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발길 끊긴 폐광촌, 모두가 떠난 자리 움트는 생명

방기준 2023. 1.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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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700m 구름 모인다는 모운동 마을
운탄고도 77㎞중 3길 16㎞ 코스 출발지
1989년 폐광 옥동광업소 흔적 고스란히
1만여명 살던 호황기 지나 ‘역사 속으로’
남은 주민 벽화 그리기로 생명 불어넣어
폐교된 초교 펜션으로 바꾸며 리모델링
군 ‘산꼬라데이길’ 27㎞ 구간 녹색길 조성
광부의 길 등 8곳 천혜의 트레킹 코스로

영월 운탄고도 3길 모운동마을

영월~정선~태백~삼척 등 폐광지역 4개 시·군에 걸쳐 173㎞ 440리를 잇는 운탄고도(運炭高道)1330은 석탄(炭)을 나르던(運)높은(高)길(道)이다. 1960년대에서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탄광산업의 과거를 돌아보는 데 머물지 않고 그 현장을 걸으며 우리의 현재를 확인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치유의 길이기도 하다. 영월읍 청령포에서 첫발을 떼어 삼척 소망의 탑에 마지막 발길이 닿는 구름 위의 산책을 현실로 옮겨 놓은 신비로운 트레킹 로드 가운데 영월 김삿갓면 모운동(募雲洞)마을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모운동쉼터에는 구름과 함께 사람들도 쉬어간다.

모운동(募雲洞)마을은 해발 700m에 구름이 모인다는 곳이다. 영월 구간 운탄고도 총 길이 77.3㎞ 가운데 5시간50분이 걸리는 3길 16.83㎞의 출발지이다. 이 길은 광부용 목욕탕과 화물용 케이블카인 삭도(索道)정차장·동발제작소 등을 통해 탄광산업의 주역이었던 광부들의 삶을 돌아보며 걷는 길이다. 모운동에서 옥동광업소 폐광구 내부에서 흘러 나오는 철분 가득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황금폭포를 거쳐 1087m 망경대산을 돌아내려 석항역에 이어 정선군 경계를 넘으면 종착지 신동읍 예미역에 닿는다.

망경대산 7부 능선까지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면 나타나는 모운동마을은 1989년에 폐광된 옥동광업소 흔적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던 구공탄 가운데 별표연탄 주 생산지로 유명했었다.

검은 노다지를 캐던 석탄산업 호황기 당시 옥동광업소 운영으로 광부만 2000여명에 달했으며 마을주민은 모두 1만여명이 거주했다. 폐광 이전까지는 병원과 우체국·당구장은 물론 극장도 운영됐을 정도로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다.

모운동마을 운탄고도 3길 트레킹객들.

그러나 폐광의 어두운 그림자가 점차 드리워지면서 석탄산업의 역사도, 광부들의 삶도, 운탄의 역사도 빠르게 과거의 사연으로 묻혀갔다. 모운동은 모두가 떠나는 폐광촌으로 전락했다.

이에 60~70대 마을 주민들은 2007년부터 당시 김흥식 이장 내외를 중심으로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자는 뜻에서 ‘사람들이 찾아 오는 마을’이라는 희망을 물감에 섞어 집집마다 벽화 그리기를 시작했다. 주민들은 붓을 들고 자신의 집은 물론 회색의 미로같은 골목 골목에도 계절따라 형형색색의 꽃이 피는 꽃씨를 뿌리는 한편 담장 곳곳에는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미운오리새끼, 개미와 배짱이 등 국내·외 동화속 주인공을 소재로한 벽화를 그려 회색의 폐광촌을 원색의 그림과 아름다운 꽃이 피는 동화속 전원마을로 변신시켜 공공미술로 호평받기도 했다. 또 폐광된 옥동광업소에 황금폭포를 만들고 언덕 위에는 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했으며 폐교된 초등학교 건물은 펜션으로, 마을회관에는 모운동 자료관과 구판장을 새롭게 마련했다.

영월군은 2012년 망경대산 7부 주요 능선 옛 탄광길에 자연스럽게 조성된 강원도 사투리 ‘산꼬라데이길’에 ‘명상 시크릿 로드’ 부제의 총 27㎞ 친환경 녹색길을 조성했다.

김삿갓면 예밀리와 주문리를 잇는 8로(路)8색(色)의 다채로운 테마길은 김삿갓 포도의 본고장인 예밀마을을 지나는 ‘예밀길’과 굽이굽이 휘어진 18개 ‘굽이길’, 그 굽이길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송골길’, 만경사를 오르내리던 옛 선인들의 발자취와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만경사길’은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여기에다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복잡한 마음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명상길’과 광부들 삶의 정취와 석탄산업 현장의 과거와 현재를 엿볼 수 있는 ‘광부의 길’, 탄광촌의 명암을 딛고 동화마을로 변신한 ‘모운동길’, 피톤치드 가득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만끽할 수 있는 ‘솔숲길’ 등의 8개 길은 저마다의 독특한 이야기를 품고 드러나지 않게 살며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모운동마을 운탄고도 3길에 있는 광부의 상.

이후 세월이 지나면서 벽화가 점차 퇴색되자 다시 손을 걷어붙인 사람들이 나타났다. 2021년 문화충전도시 영월을 위해 의기투합한 22세부터 63세에 이르는 마을 여성 4명이 솔방솔방팀(대표 김은미)을 구성, 4월과 5월 두달 동안 18명 마을 주민들과 함께 기존 마을벽화 정리와 함께 마을입구의 옹벽과 주민 집 중 낡고 퇴색된 외벽에 새로운 벽화 스케치 및 색칠 작업 등을 진행했다.

벽화 앞에는 아름답게 페인트칠 된 벤치를 설치하고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해 예전 동화마을 스토리와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또 예전 노동과 산업의 길인 산꼬라데이길은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와 능선을 잇는 천혜의 트레킹 코스인 운탄고도로 변신해 휴양과 힐링을 찾는 모운동에 이제는 구름과 더불어 사람들이 몰려 들고 있다. 방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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