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판 추천인코드부터 간식박스까지···지방대의 신입생 유치전
지거국도 장학금 강조하며 신입생 확보
학생 이탈 막을 ‘정착 방안’도 문제
‘추천친구 이름 쓰면 장학금 50만원 지급’
‘정시모집 홍보대사가 돼주세요’
상업 공간에서 고객을 모으기 위해 쓰는 ‘추천인 코드’ 같은 전략이 대학교에도 있다. 경북 경산의 사립대 대구대학교는 이번 연도 정시모집 기간 중 ‘추천친구’란에 서로의 이름을 적고 동반 입학한 학생들에게 50만원을 주기로 했다. 정시 원서를 넣을 때 추천친구 이름과 수험번호를 적으면 된다. 대구대는 여기에 ‘DU(두)손 잡고 장학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대구대는 수시 합격생이 정시 지원자에게 본교를 추천하면 경품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수시전형으로 먼저 합격한 학생의 손을 빌려 학교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추천횟수가 가장 많은 수시 합격생에게는 ‘친구추천왕상’ 상품으로 아이패드를 제공했다.
‘대학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말이 실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신입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온 지방대는 올해도 빠르게 미끄러졌다. 2023학년도 지방대 수시모집에서 정원 17만8441명 중 3만3270명이 미등록했다. 모집 단계부터 정원에 미달한 수와 합격 후 등록을 안 한 인원을 합친 인원이 전년도보다 652명 늘었다. 5명 중 1명꼴로 수시모집에 구멍이 난 셈이다. 올해 정시모집에서 지원자가 0명이었던 14개 대학 26개 학과는 모두 지방대였다. 정시모집 경쟁률이 ‘3대1’이 안 되는 대학 68곳 중 59곳(86.8%)도 지방대였다.
위기에 놓인 지방대들은 더 적극적으로 신입생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청주대는 수시·정시전형 지원서를 인증한 학생 중 추첨해 학급 학생들이 먹을 수 있는 간식박스를 배송하는 ‘지원하고 간식먹자’이벤트를 열었다. 청주대 입학처 관계자는 “학교 인지도를 향상하려는 목표가 우선적이었지만 아직 홍보 효과가 체감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수의 지방대는 장학금을 대폭 지원하는 방법을 택한다. 가톨릭꽃동네대, 동신대 등 신입생 전원에게 100만원 이상의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등록금을 전액 면제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방대 중 그나마 수요가 있던 지방거점국립대(지거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올해 전국 10개 거점국립대 중 서울대를 제외한 9개교가 추가모집을 해야 했다. 지거국 자퇴생은 2016년 3930명에서 2021년 6366명으로 160% 정도 늘었다. 지거국도 이제 장학금을 내세워 신입생을 끌어오는 형편이다. 충남대는 입학처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수능 반영 영역 평균이 1.8등급 이내면 박사과정까지 총 2억원 상당의 장학금을 지원한다는 알림창을 띄워뒀다.
지방대는 입학을 넘어 학생을 ‘정착’시키는 방안도 고민이다. 자퇴 등으로 이탈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대학알리미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수도권 지역 4년제 대학의 중도 탈락 학생은 2020년 3만6507명에서 2021년 7만672명으로 늘었다. 계명대는 경북, 울산, 대구 등 지역 카페에 학생과 입학사정관의 1대1 무료 상담 자리를 마련하고 참여 학생들에게 경품을 지급했다. 계명대 입학처 관계자는 “학생들이 입학 후 전과나 자퇴를 하는 경우가 많아 사전에 학과와 학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경품을 통해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정규학기나 계절학기에 잠시나마 학생들을 지방으로 끌어오기도 한다. 여기에는 대학끼리 협정을 맺어 일정 학기 동안 상대 학교의 강의를 듣고 학점으로 인정받는 ‘국내대학 간 학점교류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방학 기간에 제주대, 부산대 등에서 수업을 들으며 지역 ‘한달살이’를 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227개 지방대 중 73개교가 9590명을 대상으로 학점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고육지책이 지방대 생존을 위해 필요히자만 지속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결국 제로섬 게임”이라며 “대학 경쟁력이 좋아서 학생들을 끌어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지방대는 재정 여력이 없어도 신입생을 유치하려고 하는데, 결국 출혈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도 “지속성에 한계가 있는 방안들”이라며 “커리큘럼 차별화, 교수진 구성 강화가 필요하고, 학부가 아닌 평생교육과 직업교육으로 대학 참여를 늘리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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