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직원은 플랫폼 덕분 성장한 캐릭터…모든 직장인 모습 담고 싶어”

전효진 기자 2023. 1. 2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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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Interview] ‘윤직원의 태평천하’ 작가 윤선영

만화를 뜻하는 일본어 단어인 ‘망가’는 전 세계 만화 애호가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는 단어다. 세계 최고 만화 강국 일본이 ‘망가’라는 말을 자국의 다른 여러 문화 컨텐츠들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전 세계에 각인시킨 것이다. 한국의 ‘웹툰’도 이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최첨단 IT 기술, 편리함,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유행 트렌드 등을 바탕으로 탄생한 모바일 만화인 웹툰은 최근 5~6년간 전 세계에 온라인 만화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또다른 한류(韓流)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한 웹툰은 어떻게 해외에 뻗어나갔고,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상품으로 자리매김했을까. 이코노미조선이 이를 집중 조명해 봤다. [편집자 주]

윤선영씨. 웹툰 작가이화여대 방송영상학, 현 KBS 시사교양 PD, 전 SBS 영상편집기자 /사진 윤직원

“콘텐츠 제작자로서 나의 실무에 대한 실험적인 역할을 ‘윤직원’이 대신해줬다. 모든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소재도 한몫했겠지만 페이스북을 시작으로 카카오브런치, 인스타그램까지 당시 직장인에게 인기 있던 플랫폼을 옮겨가며 활동한 덕분에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본다.”

웹툰 ‘윤직원의 태평천하’ 작가를 겸하고 있는 윤선영 KBS 시사교양 PD는 최근 인터뷰에서 “직장인 1년 차(2015년 당시 SBS 영상편집기자 시절) 때부터 가슴 깊은 곳에 사직서를 품고 사는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을 격려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소소하게 한두 컷짜리 짧은 일상 툰(toon)을 그려 올린 게 윤직원 캐릭터의 시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용 자체는 특별하지 않지만, 유독 ‘본인’에게만 인색한 세상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일반 직장인의 모습이 큰 공감을 얻으면서 만화부터 달력, 이모티콘까지 다양한 형태로 재탄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웹툰뿐 아니라 카카오톡 이모티콘에서 ‘직장인의 넵!모티콘’으로도 판매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직원의 태평천하. 숏컷 머리에 항상 같은 색의 칙칙한 상의를 입은 ‘윤직원’은 대한민국 월급쟁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한 모습을 보여준다. /윤직원

2016년 카카오브런치 웹툰 연재작 ‘윤직원의 태평천하’가 책으로 나왔을 때 200만 직장인이 읽었다. 캐릭터 이름이 ‘윤직원’인 것도 평범한 듯하지만 신선했는데.

”직장인 1년 차 때쯤 고군분투하며 겪은 직장 내 일화를 담아 주변 동료들과 소통하고 싶은 차원에서 페이스북에 한 장면, 한 장면씩 그려 올린 게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할 생각은 없었지만 필명이 필요하다 보니 ‘윤사원’으로 하려다가 대리, 과장, 부장으로 승진하는 게 일반적인데 만약 승진 못 하거나 이직하면 어떡하나 싶었다. 결국 진급 영향을 받지 않는 단어를 찾다가 직원으로 했다. 결론적으로는 더 좋다. 시간이 지나도 월급쟁이라면 결국 직원은 직원이니까. 특정 세대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공감을 많이 얻었다고 생각한다.”

캐릭터가 처음 탄생했을 당시 이야기가 궁금하다.

”2015년 당시 페이스북 친구가 대부분 직장 동료들이었다. 업무 스트레스를 음주로 풀다보니 숙취 외엔 남는게 없어서 취미 차원에서 월급쟁이 모습을 그려서 올려봤다. ‘월요병이 걱정될 땐 일요일에 출근하면 좋다’는 선배들의 말을 되뇌며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신입 직원의 모습 같은 거 말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상사)의 반응이 궁금했다. 그런데 예상외로 ‘좋아요’가 많이 달렸다. 많은 분이 재미있다며 연재해 보라고 권했다.”

그래서 카카오브런치로 플랫폼을 옮겨 본격적인 연재를 시작한 건가.

”카카오가 2014년 다음과 합병하면서 여러 플랫폼에 대해 시도할 시기였다. 2015년부터 종이책 출판 프로젝트인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를 하는 등 여러모로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전략적으로 페이스북에서 이 플랫폼으로 갈아탔다. 카카오브런치에 일주일에 한 번씩 연재했다. 내 예상이 맞았다. 신규 플랫폼은 콘텐츠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보니, 많이 노출시켜줬다. 카카오 뷰 페이지에도 많이 노출됐고, 3만 뷰씩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윤직원’ 콘텐츠에 대한 가능성을 봤다.”

인기 플랫폼의 변천사에 따라 윤직원 캐릭터도 이사한 셈이다.

”그런가 보다. 솔직히 말하면 내 콘텐츠 자체가 엄청 재미있다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근데 유통 채널을 초반에 잘 골랐던 게 좀 유효했다고 생각하고, ‘웹툰에서는 이런 식의 접근법도 통하는구나’라는 공부도 상당히 됐다. 전통적인 종이만화 시장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직장인의 넵!모티콘’. /윤직원·카카오톡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데.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었는데 그림을 올리는 용도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카카오브런치에 연재한 이후 윤직원의 또 다른 일상을 보여주는 곳처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을 많이 하면서 ‘인스타 툰(인스타그램+웹툰)’이라는 시장이 생기겠구나 싶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인지도는 거의 인스타그램에서 만들어졌다고 본다. 물론 이것도 지금은 한계가 와서 주춤하고 있지만, 내 실무에 대한 실험적인 역할을 윤직원이 대신 해 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일종의 아바타처럼.”

공감 포인트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주로 어떤 내용을 포착해 그리려고 하나.

”온라인의 특성상 ‘옐로’ 할수록 인기를 얻기는 쉽다. 누구한테 사기당한 이야기, 부부 싸움 이야기 등. 그런데 내 만화를 보는 이들만큼은 이걸 보고 너무 화가 나거나 격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었다. 다시 일터로 나가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주고 싶었다. 어떤 특정인을 매도한다거나 무조건 내가 맞다 식의 내용은 담지 않는다. 그냥 내가 보기에도 ‘이건 웃어넘길 만하다’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싶은 내용만 담는다.”

계속 익명으로 연재하지 않고 본인을 공개한 이유가 궁금하다.

”윤직원은 그냥 그 자체로 현대 직장인의 페르소나(persona·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쓴 가면)다. 어떻게 보면 철저히 계산된 업무적 자아여서 나(작가)의 사적인 부분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얼핏 보기에는 윤직원의 내밀한 사생활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애초 윤직원 콘텐츠 자체를 실험적 요소로 시작했다. 확실히 이 콘텐츠가 흥행하는 모습을 보며 공부한 바가 많다. 이 콘텐츠를 통해 금전적인 이득을 직접적으로 취하는 건 거의 없지만, 이것을 계기로 실제 업무에서 간접적인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새해 윤직원의 목표가 있나.

”목표라 하면 거창해지는 느낌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림에 대한 갈증이 좀 커져서 원화 전시를 해 보고 싶다. 물론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어서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독자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행사 자리가 있으면 재미있겠다. 일본에 ‘시마 과장’이라는 만화가 있다. ‘시마 과장’ ‘시마 부장’, 이런 식으로 권수를 거듭하면서 올라간다. 궁극적으로는 평생 월급쟁이 하면서 직장인 모습 전체를 다 그려 보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

신입 윤직원이 어느덧 사회 생활 10년 차 직장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같은 또래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10년 차 직장인이 회사 허리 역할이라, 업무도 많고 가장 귀할 때다. 새로 들어오는 2000년대생 신입을 대할 때는 부탁하는 것도 조심스럽게 해야 하고, 선배들에게는 여전히 깍듯해야 하는 낀 세대기도 하다. 모든 걸 숙명으로 받아들이자! 어차피 모두가 소통의 단절 속에서도 잘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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