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맨' 구현?…미시세계 속 양자 현상 거시세계에서 관측

이영애 기자 2023. 1. 2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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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이 미시세계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양자 현상인 '준입자'를 눈에 보이는 거시세계에서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시세계에서 관측된 양자역학적 현상이 거시세계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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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박혁규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연구위원. IBS 제공

국내 연구팀이 미시세계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양자 현상인 '준입자'를 눈에 보이는 거시세계에서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신체 크기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능력을 갖춘 주인공이 거시와 미시세계를 넘나드는 영화 '앤트맨'의 세계관이 실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박혁규 첨단연성물질연구단 연구위원팀이 쯔비 틀러스티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그룹리더(울산과학기술원(UNIST) 물리학과 교수)와 공동으로 거시세계에서 입자들이 쌍을 이뤄 움직이는 현상을 발견하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물리학' 1월 27일 온라인판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이런 현상은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미시세계에서만 일어난다고 여겨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시세계에서 관측된 양자역학적 현상이 거시세계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물리학은 양자역학 등장 이후 고전물리학과 양자물리학으로 구분된다. 고전물리학은 눈에 보이는 물체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등 거시세계를 다뤘다면 양자물리학은 물질을 이루는 최소 기본입자인 원자나 전자처럼 아주 작은 미시세계에서 일어나는 독특한 현상을 다룬다.

일례로 고체나 액체 같은 물질은 구성입자 간 거리가 가까워 상호작용이 강한데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조건에서는 구성입자들이 뭉쳐지는 독특한 집단 현상이 일어난다. 이를 준입자(quasiparticle)라고 한다. 이들의 집단현상은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조건에서 특이한 성질을 보이는데 낮은 온도에서 전기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초전도체, 액체의 점성이 사라지는 초유체, 그래핀의 성질 등이 대표적이다.

과학자들은 거시세계에서는 전자와 같은 구성입자들이 끊임없이 충돌하기 때문에 준입자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준입자는 양자물리학에서만 관측되거나 이용되는 개념이었다.

박 연구위원팀은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에서 입자들이 짝을 지어 움직이는 현상을 실험을 통해 발견했다. 연구팀은 아주 얇은 두께의 미세유체 채널에서 콜로이드 입자들로 이뤄진 입자계를 관찰했다. 미세유체 채널은 2개의 얇은 판 사이로 액체가 흐르도록 설계됐다.

채널의 두께가 입자 크기와 비슷한 2차원 입자계에서는 액체보다 천천히 움직이는 입자가 가까이 위치한 다른 입자에 영향을 미쳐 입자들이 짝을 지었다. 마치 우리가 물속에서 눈을 감고 있어도 가까운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이 일으키는 액체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한 입자가 다른 입자의 움직임에 의한 유체역학적 힘을 받기 때문이었다.

박 연구위원은 입자들이 짝을 짓는 이유에 대해 "유체역학적 상호작용에 의해 두 입자 간 힘이 뉴턴 제3법칙인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깨기 때문"이라며 "두 입자가 받는 힘의 크기와 방향이 같아 쌍을 지어 한 입자처럼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입자가 쌍을 이뤄 움직이는 현상뿐 아니라 유체역학적 '포논'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고체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열에 의해 흔들리면 포논이라는 양자화된 준입자가 열에너지를 결정 전체에 전파한다. 이와 유사하게 유체역학적 힘도 거시 입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결정에서 입자들을 진동시켜 유체역학적 포논을 발생시켰다. 이렇게 생성된 포논을 분석해 보니 그래핀에서만 볼 수 있는 특정한 에너지띠 구조가 나타났다.

박 연구위원은 "양자역학으로만 설명되는 여러 가지 현상이 고체뿐 아니라 생명 물질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암시한다"며 "우리 눈에 보이는 다른 물질에서도 준입자를 발견하고 이를 이용한 새로운 과학기술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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