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이까지 녹화 ‘현대차 블랙박스’…브레이크는 왜 안 찍힐까

안태호 2023. 1. 2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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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개선해 호평받는 현대차 ‘빌트인캠2’
방향지시등·전후진·속도는 표시되는데
가속·제동 페달은 안돼…급발진 문제 때문?
클립아트코리아

“방향지시등, 기어 상태, 속도는 영상에 표시해주는데 왜 가속·브레이크 페달 조작 여부는 안 넣었을까?”

현대자동차의 ‘빌트인캠2’를 두고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의문이다. 빌트인캠은 현대자동차의 기술력이 담긴 내장형 블랙박스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출시한 신형 그랜저에 기존 빌트인캠의 성능을 개선한 빌트인캠2를 처음 부착했다.

일반 블랙박스와 같이 별도로 구매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차량 계약 시점에 옵션으로 선택해야 하고, 차체에 부착돼 나온다. 빌트인(Built-in)이라는 이름처럼 붙박이 블랙박스인 셈이다. 최근 출시된 ‘디 올 뉴 코나’를 구매할 때도 빌트인캠2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향후 출시되는 현대차 신차를 구매할 땐 빌트인캠2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빌트인캠2는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뛰어난 화질 및 음성 녹음 기능 등 고성능 블랙박스에 못지않은 성능을 보여준다. 기어 상태(주행·중립·후진)와 차량 속도, 방향지시등과 같은 정보도 함께 녹화된다. 빌트인캠2 탓에 “블랙박스 업체들 다 망하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유튜브 채널 <모트라인>이 빌트인캠2 성능을 소개하는 영상. 방향지시등을 켜면 빌트인캠2로 녹화된 영상 위쪽에 녹색 화살표가 깜빡거린다. <모트라인> 영상 갈무리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빌트인캠2 기능에 감탄하면서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반응이다. 빌트인캠2가 가속·제동 페달 조작 여부는 영상에 표시해주지 않아서다. 소비자들은 현대차가 급발진 문제에 자신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구체적인 주행정보를 영상에 표시해주는 기술까지 구현했다면, 가속·제동 페달 조작 여부도 충분히 표시해줄 수 있지 않냐고 말한다. 한 소비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브레이크 답력(누르는 힘)이나 액셀 답력 등까지 저장하면 급발진 판별에 큰 도움될 텐데. 아마도 이건 제조사 입장에서는 일부러 안 넣겠지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현대차 쪽은 “고객 편의 차원에서 차량 계기판과 내비게이션에 나오는 정보를 빌트인캠2가 촬영하는 영상에 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속·제동 페달 조작 여부는 사고기록장치(EDR·Event Data Recorder)에 기록되지만, 방향지시등이나 위치 정보는 따로 기록되는 게 없었기 때문에 빌트인캠2 영상에 담게 됐다”고 설명했다. 빌트인캠2으로 촬영한 영상은 운전자가 손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사고기록장치에 담긴 정보는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명쾌한 설명은 못된다.

현대차의 빌트인캠2.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가 빌트인캠2를 소개하기 위해 직접 작성한 개발자 인터뷰를 보면, 교통 사고 등에서 증거 자료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주행 데이터 저장 기능을 추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정동혁 현대차 전자편의제어개발1팀 책임연구원은 해당 인터뷰에서 “빌트인캠과 같은 주행영상기록장치는 사고 등에 있어 증거 자료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차선 이동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저장된 영상을 토대로 턴 시그널 작동 여부에 따라 사고 상황을 판단해 과실 비중을 결정한다. 주행 데이터 저장 기능을 추가한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고려한 사고에는 급발진 사고는 포함되지 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가속·제동 페달 정보를 영상에 표시하는 것이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동차 명장’ 박병일 박앤장 차량기술연구소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페달 조작 정보를 영상에 충분히 넣을 수 있지만, 만약 정보를 넣게 되면 급발진 이슈가 발생했을 때 제조사가 급발진 여부를 증명해야 하는 입장이 된다. 그래서 현대차가 해당 정보를 넣지 않은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페달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밟았는지도 기록할 능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현대차 사고기록장치에는 운전자가 가속·제동 페달을 밟았는지 여부만 온(on)·오프(off) 방식으로 기록된다. 박병일 대표는 “사고기록장치에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고 나와도 제조사가 ‘충분히 강하게 밟지 않았다’고 말하면 운전자가 증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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