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아라리요?l” 3년 만에 다시 듣는 천상의 목소리
27일부터 코로나 이후 첫 亞 투어
이연우 등 한국인 단원도 4명
함박눈이 내린 26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 ‘천상의 목소리’로 불리는 빈 소년 합창단원 23명이 무대에 섰다. 2008년부터 이 합창단을 지휘하고 있는 마놀로 카닌의 피아노 반주에 따라서 친숙한 선율이 흘러나왔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로 시작하는 ‘아리랑’이었다. 합창단원들은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는 소절까지 정확한 발음으로 소화했다. 곧이어 윌리 넬슨의 흥겨운 컨트리 곡 ‘온 더 로드 어게인(On the Road Again)’도 무반주 아카펠라로 불렀다.
빈 소년 합창단이 코로나 사태 이후 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1498년 설립된 이 합창단은 525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최초의 보이 그룹”(음악 전문지 ‘클래식 FM’)이라는 위트 있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실제로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과 ‘가곡의 왕’ 슈베르트도 유년 시절 이 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지금도 10~14세 단원 100여 명이 이 합창단 소속으로 노래한다. 이 같은 전통 때문에 2017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지휘자 카닌은 “합창단은 축구팀과 같아서 메시와 호날두 같은 스타들만이 아니라 팀 전체가 열정을 갖고 좋은 노래를 부르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이 합창단의 한국인 단원은 4명. 이번에 방한한 이연우(13)군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서울 은평구에서 노래를 배우기 시작한 연우는 2020년 오디션에 합격한 뒤 오스트리아로 건너갔다. 그는 “합창 선생님이 ‘노래를 잘한다’고 칭찬하셔서 용기 내어 영상을 보냈는데 합격했다”면서 “그 뒤로 빈 소년 합창단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독일어와 음악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이 없는 날이면 보통 아침 6시 45분에 일어나 학교 수업을 받은 뒤 하루 2시간씩 합창 연습을 한다. 가장 좋은 점을 묻자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고 운동하는 것, 음악뿐 아니라 다른 언어도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힘든 점은 “한국어 말고 독일어로만 대화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웃었다. 지금 바이올린도 함께 배우는 연우는 이번 방한 무대에서 연주 실력을 뽐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노래와 교육, 생활을 함께하는 공동체라는 점이야말로 소년 합창단의 매력이자 특징이다. 지휘자 카닌은 “성인이 아니라 소년 합창단이기 때문에 노래 못지않게 학교 수업과 여가 활동, 취미 생활도 중요하며 해외 공연 역시 엄연히 교육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공연이 없는 날이면 경복궁·용인 민속촌, 롯데월드 등을 찾아가는 시간도 마련한다.
코로나 이후 첫 아시아 투어인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합창 편곡) 등을 부를 예정. 예전 방한 때마다 ‘아리랑’ ‘그리운 금강산’ 같은 한국 노래들을 앙코르로 선사했다. 이번 내한 무대는 27일 관악아트홀, 28일 함안문화예술회관, 29일 부산문화회관, 31일 성남아트센터, 2월 1일 속초문화예술회관, 2일 구미문화예술회관, 4~5일 서울 예술의전당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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