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보르도 ‘망빈’의 오해와 진실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최현태 2023. 1. 2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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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서리피해 2013·2017 ‘최악의 빈티지’ 오명/생테스테프·포이악·생줄리앙 등 지롱드 강 주변은 피해 전혀 없어/포이악 명가 샤토 랭쉬 바쥬 오너 쟝 샤를 카즈 방한 인터뷰

샤토 랭쉬 바쥬.
여기 눈길을 끄는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한밤중 포도밭에 쌓아놓은 건초더미가 불에 활활 타오르면서 연기가 사방으로 퍼져갑니다.  한 와이너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은 보르도의 2022년 4월 초의 풍경입니다. 왜 포도밭에 불을 피울까요.
서리피해 방지 작업.
서리피해 방지 작업.
◆서리와 싸우는 보르도 포도밭

와이너리는 불행히도 4월 3일과 4일 밤에 기온이 섭씨 영하 5도로 떨어지자 ‘서리 전사(frost fighters)’들이 촛불과 불을 피웠다고 설명합니다. 3∼4월은 포도가 싹을 틔우는 아주 중요한 시기. 이때 서리가 내려서 얼어버리면 그해 포도 농사는 그냥 끝나버리고 맙니다. 따라서 와이너리들은 서리가 예상되면 포도밭의 온도를 올려 서리를 막기 위해 온갖 조치를 합니다. 난로를 많이 사용하는데 연기가 많이 나는 난로를 피워 따뜻한 온기를 담요처럼 포도밭에 덮어줍니다. 따뜻한 공기가 순환되도록 선풍기도 돌립니다. 서리는 땅에서 올라오기에 위아래 공기를 섞는 것이죠. 안타깝지만 확실한 서리피해가 예상되면 ‘극약 처방’도 씁니다. 스프링클러로 포도밭에 물을 흠뻑 뿌리면 온도가 떨어질때 급속 냉동이 됩니다. 이렇게 살짝 얼려 놓으면 날이 풀리면서 다시 포도나무 싹은 살아납니다. 포도나무 안의 생장에너지 열기 덕분이죠. 하지만 완벽하게 얼리지 않으면 서리가 더 스며들어 포도 싹은 다 죽어버리기 때문에 그야말로 극약처방입니다. 

서리피해 당한 포도나무 싹.
◆물의 도시 보르도

포도는 생장기간중 섭씨 16~21도의 온난한 기후대를 가장 좋아합니다. 일조량은 1300~1500 시간이 적당합니다. 보통 식물은 물이 많으면 좋지만 포도는 물이 많으면 힘들어 합니다. 연간 500~900㎖가 있으면 됩니다. 하지만 보르도는 연간 강우량이 900㎖를 훌쩍 넘기고 서리 피해도 많은 곳이라 사실 포도재배에 그리 좋은 곳은 아니랍니다. 보르도는 이름에서도 물이 많은 지역이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보르도(Bordeaux)는 ‘물의 경계’라는 뜻(Bord=border, eaux=water)이랍니다. 프랑스의 서쪽 끝으로 대서양과 접해있죠. 또 보르도 산지중 앙뜨 두 메르(Entre-Deaux-Mers)도 ‘두 개의 바다 사이’라는 뜻으로 가론(Garonne)강과 도드로뉴(Dordogne)강 사이에 끼어있는 엄청 넓은 와인 산지입니다. 메독(Medoc) 역시 물의 한 가운데라는 뜻인 ‘매디오 아쿠아(Medio Aquae)’ 라는 단어에서 유래됐습니다. 이처럼 보르도는 습하고 서늘한 느낌의 해양성 기후를 띱니다. 축축한 물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라 포도나무 줄기가 무조건 위로 자라도록 자리를 잡아주는  ‘VSP(Vertical Shoot Positioning) 트레이닝’ 방식으로 재배합니다. 공기를 잘 순환시켜 곰팡이를 피하기 위해서죠.

카베르네 소비뇽.
◆여러 품종을 섞는 이유

보르도는 비가 많이 오고 서리 피해도 발생하기때문에 한 품종에 올인할 수 없습니다. 보르도 와인들이 다양한 품종을 섞어 만드는 이유랍니다. 포도는 메를로-말벡-카베르네 프랑-카베르네 소비뇽-쁘띠 베르도-까르미네르 순으로 익습니다. 메를로는 껍질이 얇아 가장 빨리 익는 대표적인 조생종이라 기후가 좋지 않은 보르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됩니다. 반면 쁘띠 베르도는 껍질이 두꺼워 날씨가 아주 좋아야 익는답니다. 까르미네르는 거의 익지 않아 보르도에서 퇴출됐고 지금은 따뜻한 칠레에서 무럭무럭 잘 자랍니다.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도 늦게 익는 대표적인 만생종이라 자갈이 많은 토양을 좋아합니다. 자갈은 낮에 열기를 품었다 밤에 포도나무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 넣기에 카베르네 소비뇽이 잘 자랍니다. 지롱드강 좌안의 유명 산지들은 자갈이 많은 토양이라 메를로 보다 카베르네 소비뇽을 더 많이 재배합니다. 보르도 와인은 매년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블렌딩 비율이 달라지는데 기후, 토양, 품종에 따라 포도 완숙도가 차이 나기 때문입니다.  따뜻한 해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잘 익기에 카베르네 소비용 비율을 높이고 반대로 서늘한 해에 카베르네 소비뇽 완숙도가 떨어지면 메를로 비율을 높입니다. 이 때문에 같은 와인이라도 빈티지에 따라 블렌딩 비율이 달라 미묘한 차이가 나게 됩니다.   
보르도 그랑크뤼 클라세 2012 빈티지 시음행사.
◆빈티지를 따져야하는 복잡한 보르도 와인

보르도 와인의 빈티지를 따지는 것은 기후, 토양, 품종에 따라 매년 작황과 품질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꽃이 열매를 맺는 5∼6월이 매우 중요한데 보르도에는 이 시기에 비가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면 꽃이 제대로 수정을 못해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프랑스에서 이를 ‘쿨뤼르(coulure)’라고 합니다. 또 작고 씨 없는 열매가 발생(밀르랑다주·millerandage)하거나 포도의 크기와 익는 속도가 다 달려져 수확시기를 잡기 매우 어려워집니다. 특히 양조할때 덜 익은 포도가 들어가 와인의 품질에 큰 영향을 줍니다. 

좋은 빈티지로 꼽히는 2010년 빈티지 랭쉬 바쥬.
좋은 빈티지로 꼽히는 2015 빈티지 샤토 라스꽁브.
최악의 빈티지로 꼽히는 2013 빈티지.
보통 2009년, 2010년, 2015년을 최고의 빈티지로 꼽습니다. 반면 2011년과 2012년은 망한 빈티지란 뜻의 ‘망빈’으로, 2013년과 2017년은 이보다 심한 ‘최악의 빈티지’로 불립니다. 특히 2017년에는 봄부터 서리가 습격하고 강수량도 많이 수확량이 전년보다 46%나 감소했을 정도로 큰 피해를 봤습니다. 그렇다면 2017년 보르도 빈티지는 아예 외면해야할까요. 2023년 새해를 맞아 한국을 찾은 보르도 와인명가 샤토 랭쉬 바쥬(Chateau Lynch Bages)의 오너 장 샤를 카즈(Jean Charles Cazes)와 함께 수입사 에노테카 코리아가 주최한 테이스팅 행사에서 보르도 2017년 빈티지의 오해와 진실을 알아봅니다. 샤토 랭슈 바쥐는 에노테카 코리아 등에서 수입합니다.  린쉬 바쥬는 보르도 뽀이악의 그랑크뤼 클라세 5등급 샤토입니다. 포이악의 다른 5등급 샤토 오 바따이(Chateau Haut Batailley), 로스탈 까즈(L'Ostal Cazes)등 와이너리 8개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샤토 랭쉬 바쥬 소유 와이너리.
한국을 찾은 샤토 랭쉬 바쥬 오너 쟝 샤를 카즈.
◆‘망빈’의 오해와 진실

장 샤를은 인터뷰에서 아주 중요한 얘기를 꺼냅니다. 보르도 2017은 최악의 빈티지로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은 지역별로 아주 편차가 커 서리 피해를 전혀 입지 않은 곳도 많다고 설명합니다. “보르도 2017년은 작황이 나빠 부정적 이미지 많아요. 보르도 전체가 최악의 빈티지인 것처럼 알려져 있죠. 실제 보르도 새 빈티지를 선보여 유통업체들이 선 구매하는 시스템인 엉 프리뫼르(En Primeu)에서 80%를 날렸을 정도로 피해가 컸답니다. 특히 우안의 생테밀리옹이 40% 정도 피해를 봤습니다. 그런데 생테스테프, 뽀이악,  생줄리엥은 서리 피해가 전혀 없었답니다. 오히려 2004년 빈티지 이후로 생산량은 최대를 기록했을 정도로 작황이 아주 좋았어요. 다만 2017 빈티지는 풀 바디는 아니고 미디움 바디정도 되는 와인이 생산된 해로 평가됩니다.” 망빈, 또는 최악의 빈티지라고 해서 보르도 전체가 해당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는 만큼 ‘망빈’이라는 이유라 보르도 전체 와인의 품질에 일괄적으로 대입한다면 큰 오류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랭쉬 바쥬 포이악 포도밭 전경.
쟝 샤를 카즈.
그렇다면 지역별로 왜 이렇게 큰 편차가 생길까요. 생떼스테프, 포이악, 생줄리앙은 면적이 크지 않고 지롱드 강과 거의 붙어있어서 피해가 전혀 없었다고 쟝 샤를은 설명합니다. “강의 미세기후가 큰 역할을 합니다. 보통 4∼5월초에 서리 피해가 생기는데 아무리 춥거나 아무리 더워도 강 주변은  섭씨 12~1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 서리 피해가 없는 가장 이상적인 곳이랍니다. 마고(Margaux)도 마찬가지에요. 마고는 포이악보다 면적이 3배가 큰 와인 산지여서 내륙쪽 일부 지역은 서리 피해를 봤지만 강쪽으로 붙은 포도밭은 피해가 없었답니다.” 
샤토 오바주 리베랄 2013 빈티지.
진화된 양조기술도 빈티지를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요즘 보르도는 모든 최첨단 양조 기술 총동원해 빈티지가 나쁜 해에도 ‘꽤 마실만한’ 와인을 만들어 내고 있답니다. 최악인 2013년도 잘 살려냈을 정도죠. 역삼투압 방식으로 포도의 수분을 빼내 맛을 농축시키거나 포도가 아주 나쁠때는 아예 얼려서 수분을 짜내 포도를 응축시킵니다. 또 발효 끝난 뒤에도 껍질을 그대로 담가 둬 탄닌을 더 뽑아내기도 합니다. 발효를 거쳐 알코올이 높아지면 탄닌이 더 잘 추출되기때문이에요.  앙 프리머 테이스팅때 와인을 맛나게 만들기 위해 ‘미량산소주입(Micro Oxigenation)’으로 빨리 숙성시켜 탄닌을 훨씬 부드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제 ‘망빈’을 발견한다면 무턱대고 무시하지 말고 지역이 어디인지지 잘 따져봐야 겠습니다. 잘하면 억울하게 망빈의 범주에 묶이는 바람에 착한 가격에 살 수 있는 ‘행운’도 누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실제 기자는 얼마전 와인샵에서 망빈으로 꼽히는 2013빈티지중 포이악 그랑크뤼 클라세인 샤토 오 바주 리베랄(Chateau Haut Bages Liberal)를 5만원대에 구입했는데 10년동안 아주 맛있게 익어서 저녁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었답니다. 
보르도 좌안 메독 주요 산지.
메독 자갈 토양 메독와인협회.
◆자갈·진흙 비율따라 스타일도 달라져

좌안의 메독은 모두 8개 세부지역으로 이뤄졌습니다. 우선 지역 AOC인 메독(Medoc), 오메독(Haut Medoc)로 크게 나뉩니다. 또 오메독 지역의 세부 산지인 마을(꼬뮌) AOC는 북쪽부터 생테스테프(Saint Estephe), 포이악(Pauillac), 생쥘리앵(Saint Julien), 리스트락 메독(Listrac Medoc), 물리스엉 메독(Moulis en Medoc), 마고(Margaux)로 이어집니다. 가론강이 끌고 온 자갈은 넓은 지롱드강과 만나면서 퇴적돼 마고에 자갈이 가장 많고 지롱드강 하구인 북쪽으로 갈수록 자갈이 적어 생테스테프가 가장 자갈이 적은 토양입니다.

메독 자갈 토양 메독와인협회.
생테스테프 와인 샤토 오름 드 페즈.
산지에 따라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답니다. 자갈 비율이 가장 적고 진흙이 많은 생테스테프는 카베르네 쇼비뇽이 충분히 잘 익지 못해서 거친 탄닌감을 보여줍니다. 몇십년 숙성시켜야 제맛이 나는 이유죠. 이 때문에 요즘 생테스테프는 메를로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랍니다.

포이악은 보르도에서 자갈과 진흙의 비율이 가장 완벽할 정도로 적절하게 섞여 있습니다. 따뜻함도 유지하고 물도 잘 빠지며 진흙도 받쳐줘서 가장 파워풀한 최고의 와인들이 생산됩니다. 1955년 선정된 그랑크뤼 클라세 1등급 5대 샤토중 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 라투르, 샤토 라피트 로칠드는 바로 포이악에 있답니다.

포이악 와인 샤토 랭쉬 바쥬.
생줄리앙은 조금 더 자갈의 비율이 높고 진흙 양은 줄어듭니다. 초콜릿향이 나고 부드러워 보르도 와인들중에서 가장 뉴월드 와인스럽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마고는 자갈이 가장 많고 가장 여성스러운 스타일입니다. 자갈이 많으면 보통 카베르네 소비뇽이 잘 익어 파워풀한 스타일이 나옵니다. 그런데 마고는 자갈만 많고 진흙층이 너무 적어요. 밭에 돌만 깔려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포도나무가 뿌리내리려면 심토층의 흙이 받쳐줘야 하는데 그게 적어 비교적 가볍고 섬세한 스타일이 탄생합니다.
물리스엉 샤토 샤스 스플린.
리스트락 메독과 물리스 엉 메독은 오메독에 있지만 조금 다른 급으로 취급됩니다. 실제 그랑크뤼 클라세에 리스트락이나 물리스 와인은 없습니다. 강가가 아니라 약간 내륙쪽에 있어 자갈이 많지많고 피레네 산맥부터 굴러온 자갈이 좀 있을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메를로 베이스의 좀 더 부드러운 스타일의 와인이 나옵니다. 시인 보들레르가 사랑한 샤토 샤스 스플린(Chateau Chasse Spleen)이 물리스 엉 메독의 대표 와인입니다. 
한국을 찾은 쟝 샤를 카즈.
샤토 랭쉬바쥬 2014와 2015.
◆포이악의 와인명가 랭쉬 바쥬

샤토 랭쉬 바쥬와 샤토 오바따이는 모두 포이악에 있습니다. 장 샤를과 함께 랭쉬 바쥬 2014와 2015를 비교 테이스팅합니다. 불과 1년 차이나고 블렌딩 비율도 거의 비슷한데 맛은 아주 큰 차이가 느껴집니다. 카베르네 소비뇽이 2015는 70%, 2014는 69%이고 메를로는 2015가 24%, 2014가 26%입니다. 여기에 카베르네 프랑과 쁘띠 베르도가 소량 들어갔습니다. 2015는 블랙커런트, 라즈베리잼과 허브, 민트향이 지배적이고 2014는 여기에 진한 블랙베리, 초콜릿, 삼나무, 바닐향이 더해졌습니다. 2014년이 훨씬 풀바디 와인이네요. 함께 시음한 한희수 소믈리에(롯데백화점)는 “2015는 여성스럽고 우아하고 섬세하네요. 좀 닫혀있는 느낌이지만 여리여리하게 잘 뽑아낸 것 같습니다. 2014는 사워체리, 애니멀 노트,  젖은 낙엽 느낌이 많이 납니다. 지금 마시기 좋지만 조금 시간이 더 필요한 친구입니다. 두 빈티지는 단순하게 여성과 남성처럼 극적인 차이를 보여주네요. 가볍게 먹는 점심때는 2015빈티지가, 저녁에는 2014빈티지가 어울릴 것같습니다.”

에코 드 랭쉬 바쥬.
에코 드 랭쉬 바쥬(Echo de Lynch Bages) 2018은 세컨 와인입니다. 랭쉬 바쥬가 잘 투영됐기에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메아리의 신’ 에코를 와인 이름으로 정했다는 군요. 카베르네 소비뇽 62%, 메를로 35%, 카베르네 프랑 2%로 블랙베리, 블랙커런트와 민트의 허브향, 초콜릿, 흙냄새 같은 얼씨함이 어우러집니다. 아직 잠이 덜 깬 와인을 흔들어 깨운 느낌으로 마시기는 좋지만 완벽한 퍼포먼스는 보여주지 않아 좀 더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샤토 오 바따이 전경.
샤토 오 바따이와 세컨와인 베르소.
샤토 오 바따이 2019는 카베르네 소비뇽 76%, 메를로 24%입니다. 같은 포이악 와인이지만 샤토 랭쉬 바쥬와는 스타일이 다릅니다. 포도밭이 포이악에서도 가장 남쪽으로 생줄리앙과 접경지역에 있으며 우아함이 조금 더 도드라집니다. 블랙체리, 블랙베리 등 신선한 검은 과일 아로마와 밸런스 좋은 바닐라 노트가 느껴집니다. 2019년은 카베르네 소비뇽이 아주 잘 익은 뛰어난 빈티지라고 장 샤를은 설명합니다. 덕분에 탄닌, 산도, 밸런스가 뛰어나고  단단한 바디감을 지닌 와인이 탄생했습니다. 
베르소 백레이블.
샤토 오 바따이 베르소(Verso) 2019는 세컨 와인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65%, 메를로 35%입니다. 진흙에서 얻어지는 우아함과 자갈에서 얻어지는 강건함을 두루 갖췄고 레드체리 등 붉은 과일향과 부드러운 탄닌 덕분에 영한 빈티지임에도 마시기 편합니다. 병 뒷면에 샤토 오 바따이의 레이블을 붙여 오 바따이의 정체성을 잇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샤토 오름 드 페즈.
샤토 오름 드 페즈 포도밭.
샤토 오름 드 페즈 2011은 자갈이 가장 적은 생테스테프인 만큼 카베르네 소비뇽 50%, 메를로 40%로 메를로의 비중이 높습니다. 10년이 넘게 숙성되면서 탄닌은 실크처럼 부드러워졌고 우아한 느낌도 풍성합니다. 잔을 흔들면 매력적인 허브향이 발산되고 농밀한 건포도와 밀크 초콜릿향도 어우러집니다.  
쟝 미셸 카즈.
2020년 완공된 랭쉬 바쥬 새 셀러.
샤토 랭쉬 바주 역사는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일랜드에서 이주한 상인 존 랭슈(John Lynch)가 아들과 함께 설립한 이 와이너리는 1939년 이름이 같은 쟝 샤를의 증조부 장 샤를 카즈가 인수하면서 카즈 가문이 소유하게 됩니다. 1940년 레 오름 드 페드(Les Ormes de Pez)를 인수했고 40년동안 포이악 시장을 지낸 2대 앙드레 카즈(Andres Cazes)가 1966년 경영을 물려받습니다. 이어 1973년 3대 장 미셸 카즈(Jean Michel Cazes)가 경영을 맡고 2001년 브라질에서 금융과 경제학을 공부한 4대 장 샤를이 합류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합니다. 2017년 샤토 오 바따이(Chateau Haut Batailley)를 인수했고 2020년 4년에 걸친 셀러 리노베이션도 완성합니다.  장 미셸 까즈는 폐허가 된 마을을 되살려 지역의 관광명소로 만든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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