위헌소지가 있다고 결정한 것을 함께 근거로 들었다.

지역사회 간호조무사 일자리 상실 논란

조 의원은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영역을 무리하게 넓히고 다른 의료인들의 영역을 침범할 여지가 큰 간호단체만을 위한 법”이라면서 간호법 적용범위가 지역사회까지 확대돼 간호조무사의 업무영역을 불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에선 장기요양기관 등 지역사회에서 간호조무사는 법에서 정한 인력기준(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에 따라 간호조무사 1명이 근무하고 있고 촉탁의 지도하에 업무를 맡고 있다. 즉 간호조무사만 고용하더라도 합법이다.

하지만 간호법이 통과되면 의료기관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확장돼 장기요양기관 등 지역사회에서 간호사가 있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간호사 없이 촉탁의 지도 하에 간호조무사만 업무를 수행하면 불법이 된다. 간호법을 지키기 위해서는 간호사를 보조해 간호조무사들이 업무를 해야 한다.

▲ 지난해 11월27일 국회 앞 간호법 제정 저지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총궐기대회 모습. 사진=대한간호조무사협회

이에 간호조무사단체에선 해당 조항 적용범위를 의료기관으로 한정하도록 '지역사회'를 삭제하거나 간호조무사 업무 통합 규정을 만들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과 같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간호사 지도 하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로 수정하자는 주장이다.

간호협회 간호조무사협회 법적지위 차별 논란

간호조무사들이 느끼는 간호법에 대한 박탈감은 직종 협회를 법에서 어떻게 규정하는지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간호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가 각 직업의 전국조직이고 면허·자격신고나 보수교육 관리, 회원의 권익옹호 등 같은 성격의 직종협회인데 간호사중앙회는 '설립해야 한다'는 의무사항이고 간호조무사협회는 '설립할 수 있다'라며 임의단체 성격을 부여해 법적으로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법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외 여러 직중에 대해 '간호사등'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에 대해 규정하는 법에서 '간호사등'은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제28조(간호인력 지원센터의 설치 및 운영)에서 '간호인력'으로 규정하고 있기에 모든 조문에서 '간호인력'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가 OECD에 제공하는 '간호인력'도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가리킨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조 의원은 “간호법은 의료업계 약자 중 하나인 간호조무사에게 특히 악법”이라며 “상시적 간호사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태도는 일반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간호법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면 토론을 제안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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