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나도 ‘재벌집 막내아들’ 작가 돼볼까

한겨레 2023. 1. 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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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웹소설 작가 되기 가이드
‘회귀’ ‘환생’ 열쇠 삼아 글쓰기 추천
‘결-기-승-전-결’ 구조 중요해
웹소설이 원작인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 JTBC 제공

최고 시청률 26.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던 <재벌집 막내아들>(JTBC)의 인기로 눈길을 끌게 된 콘텐츠 분야가 있다. 바로 웹소설이다. 웹소설 기반 드라마의 인기는 일회성으로만 끝날 것 같지 않다. 이미 차곡차곡 쌓아 올린 이력이 있다. 당장 떠오르는 드라마만도 <김비서가 왜 그럴까>(tvN·2018), <구르미 그린 달빛>(KBS2·2016) 등이 있다.

웹소설의 등장과 인기는 드라마 작가와 같은 희소한 직업을 꿈꾸던 이들의 가슴에도 불을 지폈다. 작가의 길을 어떻게 걸어야 할지 몰라 진입장벽을 느끼던 이들에게 좀 더 쉬운 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웹소설의 정의 자체가 네이버나 카카오, 문피아 등과 같은 전문 사이트(웹) 안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며, 특히 스마트폰으로 유통되는 데 최적화된 형태의 소설을 뜻한다.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으로 경쟁은 더 심해졌지만, 누구에게나 쉽게 접근 가능한 길을 열어줬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원작 표지. 네이버시리즈 화면 갈무리
드라마 원작이 되었던 웹소설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표지. 카카오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제 나도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웹소설 작가로 데뷔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마침 설 연휴를 앞두고 있으니 그 시간을 활용해 웹소설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마련해 봤다. 웹소설 작법을 위한 한가지 팁을 말이다. 우선 인기 웹소설 소재인 ‘회귀’와 ‘환생’을 열쇠 삼아 인기 웹소설의 구조를 해부해 보자.

웹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매체 환경이다. 스마트폰 환경이라는 새로운 형식은 내용에 영향을 주었다. 그 새 소재가 바로 회귀와 환생이다. 실제 회귀나 환생 모티브는 웹소설 소비가 늘어나기 시작하는 2010년대부터 꾸준히 등장한 대표적 서사다. <재벌집 막내아들>도 이 분류에 속한다. 다시 말해 회귀와 환생 소재 웹소설의 인기 비결을 분석해 낼 수 있다면, 웹소설 작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웹소설이 원작인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한 장면. JTBC 제공

웹소설을 해부하려면, 분석도구가 필요하다. 할리우드의 시나리오 컨설턴트인 크리스토퍼 보글러는 ‘3막’으로 구분되는 서사 구조를 개발했는데, 이것이 바로 웹소설 해부를 위한 분석도구다. 1막은 이야기의 시작 단계다. 주인공이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소명을 갖게 되는 장면이 주를 이룬다. 2막은 ‘동굴’이나 ‘고래 뱃속’ 같은 새 세상으로 들어가는 모험을 하게 되고 시련을 거쳐 보상을 얻게 된다. 2막의 끝부분쯤, 보상을 받는 때가 오면 다들 가슴이 두근거릴 것이다. 곧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 테니까. 3막은 바로 그런 장면이 펼쳐지며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회귀와 환생 모티브의 웹소설도 같은 구조일까? 전형적인 회귀물 구조를 담고 있는 무협물 <화산전생>의 주인공은 노환으로 숨을 거둔 뒤 다시 어린 시절로 회귀한다. 1막에 해당하는 부분, 즉 주인공이 모험에 대한 소명을 갖는 내용은 1편에서만 소개하고 끝. 암천회(소설 속 악당 집단)라는 거대한 적에 의해 험난한 시기를 겪었지만 별 활약 없이 살아남았던 주인공 주서천은 눈을 감기 직전 전쟁에서 앞장서 싸우던 영웅들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영웅의 면모를 습득하며 성장하는 2막에 해당하는 부분 역시 전개가 빠르다. 일단 과거로 회귀했다는 것 자체가 ‘고구마’ 전개 없는 빠른 성장을 의미한다. 그는 다양한 알짜배기 정보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한다. 3편에서 주인공은 미래에 밝혀지는 혁신적인 내공 증진 방법인 ‘매화생공’을 쓰기 시작하는데, 주인공을 온갖 치트키로 무장시키는 장치다. 속 시원한 사이다 전개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화산전생>의 표지. 카카오페이지 화면 갈무리

판타지 소설 <귀환자의 마법은 특별해야 합니다> 역시 마찬가지다. 유료 회차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 편에는 엄청난 능력을 갖추게 된 주인공의 모습이 묘사된다. “백 년에 한 번 태어날까 말까 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여자, 아제스트 킹스크라운에게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마력량이 몸에 깃들어 있었다”며 한껏 다른 등장인물을 띄우더니 “그녀의 마법들이 (주인공에 의해) 너무나도 형편없이 파훼됐다”며 주인공의 대단함을 강조한다. 답답한 1막과 2막은 일찌감치 건너뛰고,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는 3막에 금세 도달한 독자들은 이 이야기에 마음이 빼앗겨 버린다. 유료 회차 비용인 한 회당 100원씩을 낼 용의가 생기는 것이다.

<학사재생>의 표지. 카카오페이지 화면 갈무리
<귀환자의 마법은 특별해야 합니다>의 표지. 카카오페이지 화면 갈무리

영화는 관객이 서사구조 3막 중 1막과 2막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건너뛸 수가 없다. 반면 웹소설은 다르다. 영화처럼 1막과 2막에 해당하는 내용을 여러 회차에 걸쳐 천천히 보여줄 경우 독자들의 이탈 가능성은 높아진다. 웹소설은 보통 25회차까지 무료이고 이후 회차부터 과금을 하기 시작하는데, 이 회차까지 진성 독자로 만들지 않으면 이른바 웹소설이라는 상품 판매가 불가능하다. 무료 회차 분에서 고구마만 잔뜩 먹인다고? 상품 판매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구르미 그린 달빛>의 표지. 카카오페이지 화면 갈무리

상품성 있는 웹소설의 본질은 초반부 사이다 전개에 있다. 그 초반부 전개에 성공해 유료 독자를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절반의 성공은 거둘 수 있다. 대부분의 웹소설은 초반부의 역피라미드식 내용을 통해 안정적인 독자를 확보한 뒤 다시 전형적인 서사구조로 돌아간다. 전형적인 환생물 구조인 무협물 <학사재생>의 경우 이미 천하제일의 무공을 갖추고 있는 주인공이 초반부부터 화끈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며 인간계에서는 더 이상 거칠 것이 없게 만든다. 이후 요괴들을 만나 새 서사구조가 다시 시작된다. 다시 성장하고, 난관을 극복하며 결국은 그 궁극적인 적을 무찌르게 되는 전형적인 서사구조로 진입한다. 그러니, 웹소설을 쓸 때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무료 회차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기-승-전-결’ 대신 ‘결-기-승-전-결’이 중요하다.

음성원(에어비앤비 동북아시아 커뮤니케이션 총괄·웹소설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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