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혀와 황금 심장… 금부적 49개로 장식된 이집트 소년 미라

약 23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집트 소년의 미라를 컴퓨터 단층 촬영(CT)한 결과 몸 안팎으로 장식된 수십개의 화려한 부적이 발견됐다고 24일(현지시각) 미국 CNN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미라는 1916년 이집트 남부의 ‘나그 엘-하사이’라고 불리는 공동묘지에서 발견됐다. 이곳은 기원전 332년에서 기원전 30년 사이 사용된 곳으로 추정된다. 이 미라는 카이로의 이집트 박물관으로 옮겨져 최근까지 지하실에 보관됐다.

관을 열거나 미라를 풀어헤치는 것 자체가 이를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에, 박물관의 연구원들은 미라를 손상시키지 않고 내부를 조사하기 위해 CT 스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이 미라는 14~15세 사이의 소년으로, 작은 코와 좁은 턱, 타원형 얼굴을 가졌으며 키는 4.2피트(약 128㎝)일 것으로 추정됐다.

조사결과 이 소년 미라는 두 개의 관으로 감싸진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관은 그리스 문자가 새겨져 있을 뿐 특이한 점이 없었던 반면, 안쪽 나무 관은 금박을 입힌 얼굴과 여러 무늬가 새겨져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연구원들은 미라의 안팎으로 놓인 49개의 부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부적은 21가지의 다양한 모양으로, 대부분이 금이었으며 일부는 준보석, 구운점토, 도자기 등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약 23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집트 소년의 미라를 컴퓨터 단층 촬영(CT)한 사진. 몸 곳곳에 부적이 장식되어 있다./EPA연합뉴스

이 가운데 황금 혀와 풍뎅이 모양의 황금 장식품 ‘하트 스카라베’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트 스카라베는 미라의 가슴 부근에 놓였는데, CNN은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것이 사후 세계로 여정을 떠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호루스의 눈’, ‘지평선의 아케트’, ‘이시스의 매듭’, 태반 등을 의미하는 부적이 있었다. 카이로 대학 교수인 사하르 살림 교수는 이 부적들이 “사후세계에서 신체를 보호하고 생명력을 부여하는 의미로 만들어 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 안의 황금 혀 부적은 사후세계에서 말하는 것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소년 미라의 발 아래에는 하얀 샌들이 놓여있었고, 몸에는 양치식물이 둘러져 있었다. 살림 교수는 “샌들은 소년이 관에서 걸어나올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라며 “고대 이집트인들은 식물과 꽃에 매료됐고, 그것들이 신성하고 상징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고 했다.

미라가 된 소년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소년의 치아 위생이 양호하고, 미라의 높은 기술 수준과 많은 부적이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