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Xin Chao(안녕하세요)! '사돈의 나라' 베트남 리포트

김현중 건양교육재단 건양역사관장 2023. 1. 2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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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중 건양교육재단 건양역사관장·전 외교관

새해 첫 주말 화려한 외출을 했다. 3년 만이었다. 행선지는 남쪽의 따뜻한 '사돈의 나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와 빈푹성, 푸토성. "응애-응애" 비행기 안에서 애 울음소리가 가끔 들렸다. 6-7년 전에는 여기저기 울음소리에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베트남 설 뗏(Tet)은 중국의 춘절, 한국의 설날과 비슷하다. 거리 곳곳에는 선물용 난, 매화, 황금색의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꼬마 귤나무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우글대며 활기가 넘쳐났다. 마치 용암이 분출하는 모습이었다. 9천 8백만 베트남 인구의 15-34세 비율은 35%이다.

팬데믹 이후 한·베 커풀 탄생도 많이 줄었다. 대신 SNS를 통한 온라인 비대면 연애 결혼 사례가 나타났다. 2018년 우리나라의 국제결혼건수는 베트남이 1위로 6338건이었다. 2021년에는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제 하늘길이 트였으니 늘어나지 않을까. 초창기에는 주로 중개업소를 통한 결혼이여 문화의 차이, 의사소통 등으로 사회문제로 대두된 적도 있었다. 푸토성에서 대전으로 시집와 귀화해 다문화 자녀 넷을 둔 윤민영 씨는 "앞으로는 중개업소를 통한 결혼보다는 사업이나 유학 등 교류를 통한 혼인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1992년 베트남과 수교를 맺은지 30년이 지났다. 연간 교역액은 5억 달러에서 800억 달러 규모로 커졌다. 한국은 베트남 최대의 투자국이다. 베트남은 작년에 중국을 밀어내고 우리의 1위 수출 흑자국(342억불)이 됐다. 마트에 들려보니 라면, 과자, 화장품 등 한국상품들이 보였다. 파리바게트, 롯데리아 등 국내 프랜차이즈 가게들도 눈에 뜨였다. 충남대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5년 전 귀국해 금산인삼 등을 판매하는 Vo Thanh Son 씨는 "베트남 설에 한국인삼이 선물용으로 인기가 있다"고 말한다.

김석운 베트남경제연구소장은 "베트남의 경제성장이 8%를 찍었지만 실제 경기는 좋지 않다. 전기제품 등은 재고가 쌓이고 있다. 식품 이외는 인터넷 구매가 늘어 문 닫은 점포들이 많다. 건강과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해 약국이 호황이고 면역력을 증강시켜 주는 건강식품이 인기가 있다. 경기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전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 상품이면 무조건 좋아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가성비를 따진다"고 말한다.

주변에서 베트남에 진출해 성공했다는 얘기는 별로 듣지 못했다. 베트남은 우리와 다른 사회주의 국가다. 54개의 다양한 민족과 63개의 성시(省市) 그리고 3000여㎞의 긴 해안을 가진 나라이다. 문화와 관습을 알고, 친구를 사귀며 베트남어를 익힌다면 노력한 만큼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다. 해외사업에서 현지화(Localization)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베트남 국민 메신저 잘로(Zalo)를 깔고 가현지 소통에 도움이 됐다. 베트남은 우리와 같이 유교, 한자문화권에 속해 유사한 점이 많다. 10여 차례 이상 다녀보니 중국보다 '관시' 문화가 더 강한 느낌이다. 주변에서 일상 만나는 베트남 유학생, 결혼이주자, 근로자는 훌륭한 인맥이다.

서울에 주재한 바 있는 아잉 뚜 씨는 "지방자치단체 간의 결연을 통해 민간 교류를 늘려나가면 좋을 것 같다. 현재 베트남에는 20만 명의 한국인이 한국에는 20만 명의 베트남인이 체류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3년간 회사에 근무하고 돌아와 한국어센터와 인삼판매점을 하고 흐엉 씨는 "베트남의 국민소득이 4천 달러라고 하지만 호치민, 하노이 등 대도시는 1만 달러 수준이다. 택시비, 외식비 등 물가가 많이 올라 거의 한국 수준이다"라고 말한다.

대전시는 남부의 빈증성 그리고 북부의 흥옌성과 자매, 우호 관계를 맺고 있다. 청소년, 문화, 체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실질적 교류를 늘려 나가보자. 대전에 베트남 교류센터 그리고 베트남 골목이 생겨나는 날을 기대해 본다. 20년 전 필자가 일본에서 본 예를 소개한다. 히로시마시와 대구시는 양측의 택시조합, 산악연맹, 치과의사회, 세무사회 등 단체 간의 결연으로 시민교류가 활발했었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를 끌어올려 인기가 좋다. 축구협회 간 교류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2021년부터 한국어가 베트남 제1외국어 중 하나로 채택돼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게 되었다. BTS 등 한류 영향으로 우리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이다. 유학생 등 지한(知韓) 청년들을 든든한 우군으로 만들 꾀를 내 보자.

지난달 한국을 찾은 응우엔 쑤언 푹 베트남 주석은 "우리는 한국의 8만 가정, 다문화 가정으로 한집안의 사돈이 되고 베트남과 한국 사위, 며느리를 뒀다"고 말했다.

이제 두 나라는 뗄 수 없는 순치(脣齒) 관계로 발전했다. 코로나 초기 때 사실 아닌 보도로 잠시 우호에 흔들림이 있었다. 가족관계로 돈독해진 한국과 베트남이 상생하며 건전하게 성장해가기를 바란다. 서로 문화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면 가능할 것이다.

마침 하노이 부근 농촌에서는 모내기가 한창이었다. 베트남은 인구 1억 명에 생산 인구는 70%에 달한다. 석유와 가스는 자급자족, 쌀과 커피는 세계 2위의 수출국이다. 또 코로나 이후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소비시장이다. 잠재력이 큰 아세안의 교두보다. '사돈의 나라'를 우리의 내수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고민해 보자. 토끼의 지혜로 친구도 사귀고 베트남어와 문화를 익혀 성장하는 한해를 만들어 보자. Cam On(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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