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세일’에도 3년새 매출 2배… 아디다스 시총 제친 이 회사

송혜진 기자 2023. 1. 25. 03: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브랜드 ‘룰루레몬’ CEO 캘빈 맥도널드 인터뷰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룰루레몬’의 캘빈 맥도널드 CEO는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 직원 30여 명과 전날 남산을 등반했다. 함께 땀 흘리고 운동하며 대화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사진은 맥도널드 CEO가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 룰루레몬 매장 앞에 서서 웃고 있는 모습. /룰루레몬

“지난 6년 동안 한국에서 룰루레몬은 매장은 16개까지 늘렸고 빠른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게임으로 보면 득점 초반이고, 이제 막 뛰기 시작한 선수다. 더 많은 매장을 내고 더 많이 투자할 시점이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룰루레몬의 CEO 캘빈 맥도널드는 위기의 회사를 고속 성장으로 끌어올린 ‘구원투수’로 불린다. 세계적인 유통업체 시어스의 캐나다 법인 사장과 세포라 아메리카 사장을 거친 캘빈 맥도널드가 룰루레몬에 CEO로 전격 영입된 것은 2018년이다. 당시 룰루레몬은 한 장에 10만원 안팎 하는 값비싼 레깅스로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팔리는 의류 브랜드였다.

맥도널드는 레깅스 외에도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며 룰루레몬을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로 키웠다. 2021년 룰루레몬의 매출은 62억5700만달러(7조7273억원)로 3년 만에 2배로 성장하며 미국의 대표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 매출(7조395억원)을 앞섰다. 작년 3분기 매출도 1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나 급증했다. 주가도 크게 올랐다. 2018년 8월 초 126달러 정도였던 룰루레몬의 주가는 지난 23일(현지 시각) 기준으로 316달러로 치솟으며 시가총액(49조7705억원)이 세계 3대 스포츠 브랜드인 독일 아디다스(35조8200억원)를 앞질렀다. 이 회사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끈 캘빈 맥도널드를 지난 18일 서울 강남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앞으로 5년 동안 매출을 125억달러까지 2배로 늘리고, 특히 중국·한국을 포함한 북미 외 지역 매출을 4배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레깅스 업체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로 키운 구원투수

캘빈 맥도널드가 오기 전 룰루레몬은 본래 ‘32세 여성’을 공략하는 마케팅으로 유명했다. 운동과 여행을 좋아하는 구매력 있는 30대 초반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을 팔았다. 맥도널드는 전 연령대로 고객층을 확장했다. 맥도널드는 “노 세일 전략·프리미엄 전략은 지키면서도 모든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강화하고 오프라인 점포에서 ‘커뮤니티 클래스’라는 무료 운동 클래스를 제공하면서 소비자층을 늘렸다. 여성복에선 빅사이즈 운동복부터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했다. 이를 위해 2020년 7월엔 홈트레이닝 스타트업 ‘미러’를 인수하기도 했다.

유명 연예인이 아닌 요가 강사, 퍼스널 트레이너 같은 이들을 ‘앰배서더(Ambassdor)’로 활용한 것도 주효했다. 이들을 통해 지역사회에 룰루레몬의 모두가 즐기는 ‘헬스’ 문화를 전파시킨 것이다. 맥도널드는 “우리는 고객과의 연결(Connection)을 통한 확장을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10월엔 북미 지역에 피트니스 플랫폼인 룰루레몬 스튜디오를 시범 론칭했다”면서 “회원들은 이곳에서 저렴한 구독료를 내고 체지방 비율 등을 보여주는 스마트 피트니스 거울 ‘미러’와 함께 모바일 앱을 통해 피트니스·웰니스 파트너와 만든 1만개 이상의 콘텐츠를 보면서 운동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서비스를 핵심 사업으로 키울 생각이다.

룰루레몬은 유명 연예인이 아닌 요가 강사, 퍼스널 트레이너 같은 이들을 ‘앰배서더(Ambassdor)’로 활용하고, 이들을 통해 지역사회에 룰루레몬의 모두가 즐기는 문화를 전파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사진은 해외 커뮤니티의 활동 모습./룰루레몬 제공.
룰루레몬은 유명 연예인이 아닌 요가 강사, 퍼스널 트레이너 같은 이들을 ‘앰배서더(Ambassdor)’로 활용하고, 이들을 통해 지역사회에 룰루레몬의 모두가 즐기는 문화를 전파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사진은 우리나라에서의 지역 커뮤니티의 활동 모습./룰루레몬 제공.

◇”남성 고객 늘리고 해외 매출 4배로 키우겠다”

캘빈 맥도널드는 남성 비즈니스를 키우는 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룰루레몬의 남성 부문 매출은 지난 3년 동안 매년 30%씩 성장했다. 그는 “여성 고객뿐 아니라 남성 고객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제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남성들이 사무실에서 일하다가도 바로 운동하러 뛰어나갈 수 있는 편한 바지와 티셔츠, 재킷 판매에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캘빈 맥도널드는 “나 스스로도 철인 3종 경기 마니아”라면서 “하루에도 몇번씩 운동하고 머리를 비운 뒤 다시 몰입해서 일하는 데 익숙하다”고 말했다.

중국·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를 중심으로 북미 외 지역 매출을 5년 동안 4배가량 늘리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맥도널드는 “우리의 중국 시장 매출은 코로나 봉쇄 기간에도 꺾이지 않았다”면서 “코로나 기간에 중국·한국 시장에서 산악 등반, 골프, 테니스 수요가 커지는 것을 보고 관련 제품을 계속 내놓고 서비스를 확대한 것이 통했다”고 말했다. 맥도널드는 “해외 시장에서 우리는 득점 초반의 선수이고 그건 그만큼 기회가 많다는 뜻”이라면서 “해외 매출이 북미 시장 매출보다 커질 때까지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에게 룰루레몬의 라이벌 회사는 누구냐고 물었다. 그는 싱긋 웃었다. “없다. 세상엔 수많은 브랜드가 있지만 룰루레몬은 하나니까.”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