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지역경제] 인제는 '농자재 반값'이 대세…주름살 편 농민들

박영서 2023. 1.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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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군, 2019년 전국 최초 시행…모범 사업 꼽혀 강원 전역 확대
소득·소비 증대→경제 활성화 마중물 역할 톡톡…농민 만족도 최상
인제군 산나물 채취 [인제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농업인으로서 피부에 와닿는 건 이루 말할 수 없어요. 20∼30%만 지원받아도 상당히 고맙게 생각할 일인데 50%나 지원해주니 형편이 정말 많이 나아졌죠."

강원 인제에서는 지역 내 농업경영체로 등록된 농가라면 누구든 농자재를 반값에 살 수 있다.

무기질 비료, 농약, 농업용 필름, 부직포, 점적·분수 호스, 고추 지주대, 차광망, 원예용 상토, 울타리망, 고추 유인끈, 울타리용 지주대, 보온 덮개까지 하나같이 농사를 짓는 데 필요한 물품들이 모두 반값이다.

농사는 알면 쉽지만, 모르면 어렵다. 작황은 좋을지, 애써 키운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예측하기란 더 어렵다.

초기 투자비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해마다 오르는 인건비와 농자재 가격은 농민들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예로부터 산림 및 농경문화가 발달한 인제군은 인구 3만2천여명 가운데 약 4분의 1이 농업인일 정도로 농업은 인제군의 근본 산업이다.

농민들은 대게 매년 2월께 영농자금을 대출받거나 종묘사에서 외상으로 농자재를 가져다가 농사를 짓는다.

농산물이 제값을 받으면 대출금도 갚고 농한기를 따뜻하게 보낼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하면 농민과 종묘사, 종묘사에 물품을 대준 업체까지 '연쇄도산'이 일어나기도 한다.

탐스러운 토마토 출하 한창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인제군은 2019년 전국 최초로 '영농자재 반값 지원제도'를 도입했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개방과 인건비 및 농자재 인상에 대응해 경영비 절감을 통한 농가의 실질 소득 증대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농협과 협력해 지원금 중 46%는 인제군이, 나머지 4%는 농협이 부담한다.

농가 한 곳당 자부담금을 포함해 최대 1억원까지 구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농자재 부담을 절반으로 줄였다.

인제에서 2만∼3만평 규모로 고추, 토마토, 감자 농사를 짓는 조남명(64) 농촌지도자인제군연합회장은 "1년에 들어가는 농자재 비용만 족히 5천만∼6천만원은 되는데 반값 지원 제도로 큰 수혜를 입고 있다"며 "농민들이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 판매 수익에만 의존했던 농민들이 농산물 가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본전은 건질 수 있게 됨으로써 다른 시군 농업인들보다 수익 측면에서 월등히 앞설 수 있게 된 셈이다.

제도 시행 이후 인제에서는 '돈이 없어서 농사를 못 짓겠다'는 푸념이 사라졌다.

인제군에 따르면 지원금액은 2019년 47억8천700만원, 2020년 57억3천만원, 2021년 55억8천600만원, 2022년 65억9천300만원 등 현재까지 200억원이 넘게 지원됐을 만큼 농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농자재 반값 지원으로 대출이나 외상이 줄고, 1년에 6개월이나 되는 농한기 보릿고개를 넘는 일이 사라지고, 농가 소득 증대와 지역 내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사업 기본계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한 조 회장은 "오래전부터 농자재 비용을 지원해달라고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자치단체장마다 '고려해보겠다'면서도 결국은 '예산이 없어서 어렵다'는 답변만 되풀이했었다"며 "결단과 노력 없이는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감자 수확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한 데에는 '간편한 지원방식'도 일조했다.

농민들이 별도로 신청서나 정산서 등 어떠한 문서도 낼 필요 없이 구입처에서 구매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구입처에서 판매 목록을 농가별로 기록하고, 인제군이 정산서·계산서·자부담 입금 명세 간 일치 여부를 사후에 확인함으로써 농민들은 문서 작성이나 관공서 방문 부담을 전혀 가질 필요가 없다.

최상기 군수는 "도와준답시고 '이거 내라, 저거 내라'라고 하면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농사짓느라 바쁜 농민들의 참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원방식 간소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농업도시에서 농업의 번창은 곧 도시의 발전"이라며 "농민들이 농사를 지어 돈을 벌고, 소비활동을 하면서 지역경제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인제군의 농자재 반값 지원사업이 성공하면서 강원도는 올해부터 이 사업을 도 전역으로 확대했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해 8월 인제군을 찾아 사업 확대 계획을 밝히며 비결 전수를 요청하기도 했다.

지순환 인제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농산물 생산 비용 절감과 판로 개척 지원 등 지역 농가들의 실질적인 소득증대를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지원 사업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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